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성바이오 수사, '이재용 상고심'에 영향 줄 가능성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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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삼성바이오 수사, '이재용 상고심'에 영향 줄 가능성 매우 낮다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5.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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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이 부회장 상고심 앞두고, 삼바 수사와의 관계 주목
삼바 수사, 이 부회장 사건 쟁점 중 ‘부정한 청탁 여부’와 연결
상당수 언론 “검찰 수사가 상고심에 부정적 영향 줄 수 있다” 추측
검찰 수사정보 유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 위험 높여
사실관계 판단은 원심 고유권한...대법원 판례도 인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이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연관성이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건은 올해 2월11일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13명이 사건 쟁점을 집중 심리하고 있다.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은 지난해 2월5일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직후부터 제기됐다. 그만큼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이 중요 혐의에 있어 판단을 달리하거나, 경제·사회적으로 비중이 중대한 사건, 법리 다툼의 여지가 많은 사건 등은 통상적으로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된다. 전합 사건에는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한다. 대법관은 정원이 13명이지만,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하는 인사는 재판업무를 보지 않는다.

상고심이 다룰 이 사건 주요 쟁점은 대략 7가지 정도이다.

◆이재용 부회장 상고심 주요 쟁점 6가지...‘부정한 청탁 존재 여부’ 판단 변수 

이를 정리하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묵시적이지만 ‘부정한 청탁’을 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삼성 측이 최순실 모녀에게 지원한 마필 3마리의 소유권 이전 여부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국외재산도피죄 인정 여부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대한 후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항소심 재판부가 부인한 ‘제3자 뇌물죄’의 성립 여부 ▲이 사건 뇌물죄의 성격을 ‘요구형’ 혹은 ‘청탁형’ 중 무엇으로 볼 것인지 등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항소심 재판부와 법리 판단을 달리한다면 이 사건 최종 결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쟁점 가운데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는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란 점에서, 전원합의체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상고심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전원합의체가 위 쟁점에 대해 항소심과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상고심 판단의 적정성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법률심인 상고심이 ‘채증법칙 위반에 따른 사실오인’을 이유로 원심인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배척한다면, “대법원이 스스로 법적안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와도 관련이 있다.

◆수사 정보 언론에 흘리는 검찰...마녀사냥식 여론재판 초래  

최근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수사 과정을 설명하면서, ‘삼성 측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거나 ‘삼성바이오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사들이 진술을 번복했다’는 식으로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

검찰의 수사 정보 유출은 피의자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을 유인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두 사건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은 2년 전 출범한 박영수 특검을 통해 구체화됐다.

◆검찰의 기본 시각 “삼바 분식회계는 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의 출발점” 

박영수 특별검사와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 사진=이기륭 기자

두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기본시각은 이렇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자회사에서 지분법상 관계사로 변경)→에피스 기업 가치 급등→삼성바이오 재무구조 개선→삼성바이오 공동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1:0.35)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이 부회장 뇌물 혐의 사건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하나의 사실관계로 묶여 있다.

특검에서 보조를 맞춘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이 삼성바이오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2부의 지휘선상에 있음을 고려할 때, 검찰의 창끝이 이 부회장을 겨누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민주당과 정의당 등 일부 범여권 인사들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사실로 단정 짓고, 이를 ‘부정한 청탁’의 출발점으로 본다.

◆‘경영권 승계작업 유무’ 판단은 사실심(원심)의 고유권한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그룹 차원의 승계작업’이 존재함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개의 특정한 사안이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됐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삼성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승계작업’이 있음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근거로 ‘부청한 청탁’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승계작업이 없었으니 부청한 청탁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부의 판단과 궤를 같이 한다. 박 전 대통령 1심과 이 부회장 사건 항소심은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부정), ‘동계영재스포츠센터 후원의 뇌물죄 적용 여부’(부정)에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반면 이 부회장 사건 1심과 박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은 상반된 테도를 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심과 다른 판단을 내리려면,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 이 경우, 대법원이 꺼낼 수 있는 방안은 ‘채증법칙 위반에 따른 사실오인’이 사실상 유일하다.

실제로 대법원은 형사 상고심에서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사건을 파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대법원의 이런 관행은 형사소송법이 상고이유를 엄격하게 ‘열거’한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검찰의 삼바 수사, 대법원 판단에 영향 줄 가능성 낮아 

상고심은 ‘법률심’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원심 법원의 사실관계 판단에 상당한 의문이 있어도, 그 판단이 ‘자유심증주의’(형사소송법 308조)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다시 살피지는 않는다.

법률심은 피고인의 행위를 유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만을 따진다. 대법원은 이를 통해 판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책무를 진다.

우리 판례는 단순한 사실오인을 형사 재판의 적법한 상고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원심 재판부의 사실관계 판단이 증거법칙과 논거법칙 상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사실오인’은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1755호 / 대법원 2006.10.19. 선고 2005도3909호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이 이 사건 쟁점 중 하나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리려면, 적어도 ‘채증법칙 위반’이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함을 법리적으로 밝혀야 한다.

형사소송법이 인정한 상고이유는 다음의 4가지이다.

제383조(상고이유) 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
1.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2. 판결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
3.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
4.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사정을 종합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 수사가 대법원 상고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변수는 있다. 전원합의체가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법리 판단을 달리해,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경우다.

대법원 법정 입구. 사진=시장경제DB.

◆파기환송심 열리면, 검찰 수사 영향 줄 수 있어 

파기환송심은 성격상 사실심이므로,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단, 공판에 영향을 줄 검찰 수사 결과는 박영수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기존 수사기록 및 증거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어야 한다. 이미 박영수 특검은 삼성바이오 이슈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의 하나로 보고, 상당한 양의 자료를 법원에 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은 특검의 수사보고서를 근거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삼성 측이 대규모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을 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달 23일 다섯 번째 속행기일을 열고, 이 부회장 사건 쟁점을 정리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건 역시 대향범(對向犯) 관계에 있으므로 같이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향범 : 둘 이상의 행위자가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 필요적 공범의 일종으로 회합범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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