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반도체 新 황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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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반도체 新 황금시대”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7.01.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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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이자 기회… 경쟁력 확보 관건
SK하이닉스의 청주 공장. 23만4000제곱미터에 오는 2019년 6월까지 반도체 공장 건물과 클린룸이 건설될 예정이다. ⓒ SK하이닉스

“새 반도체 공장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위한 회사의 핵심기지가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도래한 적기에 공장이 건설될 수 있어 기쁩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전 방위적 기술과 문화의 혁신은 반도체 시장의 격변을, 이는 다시 새로운 기술을 촉진하며 성장의 사이클을 끊임없이 회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70%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약진에서도 감지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매출이다. 앞서 스마트폰 판매의 부진에도 불구,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한참 웃돈다.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9조2,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된 실적은 당초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금액보다 1조원 이상 앞선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일대 ‘사건’으로 부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른바 ‘메모리 황금시대의 도래’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예시로도 회자된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 성장 곡선. 2012~2019년 까지의 그래프를 보면 급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가트너, 단위=십억 달러). ⓒ 시장경제신문

일반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변동성과 부침이 커 예측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최근의 반도체 호조세가 ‘4차 산업혁명’의 영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산업의 수요처가 점차 소형화, 개인화되고 있으며 특정 주력 제품에 집중되기보다 모든 전자기기에 반도체 칩을 적용하는 개념으로 기기별 요구 특성이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스마트TV, LED 조명 등 사물인터넷(IoT) 관련 반도체 수요도 오는 2020년까지 435억 달러로 연평균 33%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태규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을 유도한다”며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 자율주행 등 신기술과 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 증가는 필연적이다”고 밝혔다.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의 안정적인 처리와 빠른 전송 등은 반도체 기술의 향상에 따른 결과이자, 이는 다시 더 많은 반도체 수요를 이끈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 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도체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에게 호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물인터넷 관련 반도체 변동 추이(자료=가트너) ⓒ 시장경제신문

실제 작년 국내외 반도체 시장은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가상현실(VR) 등 신규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제 막 등장한 기술들은 향후 상용화 여부에 따라 지속성이 판가름 되겠지만 반도체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시장의 발견은 곧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촉발하는 주된 요소들은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자동차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헬스케어 ▷드론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생체인식 ▷인공지능(AI) ▷가상화폐 블록체인 ▷사이버 보안 등이다. 모두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신기술과 트렌드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반도체산업협회의 이치우 본부장은 “IoT와 VR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은 결국 이를 어떻게 제어 및 구현 하느냐로 귀결된다”며 “이는 결국 반도체 기술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경주 미래경영전략연구원장은 “제 2의 반도체 황금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 원장은 “반도체 호황 사이클은 이미 시작됐다”며 “향후 5G 표준이 마련되면 4차 산업혁명으로의 돌입이 급속도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급격한 반도체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반도체 시장이 개인 컴퓨터(PC)와 인터넷 저변 확대로 급성장했다. 향후 도래할 제2의 반도체 호황은 혁신적인 무선통신, 즉 5G를 바탕으로 증강현실과 빅데이터 등의 안정적인 제어가 관건이 될 것이다. 반도체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리란 것은 자명하다.”

DRAM(왼쪽)과 NAND(오른쪽)의 향후 시장 전망. 막대는 출하량이고 선은 시장규모를 의미한다(자료=가트너). ⓒ 시장경제신문

▶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비메모리 시장 겨냥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예상되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 메모리의 아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속속 감지된다. 우선 기존의 DRAM 업계 경쟁력을 결정하는 ‘공정 미세화’ 경쟁만으로는 향후 제품 차별화의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메모리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메모리 주력 제품의 공급 초과와 가격하락 등 급심한 환경 변화가 예상된다.

비메모리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인텔은 마이크론과 함께 3D X-point로 메모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35~55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 다롄에 메모리 생산시설도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의 추격도 예사롭지 않다.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은 자급도 향상을 위해 1,200억 달러를 들여 대규모 반도체 산업 육성을 펴고 있으며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반도체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발표한 반도체 전망 보고서는 그러나 “인텔과 마이크론의 3D X-point 등 이른바 ‘차세대 메모리’는 생산 단가 및 시장 입지 등이 불안해 기존의 DRAM 및 NAND 시장에 위협적이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도전에 대해 이치우 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메모리 시장은 고도화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며 “중국이 단기간에 국내 기업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대만을 비롯해 중국이 향후 메모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 시장이 맞물려 있는 만큼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IoT와 VR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어떻게 제어 및 구현 하느냐는 반도체 기술에 달렸다. ⓒ 픽사베이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규모가 지난 2012년 3,086억 달러에서 연평균 4.9%씩 성장해 작년에는 3,90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2015년 기준 메모리와 비메모리 시장의 비중은 각각 24%와 76%로 나타났다. 이렇듯 시장규모가 큰 비메모리 시장에 대해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취약한 게 사실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은 뒤쳐져있다”며 “현 시점에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도 월드클래스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메모리 분야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중국이 급격히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중국 내 거대한 수요시장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전략은 ‘품목 다변화’다.

당장은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비메모리 분야 위주로 양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점차 SoC 등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분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SoC는 특히 빅데이터를 다루는 애플리케이션과 각종 기기에 사용되며 그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정받고 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은 반도체 산업을 새로운 황금기이자 무한 경쟁 시대로 이끌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누가 기존 반도체의 틀을 벗어난 차별화를 이뤄내는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반도체 산업의 신 황금기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존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비메모리 및 차세대 반도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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