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부담 1도 안주고 임플란트비 내린 정부, '건보료' 올려 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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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부담 1도 안주고 임플란트비 내린 정부, '건보료' 올려 땜빵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4.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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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임플란트 본인부담률 50%→30% 인하, 정부 “문케어 성과”
낮아진 부담만큼 건강보험 급여비 증가→건보 재정 악화 초래
120만원 웃도는 의료수가 낮추면 국민-건강보험 부담 모두 감소
의료수가 인하 여부 둘러싸고, 치과 의료계 ‘분열’
지난해 8월2일, 의료수가 협상 관련 소식을 보도한 KBS 뉴스. 방송화면 캡처.

만 65세 이상 어르신의 틀니, 임플란트 시술 본인부담률을 낮춘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건보재정 악화 등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치과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어르신 틀니 및 임플란트 시술 ‘본인부담률 인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정부는 50%에 달했던 환자 본인부담률을 30%로 대폭 낮춘 결과, 국민의 의료비 지출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문재인 케어’의 성과를 적극 강조하고 있지만,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치과 의료계의 반응에는 뚜렷한 온도차가 있다.

특히 환자 본인부담률을 줄이기에 앞서 과도하게 설정된 치과 의료수가부터 조정해야 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자 본인부담률과 치과의료수가의 문제를 이해하려면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를 기준으로 임플란트 1개를 시술할 때 소요되는 총 비용은 123만원(의원급)~128만원(병원급)이다. 이를 의료수가라고 한다.

의료수가는 환자본인이 직접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비용과,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로 구성된다. 가령 환자본인부담률이 50%라면, A환자가 B치과병원에서 1개의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경우, 비용부담은 A와 건강보험공단이 각각 64만원씩 분담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의료수가는 그대로 둔 채, 환자본인부담률만 30%로 인하했다.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A가 부담하는 의료비는 약 38만원(128만원의 30%)으로 줄었다. 반면 건강보험이 B치과병원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약 90만원으로 늘었다. 환자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건보부담은 가중된다.

의료수가를 낮추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료수가를 70~80만원 선으로 조정하면, 본인부담률을 종전과 같이 50%로 해도, 환자 개인이 지출하는 의료비는 35~50만원 선이 된다. 위와 비교할 때 환자 개인의 부담은 큰 차이가 없다.

건강보험이 B치과병원이 지급해야 하는 비용 역시 35~40만원 선으로 건보 재정의 부담 역시 줄어든다. 즉 의료수가를 낮추면 국민과 건강보험 모두 부담을 덜 수 있다.

의료수가를 낮추는 경우, 치과의사들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반론도 있지만, 상당수 치과개원의들이 임플란트 1개를 식립하는 데 약 80만원 정도를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료수가 조정이 치과의사들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되레 현행 123~128만원으로 책정된 의료수가가 지나치게 높아 국민과 국가(건강보험)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합리적이다. 

과도하게 책정된 의료수가를 낮춰 국민과 건강보험 부담을 모두 덜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본인부담률만을 줄여 건보재정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치과의사협회와 네트워크치과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네트워크치과는 정부가 임플란트 본인부담률 인하 정책을 펴기 전인 2011년부터 해당 시술비용을 크게 내렸다. 네트워크치과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1년 쯤부터 임플란트 1개당 시술비용을 70~80만원대로 낮췄다. 불필요한 병원 운영비를 절감하고 의사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를 현실화하면 총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임플란트 1개 당 의료수가는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 124만원 가운데 재료대는 14~2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행위 수가료’라고 하는데 사실상 의사 인건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행위 수가료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본인부담률을 줄일 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된 임플란트 의료수가부터 바로잡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의료수가는 매년 건강보험공단과 의사단체 등이 물가인상률과 각 치료행위의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위 관계자는 “의료수가를 과다 계상한 치과의사협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강보험공단, 이를 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 모두, 건보 재정 악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트워크치과 업계의 견해가 치과의료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치과의료계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개원의들의 기본 인식은 전혀 다르다. 개원의들은 “임플란트나 틀니 등 보철분야는 풍부한 임상경험과 정확한 진단을 전제로 하는 난이도 높은 시술”이라며,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당뇨 고혈압 등 지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더 높은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개원의들은 의료수가가 과하게 책정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 3단계로 이뤄지는 임플란트 시술의 난이도와 위험 정도, 최장 6개월에 이르는 시술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행 의료수가는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 개원의는 “고령자에 대한 임플란트 시술의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의료수가를 150만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

개원의들의 주장에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변명”이란 반론이 존재한다.

치과의료계 사정을 잘 아는 의료시민단체 관계자 B는 “임플란트나 틀니 의료수가가 과도하게 책정돼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며, “치과 원장들은 한 달 평균 적어도 1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이걸 생각하면 의료수가에 대한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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