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점포 무상임대... 청년가게 들어서니 상인 의식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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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점포 무상임대... 청년가게 들어서니 상인 의식도 변화"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0.10.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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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인왕시장 이재석 상인회장 인터뷰
빈 점포 무상임대… 청년들 '희망가게' 입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이재석 상인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1960년 홍제천 주변 뚝방시장으로 시작한 인왕시장은 1972년 정식시장으로 등록됐다. 서울 서북권의 대표적인 채소 도매시장이다. 350개 점포 중 100여개의 농산물 판매업소가 있는데, 농산물을 직접 조달해 신선하고 싸고 품질이 우수하다.

'착한 가격'으로 때로는 대형마트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점포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은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시장 한 켠에는 여느 전통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 모래놀이 카페,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커피전문점, 설치미술 작품 전시 공간, 컵케이크 판매점…. '희망가게'다.

서대문구 인왕시장 이재석 상인회장은 "이쪽 골목에 빈 점포들이 늘어나면서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지금은 깔끔하게 새 점포가 들어오니 시장 전체가 환해졌다. 젊은이들이 많이 들락날락하니 분위기도 달라졌다. 새 점포들이 점점 홍보가 되고 자리를 잡으면 시장과 함께 다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전통시장과 사회적기업이 함께 살 수 있는 이색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 인왕시장 내 비어있던 점포를 새로 단장해, 청년창업가와 사회적기업, 예비사회적기업에 무상 임대했다. 4개월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건물주는 점포당 월 200만원 가량인 임대료를 2년간 받지 않겠다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구는 입주를 희망한 20여개 업체 가운데, 사업 전망이나 기존 점포 판매 품목과 중복여부, 전통시장에 문화적 향기를 더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8곳을 선정했다.

입점 업체들은 청년 사회적기업가답게 당장의 수익보다 지역사회와 공생을 목표로 했다. 바리스타를 양성하며 커피를 파는 '자리 커피전문점'은 저소득층 청소년을 커피나 빵 전문가로 키울 계획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어린이 모래놀이 카페'죠. 장을 보러 온 주부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어요."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도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벌써부터 상생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성원 샤론플라워 점장은 "시장 상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고객에게 입소문도 내줘 수입이 꽤 된다.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전통시장 상인들과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은 소통을 통한 상생을 꾀하고 있다.

'희망가게' 뿐만 아니라 빈 점포를 '갤러리'로 활용한 곳도 있다. 설치미술을 전공한 청년 예술가들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스페이스 플러스'라는 갤러리를 오픈한 것이다.

심설희 디렉터는 "상인들과 친해지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냉커피를 타드린다. 커피 잔에 상인들의 코멘트를 받아 그것을 다시 설치미술로 전시하고 있다. 상인들은 자신이 마신 잔이 작품이 되는 것을 즐거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갤러리가 상인이나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 등 누구나 와서 문화를 즐기는 휴식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동무료배송센터도 개관했다. 배송센터에서는 당일 3만원 이상이나 10㎏ 이상 물품을 구입하면, 시장 반경 2㎞까지 무료 배송해준다. 홍제, 홍은, 연희동은 물론 종로구 세검정, 은평구 녹번동까지 가능하다.

이 회장은 끝으로 "한 울타리 안에서 가족처럼 어울리고 소통할 자리가 생겨 너무 감사하다. 현대화가 다가 아니다. 상인들의 의식이 변해 전통시장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우리 인왕시장 사례가 빈 점포 활용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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