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조 시장 먹겠다"... 이재용의 야심찬 비메모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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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조 시장 먹겠다"... 이재용의 야심찬 비메모리 전략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5.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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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133조 투자... "10년후 글로벌 1위 목표"
메모리 '초격차' 유지하면서 비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반짝 했던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어닝서프라이즈’ 행진을 이어갔던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눈을 돌렸다. 올해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실적에서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며 ‘비상’하겠다는 목표다.  

16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12개 삼성 비금융 상장사의 올 1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 합계는 총 7조7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6조2333억원으로 전체의 88.1%를 차지했지만, 95.5%에 달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4% 하락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삼성전자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76.3%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매출액 비중은 1년 만에 72,4%(72조3252억원 중 52조3855억원)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익이 줄어든 이유는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 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8Gb DDR4 준)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8.19달러(약 9547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4월 기준 4달러(약 4663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4개월 연속 하락세에다 전월과 비교해서도 무려 12.28% 급락한 것이다.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의 4월 고정거래가격 역시 3.98(약 4645원)달러를 기록해 4.11달러였던 전월 대비 3.16% 하락했다. 5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업계 일각에선 하반기에 이르러 낙폭이 줄어들고 반등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장담하긴 이르다.

삼성전자의 전체 사업 실적에서 반도체 사업부가 차지하는 영업익 비중은 무려 70% 이상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따라 삼성전자의 실적도 출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슈퍼 호황’을 구가했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해에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악화일로’에 처하면서 삼성전자도 반도체 사업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3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TB투자증권은 올해 전세계 비메모리 시장 규모가 3457억달러(약 411조37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D램 기준)에서 이미 48% 점유율로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 133조 투자 '시스템 반도체 비전2030'… 글로벌 1위가 목표

삼성전자의 전략은 명확하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중국 등 후발업체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승부수’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133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2030’ 계획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2030’은 10년 뒤인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에는 73조원, 생산시설확충에는 60조원 등 총 133조를 쏟아 붓는다. 채용되는 전문 인력만 1만 5000명 수준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보유한 시스템반도체 인프라·기술력 공유를 통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와 디자인하우스(설계 서비스 기업) 등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 

삼성전자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와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42만명의 간접고용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공략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에서 차세대 3나노 공정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GAE(3나노 Gate-All-Around Early) 공정은 현재 최신 양산 공정인 7나노 핀펫 대비 칩 면적은 45%, 소비전력은 50% 줄어들고, 성능은 약 35%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독자 기술인 MBCFET(Multi Bridge Channel FET)를 통해 팹리스 고객사에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할 계획도 밝혔다. 

MBCFET는 기존의 가늘고 긴 와이어 형태의 GAA 구조를 발전시켜 종이처럼 얇고 긴 모양의 나노 시트를 적층하는 방식이다. 기존 설비와 제조 기술을 그대로 활용 가능하면서도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미지 센서도 빼놓을 수 없다.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리면서 보다 고해상도의 성능을 갖춘 이미지 센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GW1'과 4800만 화소 '아이소셀 GM2'를 공개했다. 글로벌 이미지센서 점유율 1위인 일본 소니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 제품에는 빛 손실을 줄여 색 재현성을 높이는 ‘아이소셀 플러스’ 기술과 함께, 감도를 4배 높여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테트라셀' 기술이 적용됐다. 

한편,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재용 부회장의 과감한 경영 전략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 혁신과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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