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어 ‘구제역’까지 소상공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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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어 ‘구제역’까지 소상공인 비상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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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닭, 계란, 굴, 육류 등 소비 심리 '꽁꽁' 얼어붙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위에 또 겹쳤다.

지난해부터 김영란법,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 알 밴 생선 어획 금지, 노로바이러스(굴)에 이어 지난 5일 구제역까지 발생했다. 소상공인들은 5연타의 악재를 맞았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더 이상 나올 질병도 없다’라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한탄이다.

구제역이란 애프도바이러스(Aphthovirus)라는 원인을 통해 발생되며 소, 돼지, 염소,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인 ‘우제류’에서 나타나는 전염병이다. 다 자란 가축의 경우 치사율이 높지 않지만 어린 가축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당국은 고기와 우유를 먹어도 사람에게는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냉각된 소비 심리를 녹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가 않아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장관은 최근 경기도의 한 도축장을 방문해 내.외부 소독 및 축산차량에 대한 소독을 직접 시연했다. 방역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시됐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문제 생길까...옆집도 못가”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젖소 사육농장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왔다. 지난해 사라진 뒤 11개월 만에 재발했다. 구제역이 나온 농장에서는 기르던 젖소 195마리는 모두 살처분 했다. 해당 기초단체에서는 사육 농가의 5만5,000마리 가축에 긴급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이후 전북 정읍의 한우 농가에서도 구제역 확정 판정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는 지난 7일까지 전국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 관련 축산인, 축산시설, 차량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를 시행했다.

“농사지으러 가야 하는데, 함부로 다니질 못하고 있다. 특히, 소를 키우는 옆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있다. 만일 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 되지 않느냐.”(전라남도 나주 나윤선 씨)

나 씨는 농업인이다. 부업으로 15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근처 동료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소와 돼지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최근 들어 서로 전화 안부만 묻고, 만나질 않고 있다. 동선도 엇갈리게 만들거나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일을 한다. 구제역으로 소들에게 문제가 생길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정릉의 한 전통시장의 정류점 상인 김모점 씨는 구제역 발생 소식이 전해진 후 매출이 70%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무엇을 어쩌라는 건지 정말 미치겠어요. 한 20~30%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70%가 떨어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저희는 문 닫아야 합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소고기 전문점 사장은 “어쩌겠어요. 힘들겠지만 참고 기다려야죠. 보통 하루에 70팀 정도를 받았어요. 지금은 20팀 정도 받고 있어요.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로 와서 먹는 편이고, 저녁 3~4인 가족 외식이나 회사 회식팀은 구제역 이후 한 팀도 받지 못했어요. 객단가가 낮아졌고, 매출도 급감한 상태예요”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순대와 우유, 곱창 같은 2차 식품의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이혜림 씨(35, 회사원, 임신 중)는 “질병에 걸린 고기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걱정이 된다. 물론 정부가 안전하다고는 하나 ‘만에 하나’라는 말이 있으니 당분간 구제역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는 곱창과 우유, 고기 육수 등이 들어간 음식을 기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선형 씨(35, 자영업자)는 “열을 가해 조리를 하면 안전하다는 정부의 설명을 믿고 먹긴 하겠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 농림축산식품부 “먹어도 인체에는 무해해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에 걸린 고기를 먹어도 사람에게는 문제 될 것이 없다. 구제역은 가축에서 사람으로 옮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 무엇보다 구제역 발생지의 육류는 유통되지도 않는다.

만에 하나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고기를 먹더라도 50℃ 에서 30분 이상만 가열을 하면 ‘균’은 죽는다. 게다가 고기가 유통될 때 산도가 낮아지면서 구제역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어렵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는 멸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150℃ 이상에서 멸균하는 ‘멸균우유’뿐만 아니라 일반 우유도 90℃ 이상에서 멸균하는 과정이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76℃ 이상에서 7초간 가열하면 파괴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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