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두번째 증인신문... 檢, 연결고리 입증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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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두번째 증인신문... 檢, 연결고리 입증 실패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5.3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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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16차 공판... 인사지원그룹 직원 신 모씨 증인 출석
"노조파업에 합법적 '직장폐쇄' 검토… 폐업은 협력사 사장 결정" 증언
"QR팀, 노조와해 위한 조직 아냐… 대규모 파업사태 대응 위한 차원"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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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에 대한 직장폐쇄나 폐업 방안은 누가 결정합니까?”

“협력업체 사장입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와해 의혹' 16차 공판에서, 검사의 질문에 삼성전자 인사팀 인사지원그룹 직원 신 모씨가 답한 내용이다. 피고인 신분인 신씨는 검찰이 삼성전자로부터 압수한 문건 중 일부를 작성한 실무자이자, 삼성 노조와해 전략의 핵심 부서로 의심받고 있는 ‘QR팀’ 조직구성을 설계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 QR팀이 삼성전자 본사와 삼성전자서비스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노조비율이 높은 해운대·아산 협력사 폐업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삼성이 노사전문가인 송모씨의 자문을 통해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노조와해를 획책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QR팀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노조와해 전략을 수립하거나 이를 각 계열사 및 협력사에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노조 파업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문건에 나온 내용이 실제로 이행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신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삼성전자 본사와 삼성전자서비스, 각 지역 협력사로 이어지는 조직적 노조와해 연결고리를 집요하게 추궁했지만 의미 있는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다. 
 
신씨는 “QR팀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와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2014년 당시 진행된 강경 파업에 대응하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QR팀을 구성해 협력사 노조문제에 관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2013년도에 대규모 파업이 있었는데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삼성을 방문해 ‘직접 해결에 나서라’고 한 바 있다”며 “파업 사태가 커지기 전에 인력을 선발해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삼성전자서비스에는 노무사가 한 명밖에 없어 인력지원 요청이 있었다”며 “파업에 대한 내용은 현장에서 파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인력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있는 수원으로 내려보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협력사 폐업을 기획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 오히려 만류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핵심 쟁점 중 하나인 해운대 협력사 폐업 과정이 삼성 측의 치밀한 시나리오대로 이뤄진 것인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해운대 협력사 사장은 폐업 사유에 대해 “지속적인 운영손실과 건강문제, 노조와의 신뢰 상실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검찰은 ‘직장폐쇄 실시 계획 문건’과 ‘직장폐쇄·폐업 방안 비교 문건’ 등을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 문건에는 해운대 협력사 노조 파업 시 직장폐쇄 방안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씨는 “노동법 교과서에는 노조 파업에 대해 사용자가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으로 ‘직장폐쇄’가 있다고 기재돼 있다”면서 “목장균 전무와 최평석 전무가 회의에서 폐쇄와 폐업을 혼동해 무의미한 논쟁을 벌여 제가 비교 정리한 문건을 작성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협력사 폐쇄 방안을 검토한 후, 폐업 방안까지도 검토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폐쇄 방안만 검토를 했다”며 “이후 해운대 협력사 사장이 폐업의사를 밝히면서 폐쇄 방안이 무의미해졌다”고 답했다. 

협력사 폐업 문제를 무슨 이유로 삼성전자 본사에서 검토했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협력사가 폐업하면 금속노조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에서 위장폐업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 때문에 노무법에 나오는대로 직장폐쇄를 할 것인지, 협력사 사장의 판단대로 폐업하도록 할 것인지 내부적인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삼성이 노조 비율이 높은 협력사를 의도적으로 폐업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고용불안감을 갖도록 만들어 내부 동요와 투쟁동력 상실을 유인했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그러나 협력사 폐업을 삼성전자서비스 측에서 만류했다는 사실은 검찰 주장에 모순을 더하는 부분이다. 신씨는 증언에서 “당시 협력사 사장들이 폐업 의사를 밝혔고, 삼성전자서비스 측에서 어떻게든 만류하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노조의 반발을 유발하기 위해 폐업을 시켰다는 주장은 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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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문단 회의는 의사결정 위한 자리 아냐… 노조세력 약화 방안 발표 없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QR팀 직원 등이 참여한 자문단 회의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사내 노사전문가이자 자문위원인 송모씨가 이 회의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송씨를 노조와해 전략의 실질적인 설계자로 판단하고 있다. 

신씨는 증언에서 “자문단 회의는 주 1회 정도 모여 파업 대응 진행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지 의사결정을 내리는 개념이 아니었다”며 “대리 직급인 직원도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회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위원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은 후 본인 의견을 얘기했다. 검토라기보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신씨에 따르면, 자문단 회의에서 나온 내용은 문건으로 작성됐다. 송씨가 작성한 일부 자료에 대해서도 각 참석자들 간 공유가 이뤄졌다. 여기에는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자료도 포함됐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송 씨가 작성했다는 ‘소진전략’ 관련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단체교섭 지연 등 노조의 투쟁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는게 검찰 측 판단이다.

하지만 단순히 문건 작성만으로는 부당노동 혐의가 성립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은 실제 자문단 회의에서 해당 문건의 발표와 조직적 지시가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신씨와 송씨 등은 해당 문건이 자문단 회의에서 발표된 자료가 아니라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신씨는 증언에서 “송 위원이 보내준 자료 중에는 발표하지 않은 자료도 있다. 문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다 자문단 회의에서 발표된 자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송씨도 “해당 문건은 제가 작성했지만, 당시 부친상을 당해 발표는 하지 않았다”며 “QR팀에 설명과 함께 문서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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