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회의록 어디에도 '노조와해 언급'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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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회의록 어디에도 '노조와해 언급' 없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4.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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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2차 공판... ‘이슈협의회’ 성격 놓고 검찰-변호인 대립
檢 “삼성전자, 이슈협의회 통해 노조설립 방해 구체적 지시”
변호인 “협의회 관련 검찰 공소사실, 추상적인 주장에 불과”
‘협력사 폐업 강요’ 의혹, 변호인 “사실관계 살펴보기나 했는지 의문”
사진=시장경제DB

삼성 노조와해 의혹 공판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이슈협의회’의 목적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측은 ‘이슈협의회’가 삼성의 핵심 수뇌부들이 모여 노조와해 전략을 수립한 ‘씽크탱크’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의에서 수립된 전략이 각 계열사 및 협력사에 전파됐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23일 변호인단이 이 사건 12회 공판에서 공개한 ‘이슈협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노조와해와 관련된 언급은 찾을수 없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부당노동행위’를 논의하고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슈협의회 관련 모든 회의록을 압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본사 차원에서 노조와해 전략을 수립·지시했다는 공소사실 입증에 근본적인 ‘허점’이 생긴 것이다. 

◆ 삼성 '이슈협의회', 노조와해 위한 수뇌부 회의?… 辯 "추측에 의한 추상적 주장"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와해 의혹' 사건 12회 공판기일에서, ‘이슈협의회’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이 회의는 목장균 전 삼성전자 전무가 2014년 제안한 것으로, 목 전무를 비롯해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장, 삼성전자 한국총괄 대표, CS센터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이슈협의회’의 취지에 대해 “경영 현안을 공유하고 업무차질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열린 것”이라며, “노조를 부정하거나 없애는 전략을 강구하려던 것이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그 근거로 2013년 협력사 직원 자살사건이 발생한 후 작성된 이슈협의회 회의록을 제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매년 140억 이상 소요되는 업무용 리스차량 지원, 임금체계 개선 등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회의록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내·외근 직원 모두에 대한 처우개선의 필요성 언급과 함께, '협력사 소속 관리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실시 검토' 등 노조와해 목적의 협의라고 볼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은 '삼성 수뇌부가 노조와해를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는 검찰측 주장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노조가 필요 없을 정도의 업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비노조 경영의 핵심’이라는 변호인단 주장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삼성전자의 노사전략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이 실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수많은 문건 중 ‘그룹 노사전략에 따른다’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문건이 모두 압수됐음에도 검찰은 구체적인 입증 없이 추측에 의한 추상적인 주장만 계속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시장경제DB

◆ 검찰이 문제 삼는 '문자메시지'… "정당한 업무에 해당, 공소사실과 무관"
  
검찰과 변호인단은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에게 보고했다는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두고도 부딪혔다. 검찰은 박상범 사장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비롯해 관련 문건을 모두 압수했다.  

검찰은 “문자 메시지에는 협력사 직원의 사망사건, 임금교섭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지속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간 노조 관련 보고·지시 체계가 존재함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협력사 직원의 사망사건, 임금교섭 등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또는 미전실 업무담당 임원 등에게 보고할 만한 주요 이슈에 해당하는 만큼, 부당노동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를 보면 박상범 대표는 2013년 12월과 2014년 5월 각각, 협력사 직원이었던 최종범 씨 사망 관련 유족들과의 합의, 염호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지회장의 자살 등 주요 현안을 이상훈 의장에게 알렸다. 2015년 2월 문자메시지에는 노조와의 임금협상 관련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최종범 씨 사망사건 이후 노조원들이 삼성 서초사옥 앞 도로를 점거하고 사옥 불법 진입을 시도하는 등 폭력적이고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며 “박 대표는 이 같은 피해 발생에 부담을 느끼고 합의가 이뤄진 뒤 사후적으로 그 결과를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염호석 사건’과 관련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도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고, 과격한 시위나 농성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나 컸다”며, “ 대표가 대략적인 상황을 전달했고, 이 의장은 ‘삼성전자 인사팀과 상의하라’는 일반적인 답변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곁들여 임금협상 관련 문자메시지에 대해선 “협력사 임금 문제는 삼성전자부터 각 협력사에 이르는 수수료 체계와 직결된다”며, “협약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업으로 이어지고, 결국 A/S 업무 차질과 삼성전자 영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일부 중요 사안을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 협력사 폐업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뤄졌다?

검찰은 삼성이 노조가 설립된 협력사에 대해 일방적인 ‘계약 해지’ 등으로 노조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심증을 굳힌 상태다. ‘계약 해지’ 과정에서 삼성이 협력사 사장에게 ‘자진 폐업’을 강요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사의 폐업 이면에 삼성 측의 강요가 있다'는 검찰 시각에 변호인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변호인단은 "법리적으로 무리한 주장이며 폐업 협력사들은 노조와의 갈등이 생긴 상황에서 사장이 자체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간 체결된 ‘하도급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살펴보면, 수직적 지휘보고 체계가 아니라 수평적 동반성장 관계를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법적 근거 없이 (협사와의 계약을) 임의로 종료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검찰 주장은 협력사가 독립된 경영권을 확립하지 못하고,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에 일방 종속된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한다”면서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의 계약 종료는 반드시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폐업 협력사들의 경우, 실적 저조, 비위행위 발생 등 위탁계약 상 정당한 근거에 따라 계약이 종료됐다는 것이 변호인측 설명이다. 

오히려 재계약에서 탈락한 협력사가 계약종료에 반발해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사례도 발견되는 등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는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변호인 측 항변의 핵심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협력사의 폐업 경위 등 근거를 면밀히 살펴보지도 않고 삼성측이 폐업을 유도했다는 추상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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