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화재공제 '정상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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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화재공제 '정상화' 시급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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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 없이 사업 진행, 위원 위촉 권한 중기청에 집중

중소기업청(청장 주영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시장 김흥빈)에서 추진 중인 전통시장 화제 사업이 자본금 ‘0원’ 논란에 이어 사업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그동안 손해보험사들은 시장 점포의 높은 화재율을 이유로 상인들의 보험 가입을 기피해 왔다. 하지만 중기청과 공단은 지속적인 추진 끝에 올해 초부터 전통상인 화재공제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 기세를 몰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주영섭 중기청장까지 나서 대구 서문 시장의 피해를 예로 들며 화재공제 사업에 대한 홍보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추진 속도만 내다보니 사업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제운영위원회가 없다는 점이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단은 공제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통시장 화재공제의 운영 방법‧절차 및 공제계약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공제운영요강으로 정해야 한다.

즉, 화재공제 사업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운영회의 심의를 거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취재 확인 결과 운영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위 없이 자의적으로 운영요강을 만들어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취재가 들어가자 “1월 중으로 운영위를 구성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단은 공제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제운영요강으로 정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운영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전통시장 화재공제 홈페이지 캡처.

운영위원회 위촉 문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공제금은 시장 상인들이 내는데, 현행법상 위원회 위원 위촉 권한이 중기청에 몰려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상인회 임원은 “십시일반 상인들이 모은 돈으로 운영될 공제보험인 만큼 상인들에게도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권한을 줘야 한다”며 “어떤 식으로 돈이 운영되는지 상인들도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통시장 특별법을 살펴본 결과 운영위 위원 위촉 권한은 중기청이 전부 갖고 있었고, 시장 상인들의 위원 위촉 권한은 없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공제운영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1명 이내로 위원을 구성할 수 있고, 위원장은 공단 이사장이 맡는다.

위원회의 위원은 △중기청 3급 공무원 △전통시장 및 공제조합 관련 고위공무원이다. 그 밖에 △보험·금융·법률 분야 3년 이상 종사자 △공제조합 관련 업무 5년 이상 종사자는 중기청장 추천 하에 위촉된다. 임기는 2년이며, 두 차례 연임 가능하다. 사실상 중기청이 11명의 위원을 위촉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사업이 커지면) 그 때가서 전국상인연합회 등 상인 관련 기관을 통해 상인 쪽 대표를 임명할 수 있다”며 “결산내역을 공시하는 등 투명하게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보험 영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공단 관계자는 노래방부터 콜라텍까지 전통시장 내 점포라면 누구나 공제 보험에 가입이 가능하고, 요율 또한 변하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과대광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보장성 화재보험이라 할지라도 업종에 상관없이 전통시장 내 점포라면 가입이 가능하고, 요율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에는 불과 전기를 사용하는 업종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는데, 요율 변동도 없이 전통시장 상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입을 받아주기에는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공단은 오는 18일까지 공제보험 상담사(설계사)를 모집 중이다. 이들이 구해지는 대로 빈틈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콜센터 운영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공단은 지난 9일부터 전통시장 화재공제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가입을 받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과 함께 온라인으로 가입을 시도해 봤다.

가입 과정에서 ‘기둥 판별’, ‘지붕 종류’ 등 일반인의 상식으로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나타났다. 홈페이지에 있는 콜센터(1357)로 가입 과정을 문의했다.

하지만 상담원은 상담 전화가 오자 공단 전화번호를 알려주기 급급했다. 콜센터 상담원은 “전통시장 화재공제 사업 관련 문의는 공단에서 맡기로 했다”며 상담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뒤늦게 알고 보니 1357번은 중소기업통합콜센터의 번호였고, 공제 가입 문의를 공단으로 넘겨주는 업무만 담당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상황이어서 교육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콜센터를 통한 상품 내역, 가입 절차 문의를 상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 빠른 시일 내에 화재공제 전용 콜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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