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닛산·도요타 살린 마케팅 전문가 영입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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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닛산·도요타 살린 마케팅 전문가 영입한 속내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4.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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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뇨스 前 닛산 CPO,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및 미주권역담당 사장 임명 
글로벌 사업운영·수익성 전문가...현대차 전 세계 생산·판매 전반 조율 
북미권역본부장, 미국판매법인장 겸직...시장 점유율 확대 적임자 평가   
‘정의선 수석부회장 의중 반영한 영입’ 분석도...최고경영진과 핫라인 구축
2017년 열린 신차설명회에서 소형 SUV 차량 ‘코나’의 특징을 설명 중인 정의선 부회장.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2011년 북미시장 점유율을 5.1%까지 끌어올렸던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사업운영·수익성 전문가를 이 지역 총괄책임자로 영입하면서, 옛 영광 재현에 나섰다.

현대차는 19일 호세 무뇨스 전 닛산 전사성과총괄(CPO : Chief Performance Officer)을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lobal Chief Operating Officer) 겸 미주권역담당(북미·중남미 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장과 북미권역본부장도 겸직한다.

무뇨스 글로벌 COO는 30년 동안 유럽과 일본 완성차 기업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면서 능력을 검증받았다. 특히 2004년부터 이직 전까지 일본 닛산자동차에서 15년간 몸담으며, ‘닛산 브랜드’의 북미시장 공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기 닛산차는 북미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높이기도 했다.

무뇨스 사장과 손을 잡은 완성차 기업은 푸조-시트로엥, 구 대우자동차, 도요타, 닛산 등이다. 고향인 스페인에서 푸조-시트로엥 딜러로 자동차 업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업무 영역을 점점 넓혀 도요타 유럽법인 스페인/포르트갈 판매 마케팅 담당, 닛산 멕시코·북미·중국법인장을 맡으며 업계에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닛산에서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전사성과담당(CPO)를 겸직해, 이 회사의 글로벌 생산과 판매를 조율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닛산이 그랬든 현대차도 ▲전 세계 판매, 생산, 사업운영 최적화 ▲수익성 개선 ▲전반적인 실적 개선 ▲사업전략 고도화를 무뇨스 사장에게 주문했다.

◆현장 딜러 출신, 효율·수익성 전문가...침체된 북미 시장 점유율 회복 기대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사진=현대자동차.

무뇨스 사장의 영입은 현대차의 생산, 판매, 북미를 중심으로 한 지역 마케팅, 전 세계 판매망 운영 등에 있어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다. 무뇨스 사장이 해당 기업의 글로벌 운영 전반을 살핀 뒤 그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내왔다는 점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현대차가 해외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북미지역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닛산 브랜드를 미국 소비자에게 각인시킨 무뇨스 사장의 마케팅 능력에 거는 회사의 기대는 매우 크다.

현대차는 2000년대 후반 엘란트라와 제네시스를 앞세워 북미시장 연착륙에 성공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차는 매년 점유율 신기록을 작성하면서, 글로벌 완성차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2012년 이후 현대차의 이 지역 시장 점유율은 완만한 내리막을 걸으며 3%대 중반까지 내려앉았다. 그 사이 일본 브랜드는 북미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현대차와의 간격을 벌렸다.

◆무뇨스 사장 영입, 정의선 수석부회장 의중 반영 관측  
북미지역은 중국과 함께 완성차 기업이 놓쳐서는 안 되는 세계 양대 시장이다. 인구만 놓고 보면 중국 시장이 더 크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에 위치한 상징성, 언론의 관심, 국민의 구매력, 지역 경제 및 산업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북미지역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시장이다. 따라서 북미지역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현대차에게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 사이 북미지역본부장과 판매법인장을 잇따라 물갈이하며 점유율 회복에 나섰지만, 한 번 꺾인 실적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현대차 북미지역 판매 책임자의 ‘단명’을 놓고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의 책임을 애꿎은 현지 경영진에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북미 시장에서 닛산 브랜드 신화를 일군 무뇨스 사장의 합류는 현대차가 고심 끝에 찾은 회심의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무뇨스 사장 영입을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작품으로 보는 시각은 이런 관측을 바탕으로 한다.

현대차가 “글로벌 현장 상황과 시장 동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은 (무뇨스 사장이) 최고 경영층에 직접 보고한다”고 밝힌 점도 흥미롭다. 이는 곧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최고경영진과 무뇨스 사장이 핫라인으로 연결돼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수익성 기반의 지속 성장 견인, 전체 공급망 관리, 딜러들과의 상생 솔루션 모색 등 내가 가진 역량을 발휘해 현대차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965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무뇨스 사장은 마드리드 폴리테크닉대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IE 경영대학에서 MBA를 각각 받았다.

◆새 얼굴로 교체한 현대차 최고경영진...글로벌 경쟁력 확보 포석 
무뇨스 사장 영입으로 현대차 최고경영진의 글로벌화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정기인사를 통해 핵심 요직인 연구개발본부장에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 디자인 총괄에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상품본부장에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진 전략기술본부장에 삼성 출신 지영조 사장을 각각 임명하는 등 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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