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發 이어 국회의원發까지... 진화하는 '삼성 리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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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發 이어 국회의원發까지... 진화하는 '삼성 리크' 기사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6.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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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해철 금태섭 의원실... 삼성전자 백모, 서모 상무 공소장 입수
같은 날 각 언론에 리크... ‘삼성 조직적 증거 인멸’ 검찰 판단, 충실 보도
삼성전자 부사장 2명에 대한 영장심사 앞두고 ‘의도적 여론 몰이’ 논란
언론학자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 이건 야합”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 등의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재경팀 소속 부사장 2명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사 소속 임원들의 공소장 주요 내용을 언론에 흘린 행위가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의원이 그 소속 상임위 업무 수행을 위해 정부 부처에 자료를 요청한 것 자체가 문제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구속된 피의자들과 새로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들이 사실상 같은 사건에 묶여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초 사실이 같아도 사건 관계자들의 지위와 역할, 행위의 성격, 가담 정도 등 세부 모습은 같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앞서 구속된 피고인들의 공소장 주요 내용을 언론에 흘리며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들의 재판청구권(헌법 27조)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다. 헌법 27조가 보장한 재판청구권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

특히 두 명의 민주당 의원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날, 동일 피고인의 공소장을 서로 다른 언론에 흘린 행위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의도된 정보 유출(leak)’로 볼 수도 있어 도의적 비난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언론에 흘린 공소장의 당사자는 백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팀 상무와 서모 보안선진화TF팀 상무이다. 이들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융위 조사 및 검찰 수사를 앞두고 민감한 정보가 담긴 자료의 삭제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두 사람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했다.

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안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팀 부사장,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도 행위 태양이 다를 뿐 두 사람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위 4명은 모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시장경제신문DB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시장경제신문DB

◆민주당 의원들, 구속된 삼성전자 임원 공소장 주요 내용 언론에 유출

전해철,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3일 구속기소된 백모·서모 상무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주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전해철 의원실발로 기사를 내면서 “삼성 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감추기 위해 세 단계에 걸쳐 치밀하게 증거인멸한 과정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고 했다.

신문은 “증거인멸에 직원 주거지 창고를 동원하고 직원 휴대전화를 공장초기화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전 의원실이 입수한 두 사람의 공소장 주요 내용을 자세하게 재구성하면서 ‘사업지원TF팀이 증거인멸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검찰의 의심을 이미 입증된 사실처럼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금태섭 의원도 법무부로부터 받은 백모, 서모 상무의 공소장 주요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금 의원실이 제공한 정보는 연합뉴스를 통해 기사화됐다.

연합뉴스는 금태섭 의원발로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자료를 삭제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가 쓰는 컴퓨터, 휴대전화까지 철저하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밝혔다.

연합뉴스는 “삼성그룹 전반의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보안선진화TF 소속 서 상무와 직원들이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 공장에 들이닥쳤다”며 검찰 공소내용을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백모, 서모 상무의 공소장 주요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금태섭 의원은 국회 법사위, 전해철 의원은 국회 정무위 소속이다.

◆언론학자 “정치권이 형사 재판에 개입...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  

여당 국회의원들이 같은 날 특정 사건 피고인의 공소장 주요 내용을 각각 다른 언론에 흘린 행위에 대해 언론학을 전공한 A교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위”라며 “우리 같은 언론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물어볼 게 아니라 법학자나 법조인에게 위법성 여부를 문의할 사안”이라고 촌평했다.

그는 “이건 학문적 접근이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야합’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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