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새로 지어주니 마트에 팔아먹어?
상태바
시장 새로 지어주니 마트에 팔아먹어?
  • 김원석 기자
  • 승인 2016.06.22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 상인 쫓아내는' 전통시장 정비사업?
 시설 현대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서울시의 ‘전통시장 정비사업’이 뜻하지 않게 기존 상인들을 내쫓고, 정비사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안겨주는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정비사업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특별법)에 따라 2016년까지 노후한 전통시장 시설을 정비하고, 3000㎡ 이상의 대규모 점포를 포함한 건물을 짓는 것이다.

기존 전통시장을 유지하면서 시설 등을 개선하는 중소기업청의 시장 현대화 사업과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의 사업이다.

서울시가 지난 1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비사업이 완료된 시장 47곳 중 장안·보문·삼양·도봉·상계중앙·성산·송화·삼성종합 시장 8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기존 상인의 재입점률은 평균 5.6%(483명 중 27명 재입점)에 그쳤다.

특히 동대문구 장안시장은 기존 상인 100명 중 재입점 상인이 한 명도 없었다.
재입점률이 가장 높은 강남구 삼성종합시장도 10%(50명 중 5명 재입점)에 불과했다.

이는 정비사업으로 2~3년 동안 영업을 못하는데다 건물 신축으로 임대료가 올라 영세상인들의 재입점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정비사업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통시장특별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시장 정비사업 시행자는 사업을 위해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 올해 말까지 취득세 면제와 5년간 재산세 50% 감면, 신축 건물의 과밀부담금 50% 감면 등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 최근 5년간 ‘시장정비사업에 따른 지방세 감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비사업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40개 시장에 대해 감면해준 지방세는 총 216억8,957만원으로 집계됐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74개 시장 중 7곳은 주상복합 등 고층 건물이 들어서 71억8458만원의 과밀부담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시장은 재입점한 상인이 하나도 없다. 가게 세가 워낙 비싸고 상권 형성이 안 되니까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냐. 상권 보장해달라고 보증금 돌려달라고 시위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결국은 쫓겨난 꼴이 됐다.”
-장안시장 상인 최만복 씨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시장 정비사업이 오히려 전통시장을 없애려고 만든 사업 같다. 처음 취지에 걸맞는 정책이 시급하다.”
-도봉시장 상인 김순자 씨

대부분 사업이 점포규모는 법정기준(3000㎡)에만 위배되지 않게 최소화하고 공동주택 면적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이뤄져 사업시행자들에게 개발이익을 안겨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표본조사한 8곳을 보면 판매시설 면적은 3만8986㎡로 공동주택 면적(9만2306㎡)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완료 후에는 전통시장의 기능과 모습은 사라지고, 고층 주상복합건물만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성북구 보문시장의 경우 공동주택 면적(1만9635㎡)이 점포 면적(3479㎡)보다 5.6배나 컸다. 공동주택을 짓지 않고 고의적으로 판매시설과 주차장만 신축한 강북구 삼양시장의 사례도 있다. 이 시장은 시장정비 이후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에 매각됐다. 전통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대형마트로 변신하도록 도와준 꼴이다.

“시장정비사업을 추진한 지 올해로 17년째이고 관련법이 2016년에 폐지되는 한시법인데, 서울시가 기존 상인의 재입점률이나 사업효과를 따져보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장환진 도시계획관리위원장

“시장 정비사업은 현대화 사업과 달리 시장 기능을 이미 상실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상인들의 재입점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향후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 개정 건의 등을 준비하고, 임대료 할인과 우선입점권 부여 등 상인 보호대책을 강구하겠다.”
-서울시 도시정비과 관계자

[2012.12.28 15:33:33]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