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행사 끌려나와 뭐하는 짓인지"... 롯데百 인천점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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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행사 끌려나와 뭐하는 짓인지"... 롯데百 인천점의 '한탄'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04.2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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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좁은 인천터미널점… "행사해라, 다만 인천점에서 해라" 반강제 요청
마케팅 안하나?… 인천점 직원들 "실제로 DM발송하는지 의문"
영업종료를 앞둔 롯데백화점 인천점 전경. 사진= 인천시설공단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롯데백화점 인천점 행사장에 근무중인 한 직원은 요즘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와 같은 말로 한탄했다. 이 직원은 "손님이 거의 없는 이 곳에 왜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본 매장 직원도 몇명 없는데 이곳에 나와 하루종일 멍하니 있는 내가 한심스럽다"고 자조섞인 말을 털어놨다.

롯데백화점은 인천점과 부평점을 공정위 명령 기한인 5월19일까지 매각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하루에 과징금으로 1억3000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내야한다. 이에 2017년부터 2년간 10차례에 걸쳐 인천점과 부평점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마 모두 유찰됐다. 이유는 공정위가 '백화점 용도'로 매각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인천점과 부평점의 초기 감정가는 각각 2299억 원, 632억 원이었다. 10번의 유찰동안 1149억 원, 316억 원으로 절반가량 몸값을 낮췄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는 백화점 용도로 매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인근 600m거리에 인천터미널점이 있고, 바로 한 블럭만 내려오면 뉴코아아울렛 인천점도 잡리잡은 상황에서 굳이 신세계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 등이 들어올리가 없다는 것. 

특히 롯데백화점 인천점 매출은 전체 점포중에서 하위권에 해당할만큼 장사가 안되는 곳으로 알려져있어 뻔히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가격을 떠나 누구라도 들어오고 싶지 않다는 업계 의견이다.

◇자발적 요청에 의한 행사?… "절반만 맞는 말"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2월28일 영업을 공식 종료하고 3월부터 '고객감사제'행사를 시작했다. 1,2층에 이벤트 매장을 열어 재고상품 등을 할인판매하고 있지만 이미 '문닫은 곳'으로 인식한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뜸할 수밖에 없다. 

(위)백화점 1층 전경. (아래)백화점 2층 전경. 1~2층 모두 고객감사제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람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사진= 이기륭 기자

문제는 '이런 이벤트 행사를 굳이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백화점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3일 기자가 직접 롯데백화점 인천점을 찾아 확인한 결과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답변으로 드러났다.

먼저 실제 이벤트 행사를 원해 입점한 업체들이 있다. 일종의 '떴다방'형태로 대형 유통점포 이곳저곳을 돌며 행사만 주로 진행한다. 이들은 백화점에 입점하지 못한 미입점 브랜드 혹은 입점 브랜드들이 재고상품 처리를 위해 행사를 대행한다. 따라서 이들은 매출이 좋지 않아도 크게 불만이 없다.

한 행사매장 직원은 "우린 여기만 하는게 아니고 여러 점포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단순히 한 곳만 보고 좋다 싫다 하지 않는다"라며 "길게 봤을때 이번엔 매출이 좋지 않은 곳에 배치됐지만 다음엔 좋은 곳에서 행사를 진행 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매출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한다. 이 직원은 "거의 기대를 안하고 왔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다"고 평했다. 

이런 행사업체 직원들은 혼자 꽤 넓은 구역에 여러 브랜드 제품을 진열해 관리하고 있어 한 브랜드에 한 직원이 배치되는 일반 매장에 비해 인건비 부분에서 절약이 많이 될 것으로 보였다.

롯데백화점 인천점 '고객감사제'의 절반은 이런 행사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이번엔 장사가 안될 곳에 배치된 만큼 다음엔 좋은 곳에 배치될 가능성이 커 매출이 낮은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백화점 소속 브랜드는 불만이 상당했다. 또한 기자의 접근을 매우 꺼려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일부 매장 직원은 "기자에게 해줄말은 없다"며 "괜히 잘못 말했다가 출처가 밝혀지면 백화점에서 영업을 못하게 된다"며 접촉을 피했다. 

인근 타 매장 직원들에게 수소문해보니 최근 롯데백화점 인천점 관련 부정적 기사가 쏟아지자 본사와 백화점차원에서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는 전언이 들렸다. 행사업체들과 달리 백화점 입점 브랜드 소속 직원들은 대부분 "모른다", "매니저가 시켜서 나왔다"라고 답변하거나 아르바이트 등이 대부분이다.

◇'본 매장은 인천터미널점, 행사는 인천점'… 왜?

백화점 행사장을 헤매다 한 패션브랜드 매장에서 호의적인 직원 A씨를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눴다.

A씨는 "지금 주변을 둘러봐라. 매일 이렇게 사람이 없다. 문 닫는다는데 대체 누가 찾아오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오후 5시가 다되도록 제품 하나 판게 전부"라며 "하루에 한 두개 팔아선 인건비도 안나온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런데 이 브랜드는 현재 인천터미널점 입점돼 있다. 터미널점에도 행사장이 있을텐데 왜 여기까지 와서 행사를 하고 있냐고 하자 "터미널점은 행사장이 좁아 많은 브랜드가 들어갈 수가 없다"며 "백화점 측에서 행사를 하고 싶으면 인천점에서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화점에 밑보이면 다음 행사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어 그냥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백화점이 대놓고 강요하진 않지만 입점브랜드가 거절 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반강제식으로 인천점에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측이 인천점에서 진행하는 '고객감사제' 행사 공간을 메우기 위해 인천터미널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에게 '행사를 해라, 다만 터미널점이 아닌 인천점에서 해야한다'는 식으로 반강제적 요청을 한다는 것. 

특히 행사업체가 아닌 입점 브랜드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사용할 수도 없다. A씨는 "같은 점포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행사업체들이랑 섞인 여기서 아르바이트에게 제품을 맡길순 없다"며 "아마 타 브랜드도 알바가 아닌 직원들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화점 매장은 대부분 2~3명으로 운영한다. 그런데 제품관리의 이유로 고객이 거의 없는 인천점에 직원이 배치되고, 신규 오픈으로 고객이 많은 터미널점엔 아르바이트가 배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인건비도 부담되는 상황에서 이런식으로 낭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어서 행사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명 의류브랜드 직원은 "행사초기 DM발송 등으로 손님이 좀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없는 상태"라며 "요즘에도 DM발송은 계속 한다는데 실제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롯데백화점 측이 마케팅에 손을 놓은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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