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메카 판교, 2016 창업 10대 이슈...창업 시장 완만한 성장
상태바
벤처메카 판교, 2016 창업 10대 이슈...창업 시장 완만한 성장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6.12.27 06: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한 발 늦은 조치 '반복'

올해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마찬가지로 창업시장도 격동의 한해를 보냈다.

창업자들이 증가했으나, 글로벌 경제와 내수 침체 속에서 고전해야 했다.  

자금 조달면에서 창업 시장은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렸다. 정부는 올해 벤처 투자 펀드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3년 동안 펀드 규모는 1조6,000억원(2013년), 2조6,000억원(2015년), 3조원(2016년)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속도가 다소 주춤해졌다. 이는 ‘최순실 사태’와 탄핵 정국을 비롯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는 등 국내외 혼란한 정세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등에 대한 신규 투자 규모가 소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신규 투자액은 작년의 2조 원에서 올해 2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새로이 설립된 법인도 9만여 개에 달한다. 이 중 50%는 기술기업으로, 벤처 인증 기업은 3만 여개사로 집계됐다. 기술력을 갖춘 신생 기업이 창업 생태계를 사실상 이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 한 해 동안 창업 생태계에서 주목받은 10대 이슈를 점검해본다.

▶ 벤처 ‘스톡옵션’ 법제화… 실효성 의문도

벤처기업의 ‘스톡옵션’이 법제화 돼 눈길을 끈다. 벤처법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되면서 비상장기업도 스톡옵션을 가능해졌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다”면서 “잦은 이직 등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벤처기업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벤처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으로 돈 잔치를 벌일 여지가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이제 시행된 만큼 추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정비’

검찰이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를 구속기소하면서 촉발된 ‘액셀러레이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더벤처스가 투자 기업 지분을 과다하게 취득했고 정부 보조금을 부당 편취했다”고 기소 사유를 밝혔다. 호 대표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하면서 법적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중기청은 부랴부랴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법제 정비 방안을 내놨다. 중기청 관계자는 “창업기획사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 TIPS 통해 3,000억 투자 유치

중기청이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0개 신진 기업에 대한 3,0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 중 300억 원은 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흘러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청이 밝힌 TIPS 프로그램은 ▷입주기업 엔젤 투자 ▷정부 차원의 R&D 지원 ▷후속 투자 유치 등의 과정을 따른다. 중기청 관계자는 “2000억 원은 순수 민간 투자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 해외 진출 방안, ‘자기복제’ 그쳐

올해 정부는 여러 창업 장려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해외 시장 진출 방안은 단기 지원 프로그램 등에 그쳤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중기청을 비롯해 코트라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내놓은 글로벌 진출 장려책은 ‘생색내기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코트라의 해외 진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지 사정에 밝은 재외동포를 마케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방안의 전부였다”며 “한상대회 등에도 참가해봤지만, 수출 등의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말했다. 중기청의 한 실무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내년 지원책은 ‘글로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 실업대책 대신 청년 창업 장려책 남발 비난

실업률이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세간에는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이라는 우울한 말마저 오간다. ‘취준생’이었던 이선영씨(34)는 최근 구직 활동을 포기했다. 이 씨는 “기업에 수백 통의 지원서를 보냈지만 서류면접에서 미끄러졌다”고 푸념했다. 그는 최근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이 씨는 “취업이 되더라도 노동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환경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창업 열풍에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취업 대신 창업을 결심한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의 청년 창업 장려책에 자극을 받은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제대로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창업이 정답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 크라우드 펀딩 법제화, 규제 심해 인기 ‘뚝’

올해 2월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한 법제가 마련되면서 비상장기업들의 크라우드 펀딩 참여가 잇달았다. 업계의 평가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가 “초반 열기를 끈 것”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모 펀딩 중개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펀딩 기업들의 홍보조차 공모로 간주해 불허했다”며 “진입 장벽을 정부 스스로 높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 정부 주도 스타트업 행사, ‘전시 행정’ 눈살

올해는 ‘데모데이’ 개최 빈도가 높았다. 데모데이는 신생기업의 사업 발표 및 투자자 유치의 장이다.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친 신생기업의 비전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예비 창업자와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도 행사 개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성과 보고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슷한 행사가 빈번하게 치러진다. 정부 주도의 한 데모데이에 참가한 모기업 대표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 실효가 없었다”며 “다시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판교, 창업 메카로 ‘우뚝’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스타트업캠퍼스’이 문을 연지 9개월여 만에 명실 공히 국내 창업 메카로 자리 잡았다. 스타트업캠퍼스는 ‘국내 최대 창업 육성기관’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8층 건물 2개동과 5층 건물 1개의 대단위 규모로 조성됐다. 캠퍼스는 200여 개 사의 신생기업을 유치할 수 있으며, IT 기술 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소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 요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중기 줄도산 이어져

불황의 그늘은 중소기업을 비켜가지 않았다. 올해 11월까지 파산 및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은 1,500여 개 사에 달했다. 이 중 대다수는 중소기업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지난해와 비교해 파산과 법정관리는 각각 22.7%, 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 당시보다도 높은 수치로 업계는 “한국 경제가 과거 일본의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표했다.

▶ 알파고 열풍

‘세기의 대결’, ‘인간 대 기계’...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대결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인공지능 총괄팀’을 신설해 향후 AI 활성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이종필 건국대 교수는 “정부는 부랴부랴 인공지능시대 마스터 플랜 수립에 나섰다”며 “모든 문제를 산업이나 돈벌이의 문제로만 치환해온 정부의 오랜 패착은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정부의 졸속 정책을 비판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