VAN 뒷돈 수사받는 농협하나로의 'VAN 진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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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뒷돈 수사받는 농협하나로의 'VAN 진출' 코미디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6.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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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농협하나로유통 밴 사업 진출... 업계 들끓는 까닭
"檢 수사받는 농협에 사업승인?"... 앞길 막막한 밴 업계 격앙
검찰 벌써 3년째 리베이트 의혹 수사 중... 정부는 먼 산만
지난 3월 20일 농협하나로유통이 CJ·대상·오뚜기 등 22개 협력사 임직원 50명을 초청해 상생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성광 농협하나로유통대표이사(앞줄 왼쪽 네번째)가 협력사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농협하나로유통 제공
지난 3월 20일 농협하나로유통이 CJ·대상·오뚜기 등 22개 협력사 임직원 50명을 초청해 상생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성광 농협하나로유통대표이사(앞줄 왼쪽 네번째)가 협력사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농협하나로유통 제공

금융당국이 리베이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농협하나로유통에 대해 카드 결제 중계(VAN) 사업자 등록을 승인해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밴(VAN) 업계가 아우성이다.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넘어 농협하나로유통의 밴사업 진출을 계기로 대기업의 시장 침투가 우후죽순 늘어날 경우 영세업체들은 결국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통상 대형 유통업체들은 카드 결제승인·전표매입·자금정산 등의 업무를 밴사에 맡겨 대행하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이 밴사업에 뛰어든 것은 전국 하나로마트와 농협판매장에서 이뤄지는 결제 구조 전반에 벽을 세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농협하나로유통의 위탁 업무를 담당해왔던 밴사들은 당장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가뜩이나 뒤숭숭한 밴 업계에 치명타를 날린 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상위 13개 밴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8억원 감소한 1,9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은 호조세를 띄고 있지만 비용 증가가 이익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과 결제 직승인을 하면서 밴 업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로페이 도입과 카드사 수수료 인하라는 초유의 위기가 겹쳤다. 이러한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농협하나로유통의 밴 사업 진출이란 악재(惡材)까지 날아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영세 밴사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 농협경제지주 산하 농협하나로유통의 경우 금융감독원 조사를 통해 밴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형사고발 됐고 현재까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15년 전산시스템 유지 등의 명목으로 5개 밴사로부터 20억원가량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지난달 17일 농협하나로유통을 밴(VAN) 사업자로 등록해준 것은 본인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준 나쁜 전례로 남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2015년 밴 등록제가 시작된 이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업체가 밴 사업을 신청한 사례는 전무하다.

금감원은 어쩔 수 없이 등록을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재하기 위해선 1심 판결이 나와야 하는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등록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밴 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농협·검찰·당국 사이에서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상생과 발전이라는 윈윈(win-win) 해법을 찾아도 모자랄 시점에 이해상충을 두고 배타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다. 또한 양측 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도록 도와야 할 정부가 뒷짐을 지고 강 건너 불 구경 하고 있으니 곳곳에서 원성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동업자 정신은 온데 간데 없다. 기업이 단지 이윤만 추구하는 집단이라면 이 사회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정부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대로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해나가기 시작하면 영세 밴사들의 줄도산은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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