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도 가입 환영"... 웃픈 어린이보험 유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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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도 가입 환영"... 웃픈 어린이보험 유치 경쟁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05.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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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어린이 수요 줄자 가입자 대상 20세→30세로 늘려
메리츠·DB손보 이어 삼성·한화·현대도 합류... 상품 본질 퇴색
사진=메리츠화재
사진=메리츠화재

손해보험사들이 어린이 보험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가입 나이를 기존 20세에서 30세로 늘리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저출산으로 어린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DB손보와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현대해상·KB손해보험·흥국화재·롯데손보·MG손보 등 주요 손보사가 어린이 보험 가입 가능 나이를 30세로 상향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 보험을 성인에게도 팔기 시작한 곳은 DB손보와 메리츠화재다. 두 보험사는 지난해 4월 가입 가능 연령을 20세에서 30세로 올렸다. 외부 판매조직인 독립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사회초년생을 파고들었다.

보험업계 실적의 잣대는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의 첫 보험료)다. 메리츠화재 어린이 보험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2분기 39억원에서 올 1분기 82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신규 가입자의 30% 이상이 20~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DB손보 역시 연령 상향 이후 월간 초회보험료가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달에는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와 한화손보도 합류하면서 점유율 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어 어린이 보험 시장의 오랜 강자인 현대해상도 3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어린이보험 상품을 추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현대해상이 2004년 내놓은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은 지난해까지 323만 건, 1757억원어치 팔렸다.

어린이 보험은 성인용 상품보다 보험료가 통상 20%쯤 저렴하다. 3대 질병인 암·뇌·심장질환을 포함해 성인보험에 들어있는 웬만한 보장을 100세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망보험금, 간병자금 등은 빠져 있고, 보장을 추가할수록 보험료가 많이 올라 성인보험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잇달아 어린이 보험 가입자 확대에 나서는 것은 저출산 영향으로 어린이 보험의 잠재적 수요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 보험이 주력 상품은 아니지만, 어린이 수요가 줄어든 만큼 가입자 연령층을 확대해 고객 수를 늘려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출생아 수 변화요인 분석과 장래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2042년 23만5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통계청에서 내놓은 가장 비관적인 전망인 장래인구전망 저위추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의 최근 저위추계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034년 30만선 아래인 29만5000명으로 떨어지고 2024년 24만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합계출산율은 2021년 1.1 이상을 기록하고 2025년 1.07로 떨어진 후 2050년까지 1.1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품의 본질을 벗어나 과열 경쟁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어린이’일 뿐, 가입자 나이를 확대하면서 상품 본질이 퇴색되고 있다”며 “무리한 영업은 향후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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