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처음부터 없었다" 회계학 권위자의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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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분식회계, 처음부터 없었다" 회계학 권위자의 일갈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6.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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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저명 회계학자, 홍기용 교수 인터뷰 
"처음부터 무리한 수사"... 증선위·檢주장 반박
"에피스 설립 2012년 2월 28일, 콜옵션 가치 0"
"지분법상 관계사 처리했으면, 그게 회계 부정"
"15년 삼바순익 급증은 K-IFRS 규정 따른 결과... 회계처리 정당"

10년 가까이 법원과 검찰 주변을 오가며 법조 동향과 주요 사건 사고를 취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밴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잠자기 전과 기상 후 본능적으로 새로 나온 법조 기사를 훑어보고, 그 내용 가운데 의문이 드는 부분을 따로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요즘 나오는 법조 기사 가운데는 이미 [시경25시]를 통해 다룬 것처럼 유독 삼성바이오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엮는 검찰발 리크 기사가 자주 눈에 띕니다.

최근 나온 기사 가운데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삼성물산이 합병 전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래미안 아파트 건설도 포기했다’는 취지의 검찰발 기사였습니다.  

삼성바이오-이재용 부회장 사건과 관련해 이틀에 한 번꼴로 검찰 발 단독기사를 생산하는 특정 매체가 생산한 문제의 기사는 제목부터 특별합니다.

‘래미안 아파트 안 짓는 것도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 때문’이라는 단정적 제목은 도발적이고 자극적입니다. 이 건은 이미 2년 전 한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도 같은 의혹이 제기돼 당사자인 삼성물산이 해명 보도자료까지 낸 사실이 있습니다. 특정 매체가 2년 전 다뤘던 내용을 다시 꺼내 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삼성물산 주택사업 부문의 연도별 매출은 2012년 이후 평균 2조원 대를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주택사업 주요 먹거리 중 하나인 재건축 재개발은 사업일정을 시공사가 아닌 조합이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삼성물산의 사가 총액은 10조원, 주주 수 역시 10만 명을 상회합니다. 

사정을 종합하면 삼성물산이 합병을 앞두고 주가를 인위로 낮추기 위해 조작했다는 의혹은 팩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소설 수준의 음모론을 검찰이 수사한다면 그 배경을 따질 일이지 검찰의 석연치 않은 리크에 기대 음모론을 사실처럼 다루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율사 출신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직원 A씨의 공소장 주요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행위 역시 직업윤리라는 관점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됐다고 해도 법사위 소속 율사 출신 국회의원이 특정 사건 피고인의 공소장을 언론에 공개한 행위는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김경수, 이재명 지사 등 자당 소속 정치인들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뜬금없이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직원의 공소장 주요 내용을 언론에 흘린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도 넘은 ‘檢·言 유착’... 검찰, 분식회계 입증 난항

서울중앙지검.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서울중앙지검.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삼성바이오-이재용 부회장 사건 관련 일부 특정 매체의 지나친 여론몰이는 ‘검찰과 언론의 유착’을 우려케 만듭니다.

검찰과 언론의 납득하기 어려운 ‘동거’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검찰의 조바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사건 본질이라 할 ‘분식회계 혐의’ 입증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는 데 문제의 근원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없었으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도 삼성바이오 상장도 불가능했다’는 전제 아래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전제에서 보면 삼바 분식회계는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자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현안의 존재를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증선위가 고의로 판단한 ‘2015 회계연도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를 분식회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 부분에서 검찰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분식회계 자체에 대한 혐의 입증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증거인멸부터 시작해 해묵은 래미안 아파트 수주 불참 루머까지 ‘변죽’만 울리는 검찰의 현재 모습이 이 추론에 힘을 실어 줍니다.

 

회계학 전문가의 반박 “증선위 판단, K-IFRS에 부합하지 않아”

검찰이 분식회계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예상은 법학, 회계학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회계학을 전공한 홍기용 교수(인천대 교수, 감사인연합회 명예회장)는 ‘검찰이 분식회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를 ▲에피스 설립 당시의 사정 ▲에피스 설립 시점에서 바라본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가치평가 ▲2015년 콜옵션 부채 및 평가익 반영의 적정성 등 3가지 소주제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홍기용 교수는 “콜옵션 부채를 반영한 결과 자본잠식에 빠질 위험이 커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증선위 주장은 K-IFRS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삼성바이오의 2012년·2015년 회계는 모두 정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홍기용 교수는 <K-IFRS 회계원리>, <세법원론> 등의 저서를 펴낸 회계학 전문가입니다. 

한국은행, 은행감독원 근무를 거쳐 △전국 국공립대 경영대학(원)장 협의회장 △한국감사인연합회장 △한국세무학회장 △한국경영학회 이사 △한국회계학회 세무회계위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국세청 국세행정위원 등 정부 위원회에서도 활동한 이력이 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 사진=실버아이TV 화면 캡처

홍기용 인천대 교수. 사진=실버아이TV 화면 캡처

 

“에피스, ‘삼성바이오 경영권’ 전제로 설립됐다”

홍 교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협약 사항을 보면 ‘삼성바이오의 경영권 행사’를 예정하고 회사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음은 홍기용 교수의 이 부분 설명입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으로 에피스를 설립합니다. 설립 당시 지분은 85(삼바):15(바이오젠), 대신 바이오젠은 향후 에피스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을 갖기로 합의합니다. 특이한 점은 주주총회 최소의결 지분을 52%로 정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설립일에 지분구조를 짜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주위에서 많이 묻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답을 합니다. 삼성바이오가 처음부터 에피스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려는 의도가 실려있는 것이라고.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에피스는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 성격을 갖습니다. 설립 당시 지분율이 15%였던 에피스는 2015년 이전 두 차례 이뤄진 증자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2대 주주인 바이오젠이 증자에 참여치 않았다는 사실은 에피스에 대한 경영권 확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유력한 반증입니다.

두 차례 증자를 거치면서 바이오젠의 지분은 15%에서 8.8%까지 줄어듭니다. 반면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분율은 91.2%까지 치솟습니다. 주주총회 최소의결 지분(52%)을 보더라도 설립 당시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실제로 행사해 공동지배권을 확보한 뒤, 보유 지분(50%-1주)을 2% 이상 매각하는 경우에도 에피스 경영권은 삼성바이오가 단독 행사합니다. 바이오젠이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바이오 지분은 최소한 ‘50%+1주’를 유지하기 때문에, 바이오젠 지분을 사들인 곳이 어디이든 에피스에 대한 경영권은 삼성바이오에게 있습니다.

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 2월28일에 작성해야 할 삼성바이오의 개시재무제표는, 관계회사로서 지분법회계에 의한 개별재무제표가 아닌 종속회사로서 연결회계에 의한 연결재무제표가 돼야 합니다.

K-IFRS는 [연결회계는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하는 날부터 시작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K-IFRS 제1110조: 피투자자와의 연결은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하는 날부터 시작되어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때중지된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판단해 연결회계를 적용할지, 아니면 관계회사로 보고 지분법회계를 적용할지 여부는 에피스 설립일인 2012년 2월28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에피스 설립 당시 주주총회 최소 의결권 특별조항의 존재, 설립 당시 지분 비율, 바이오젠이 두 차례 증자에 불참한 사실 등을 볼 때, 2014 회계연도 이전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보고 ‘연결 회계’ 처리한 삼성바이오의 판단에는 위법이 없습니다.”

 

에피스 설립 시점 콜옵션 가치 ‘0’

“지분법상 관계사 처리했으면, 그것이 회계 부정”

에피스 설립 시점 콜옵션에 대한 평가도 이 사건 분식회계 여부를 규명할 매우 중요한 쟁점이자 변수입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1월14일,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결과를 받아들여 “삼성바이오의 2015 회계연도 재무제표는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의결했습니다.

금감원과 증선위는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보고 연결회계 처리한 삼성바이오의 2012~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해서는 과실, 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해선 중과실 판단을 각각 내렸습니다.

에피스 설립 시점인 2012년 2월부터 지금까지 이 회사를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증선위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증선위 2차 의결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결정적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증선위 의결에 터 잡아 삼성바이오가 4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분식을 통해 기업가치를 고의로 부풀렸으며,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출발점이란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홍기용 교수는 금감원 2차 감리 및 증선위 2차 의결에 강한 의문을 던집니다. 

그는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이 회사를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봐야 한다는 증선위 의결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콜옵션의 지배력’, 삼성바이오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박용진 민주당 의원.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참여연대와 민변, 한겨레, 경향 등 일부 언론과 박용진 심상정 의원 등 범여권 정치인 등은 에피스 설립 당시 이미 콜옵션이 존재했고 그 존재만으로도 콜옵션의 지배력은 현실화됐기 때문에,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합니다.  

삼성바이오는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상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지분법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맞섭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홍 교수는 이 물음에 명쾌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K-IFRS에 의하면 콜옵션을 곧 주식과 동일하게 보지 않습니다. 콜옵션이 주식지분과 동일한 지배력을 가지려면 ‘경제적 실질’이 있어야 합니다.

콜옵션의 경제적 실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내가격’입니다.

회계학상 ‘내가격’이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행사가격)보다 에피스의 기업가치(주식가격)가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만약 에피스 설립 시점부터 이 회사의 주식가격이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행사가격보다 높은 상태에 있었다면,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지분회계를 적용해야 했다’는 증선위 의결이 힘을 얻습니다.

그러나 기업 설립 시점부터 콜옵션의 행사가격보다 주식가격(발행가격)이 높다?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시장이 이제 막 설립한 기업의 주식가격를 무엇으로 평가하고 산정할 수 있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그 기업의 연구개발 상황, 계약 진행 상황, 수주 실적 등은 기업이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해야 비로소 판단이 가능합니다. 새로 설립한 기업의 주식가격은 그래서 ‘발행가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 설립한 기업의 주식가격이 ‘발행가격’이고, 콥옵션의 행사가격은 이론상 이를 초과해야 하기 때문에 콜옵션의 가치(경제적 실질)는 ‘0’이거나 혹은 그 이하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에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립 시점인 2012년 2월 28일,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가치는 ‘0’이거나 혹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콜옵션의 행사가격보다 기업의 가치(주식가격)가 높아야 하는데(내가격),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입니다.

설립 당시 에피스의 보유지분은 삼성바이오가 85%, 바이오젠이 15%만을 보유했습니다. 대표이이사 지명권, 이사 선임권(5명 중 4명)도 삼바가 쥐고 있었습니다. 홍 교수의 설명처럼 에피스 설립 시점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은 경제적 실질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에피스 설립 당시 이 회사를 종속회사로 본 삼성바이오의 판단은 지극히 정당합니다.

달리 말하면 ‘콜옵션이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설립 시점부터 에피스를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한다’는 증선위 의결과 검찰 수사팀의 판단은 출발부터 잘못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콜옵션 현실화·부채 계상...

삼바 ‘보유지분’ 상당 평가익도 ‘자산’에 반영해야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2015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고의 분식으로 본 금감원 재감리, 증선위 2차 의결은 어떨까요?

이 사안에서도 핵심 쟁점은 ‘콜옵션 부채’에 대한 회계처리입니다. 

증선위와 검찰 수사팀, 민주당 박용진 의원 논리의 기본 골격은 이렇습니다.

“2015 회계연도가 돼서야 바이오젠 콜옵션 가치를 1조8000억원으로 산정해 부채로 계상했고, 그 결과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 위험에 빠지게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에피스의 지위를 종속회사가 아닌 지분법상 관계사로 변경했다.

종속회사는 장부가격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지만, 지분법상 관계회사는 공정가치(시가)로 평가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2014년 9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는 불과 1년 만에 1조9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우량기업으로 포장됐다.”

이 주장은 지금도 상당수의 언론이 받아쓰고 있는 내용이며,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이 사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위 논리는 K-IFRS,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는 것일까요? 

우선 사실관계부터 보겠습니다.

삼성바이오는 2015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에피스 지위를 종속회사에서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변경합니다. K-IFRS에 따르면 종속회사의 기업가치는 장부가액(취득가액)으로, 관계회사로 변경되는 경우 기업가치는 공정가액(시장가액)으로 각각 평가합니다.

연결 회계를 적용한 2014년 에피스의 기업가치(취득가액 기준)는 4621억원, 지분법 회계를 적용한 2015년 에피스의 기업가치(시가 기준)는 4조8000억원입니다.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상승했으니 그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당기순이익은 대폭 개선됐습니다. 변동 과정과 그 이유를 살피지 않으면 불과 1년 사이 기업가치가 10배 넘게 뻥튀기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핵심은 회계 변경의 적절성 여부입니다. 홍기용 교수의 설명입니다.

“에피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큰 성과 없이 적자만 기록하다가 2015년 2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큰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오른 건 당연한 귀결입니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기업가치가 급등하자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경제적 실질(지배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오기업이 2종의 복제약에 대해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개발이 성공했음을 뜻합니다.

기업가치 급등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므로, 비로소 이때 ‘콜옵션의 행사가격보다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내가격] 상태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에피스 지분의 최대치가 10~20% 정도에 불과했다면, 기업 지배력에 영향을 주지 않아 회계변경(연결회계<->지분법회계)에 따른 회계처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격] 상태가 실현됐다면 회계처리 변경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입니다. K-IFRS는 이점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회사는 콜옵션을 공정가격(시가)으로 산정해 그 금액을 금융부채(평가손실)로 계상해야 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부채 계상과 함께 반드시 보유 지분에 따른 금융자산(평가이익)도 ‘자산’ 항목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K-IFRS에 그렇게 규정돼 있습니다. 이 경우 금융자산(평가이익)을 회계처리해 주지 않으면 오히려 K-IFRS를 위배하는 것이 됩니다.

삼성바이오도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을 공정가로 계산한 뒤 해당 금액을 금융부채로 계상합니다. 바이오젠 콜옵션이 현실화됐다는 건 [에피스 지배력]에 변동이 발생했음을 뜻합니다.

당시 에피스 주식은 삼성바이오가 91.2%를, 바이오젠이 8.8%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으나 콜옵션 현실화로 바이오젠은 언제든 41.2%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상태가 열렸다는 뜻입니다.”

 

증선위와 검찰의 판단 착오

콜옵션 지배력 변경되면 보유지분 평가익 ‘자산 반영’ 필수

홍 교수의 설명을 알기 쉽게 풀이해 보겠습니다. 

2015년 9월, 12월 에피스 바이오시밀러 2종 국내 시판 허가→에피스 기업가치 급등→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내가격’ 상태 실현(콜옵션 잠재적 의결권 발생)→에피스 지배력 변동→삼바, 에피스 종속기업에서 제외(지분법상 관계사로 변경)→삼바, 바이오젠 콜옵션 ‘부채’로 계상(동시에 삼바 보유 지분 만큼의 평가이익도 ‘자산’에 반영)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증선위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칩니다.

이들이 놓친 건 [K-IFRS 규정상 피지배기업 지배력에 변경사유가 발생하면, 콜옵션 금융부채 계상과 함께 보유 지분 만큼의 금융자산도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콜옵션 부채 반영해도 ‘자본잠식’ 가능성 無

삼바 보유 지분, 언제나 바이오젠보다 앞서

모두가 알고 있듯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보유 지분은 삼성바이오가 앞섭니다. 바이오젠이 최대치로 지분을 끌어올려도 ‘50%-1주’가 한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1주의 마법’이 시작됩니다.

삼성바이오의 보유 지분이 바이오젠보다 높게 설정돼 있기 때문에, 바이오젠 콜옵션(41.2% 상당)을 ‘금융부채’(평가손실)로 계상해도,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 상당(50%+1주)의 ‘금융자산’(평가이익)이 언제나 ‘금융부채’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자본잠식 우려해 분식회계? K-IFRS 오해한 주장”

홍 교수의 이어진 설명입니다.

“삼바와 바이오젠 간 합작 계약에 따르면 콜옵션 행사 후 바이오젠의 지분은 ‘50%-1주’가 되고 삼바는 ‘50%+1주’가 되며, 총회의결 최저 지분율은 52%입니다. 이사 동수 추천권도 콜옵션 행사와 함께 발효됩니다.

이 조건 하에서 삼바는 에피스에 대한 단독 지배력을 무조건 상실한다고 봐야 합니다.

삼바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보고 연결 회계를 해왔지만, 2015년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해 지분법 회계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K-IFRS에서는 지분법 회계 변경이 있는 경우 종속회사를 처분하고 관계회사를 새로이 취득한 것으로 봅니다. 후속 절차로 에피스의 금융자산과 금융부채를 공정가치로 평가해 회계처리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콜옵션 부채를 숨길 목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거나, ‘콜옵션 부채로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질 위험이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식의 주장은 K-IFRS에 대한 완전한 무지의 소산입니다. 

K-IFRS는 콜옵션으로 인해 지배력이 변동되는 경우 금융부채의 회계처리 외에도, 회계변경(연결회계<->지분법회계)으로 인한 금융자산(평가이익)을 동시에 회계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2015년 삼바 지분법 회계 변경’은 K-IFRS를 충실히 따랐다는 면에서 정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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