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모를 한국정부조사단... SK건설 '라오스댐 붕괴' 해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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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모를 한국정부조사단... SK건설 '라오스댐 붕괴' 해명 논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6.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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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한국정부 조사단 등 전문 기관 라오스측 의견과 달라”
국토부, 환경부, 토목학회 등 관련기관 “조사단 파견 한 적 없다”
SK건설, ‘한국정부 조사단’ 파견부서 공개 요청에 “알려 줄 수 없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라오스 댐 붕괴는 인재’라는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의 발표를 반박하는 SK건설의 입장문이 의문투성이다.

SK건설은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한국정부 조사단은 라오스측 의견(인재)과 다르다”고 밝혔는데, 본지가 국토교통부, 환경부,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위, 대한토목학회 등에 확인한 결과 모두 조사단을 파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만약 '라오스 댐 붕괴 원인 조사를 위한 한국 정부 조사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있다고 주장했거나 일부 관계자의 발언을 '정부 조사단'의 결론인 것으로 포장했다면,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으로 볼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7월 SK건설이 시공 중이던 라오스의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1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재민 수는 6000여명에 이르렀다. 사고 직후 라오스 정부는 NIC(National Investigation Committee, 국가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IEP(Independent Expert Panel, 독립 전문가위원회)에 사고 원인 조사를 맡겼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NIC는 “인재”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NIC는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붕괴가 시작됐을 때 댐 수위는 최고 가동 수위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재'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적색토로 쌓은 보조댐에 미세한 물길을 따라 물이 샜고, 이로 인한 내부 침식과 지반 약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원호파괴'로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이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최상부에서도 일어나 붕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NIC의 발표 후 SK건설은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당사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과학적 근거가 결여돼있는 경험적 추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SK건설은 모두 3개의 이유를 들며 NIC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장은 SK건설의 논리이며, 세 번째는 ‘한국정부 조사단’, ‘세계 유수 엔지니어링’의 조사 사실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주장부터 살펴보자. SK건설은 먼저 “IEP는 자체적으로 자신들이 지정한 위치, 방법론, 제3의 분석기관을 통해 토질 분석을 실시했고, 최종 데이터를 적용한 결과 파이핑 현상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SK건설은 “IEP가 주장한 파이핑에 의한 원호파괴가 발생한 것이라면, 사고 전 새들 ‘D’ 하단부에 대량의 토사 유출이 목격돼야 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첫 번째와 두 번째 논리는 SK건설의 추론이다. 문제는 세 번째에 나온다.

SK건설은 세 번째로 라오스 정부 요청에 의해 초기부터 옵저버로 참여한 한국정부조사단과 사고원인 조사를 수행한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 업체도 모두 IEP의 사고원인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정부 조사단은 IEP가 파이핑 현상을 사고원인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세계댐회의 Guideline인 Bulletin 164에 의해야 하는데,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바 있다”며 “해당 기관들은 현재까지 명확한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가 어렵다거나, IEP와는 다르게 과거 화산활동 등 오랜 세월을 통한 지형 형성과정과 새들 ‘D’ 하류에서 발생된 산사태 흔적 등에 주목해 대규모 평면파괴(Land Sliding)를 사고 원인으로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SK건설이 밝힌 ‘한국 정부 조사단’은 어디일까. 현재까지 ‘한국 정부 조사단’이라고 명명된 단체가 라오스에 파견됐다는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한국 정부 조사단이라고 불릴만한 기관이 라오스 댐 붕괴와 관련해 공식 발표를 한 적도 없다.

무엇보다 댐 지역은 붕괴 후 라오스 정부에서 출입을 금지했다. 일부 전문가들이개인 의견을 밝히고 있지만, 논문 등을 통해 연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례 역시 알려진 바 없다.

본지는 정부의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 환경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및 환경노동위 등에 ‘한국정부 조사단’의 실체를 물었다.

질의를 받은 기관은 모두 “조사단을 파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모른다"가 아니라 "없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 댐 건설 등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토목학회에서도 "파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건설은 “시공사로서 한국정부 조사단 위원을 공개할 수 없다. 설마 우리가 ‘정부’ 이름을 내걸며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반박했다.

기자는 ‘위원들의 개인 신상을 공개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조사단을 파견한 정부 기관이 어디인지를 알려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SK건설은 “알려 줄 수 없다. 확실한 건 한국정부조사단이 IEP가 주장한 원호파괴는 아니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추가로 IEP와 반대 의견을 낸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 업체'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SK건설은 “알려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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