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새판짜는 최태원, 본인 '불법대출 리스크'에 발목잡히나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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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새판짜는 최태원, 본인 '불법대출 리스크'에 발목잡히나그룹 지배구조-사업구조 재편... SK실트론, 자금원 역할 가능성 높아
SK실트론, 최근 3년간 영업익 수직 상승... 순익 증가율 1400% 넘어
최태원 회장, 2년 전 한국투자증권서 대출받아 SK실트론 인수
금감원 “법인대출 가장한 위법한 개인대출... 자본시장법 위반”
증선위, 사건 심의 뒤로 미뤄...법 위반 결론 나면 그룹 리빌딩 차질 불가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열린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 행사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국내 유일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이 지난해 매출 1조3462억원, 영업이익 3,804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경영권을 사실상 100% 확보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개최된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주) 이사회 의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및 사업 구조를 혁신하는 밑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부터 SK그룹은 ‘재창업’에 준하는 변화를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서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사업 재편 부분에서는 SK바이오팜의 상장이 핵심을 이룬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도 SK그룹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조정국면에 접어들면서 경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SK실트론은 최근 3년 동안 이어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대호황으로 적지 않은 현금을 비축했다. 앞서 SK실트론은 2016년 말부터 지난해 4사분기까지 경이적인 영업이익·순이익증가율을 기록했다.

중장기 업황 전망도 밝다. 대부분의 시장분석기관은 늦어도 올 4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SK실트론은 최 회장이 그리는 그룹 리빌딩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지분 매각, 상장 추진, 인수 합병 등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최 회장이 사실상 회사 지분 100%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든 걸림돌은 많지 않다.

총수의 사익편취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이 있지만, SK(주)의 보유지분을 제외하면 최 회장 본인이 보유한 지분은 29.40%에 불과해 이 부분 리스크는 상당 부분 희석됐다. 그마저 현재는 간접 보유라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편집자주]
SK실트론 실소유주는 최태원 회장

현재 SK실트론의 공식적 모기업은 SK(주)이다. SK(주)는 2017년 1월 ㈜LG가 보유한 SK실트론 주식 51%를 62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1주당 매매가는 1만8천여원.

같은 해 8월 최태원 회장과 SK(주)는 각각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통해 이 회사의 남은 주식 49%도 간접 확보했다. 1주당 인수금액은 약 1만2천여원. TRS를 통해 최 회장은 29.40%, SK(주)는 19.60%의 지분을 가져갔다.

SK실트론 모기업인 SK(주)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의 SK(주) 지분은 18.44%. 특수이해관계인 등 우호지분을 합하면 보유지분은 30.88%까지 늘어난다. 

◆국내 유일 웨이퍼 제조...17년 순이익 증가율 1465%, 현금흐름등급 ‘최우수’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제조기업으로, 300mm 웨이퍼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4~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거래선은 삼성전자, 같은 그룹 계열인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제조사다.

SK실트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연간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인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국내 반도체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소재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6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매출은 각각 7758억원→8264억원→927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기간 동안 영업익은 49억7100만원→332억7400만원→ 1324억5800만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SK실트론 신용분석. NICE 신용평가보고서 화면 캡처.

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동안 166억1500만원(적자)→60억3500만원(흑자전환)→944억95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2016년 569.31%, 2017년 298.07%를 찍었다. 2017년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무려 1465.60%에 달했다.

지난해 성적표 역시 매우 우량하다.

주식정보 분석기관 에프앤가이드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SK실트론 당기순이익은 2856억원, ‘당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459억원, ‘지배기업 주주지분 주당 순손익’은 4261억원이다.

SK실트론 수익성 분석. NICE 신용평가보고서 화면 캡처.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월31일 기준 SK실트론 회사채 등급은 ‘A0’, 현금흐름등급은 6단계 중 가장 높은 ‘CF1’이다. 위 평가는 2017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평가는 위 내용보다 더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은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모든 매출이 BtoB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탓에,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기업 중 한 곳이다. 이 기업이 최근 국민적 관심을 끈 사건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 대출 의혹’ 사건이 그것이다.

◆최 회장, 한투증권 대출로 SK실트론 인수자금 조성 

사건의 위법성을 살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한투증권 법인에 대한 기관경고-회사 임직원에 대한 주의~감봉 처분’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건의키로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금감원 제재심의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투증권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위법한 개인대출에 해당하는지, 다른 하나는 위원회가 선택한 제재 수준이었다.

금감원 제재심은 실정법상 한투증권의 행위를 규제할 뚜렷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고, 동일 사유로 증권사를 제재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비교적 강도가 낮은 ‘기관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한투증권이 법인담보대출을 가장해 최태원 회장에 대한 개인대출을 실행했다’는 기존 판단은 유지했다.

[편집자주]  
'한국투자증권 위법 개인대출 의혹' 사건 개요

①최 회장, 총수익스와프 방식으로 SK실트론 경영권 인수 
2017년 1월 ㈜SK는 ㈜LG로부터 LG실트론 지분 51%(3418만주)를 6200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매입가는 1만8138원. SK는 지분 양수도 거래가 완료된 직후 기업 이름을 SK실트론으로 변경했다.

같은 해 8월30일, 최 회장은 우리은행 등 이 회사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 29.40%를 삼성증권과 한투증권을 통해 간접 확보했다. 최 회장과 증권사들은 이 과정에서 ‘SPC를 경유한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이용했다.

삼성증권과 한투증권은 최 회장의 주문에 따라 각각 SPC를 설립하고, 해당 회사를 통해 채권단 보유 SK실트론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두 증권사는 SPC를 앞세워 최 회장과 TRS 약정을 체결했다.

②TRS, 경영권 방어 혹은 기업 인수 목적으로 이용 

총수익스와프(TRS)는 주로 증권사와 투자자 사이에 거래되는 파생금융 상품이다.

이 거래는 투자자가 특정 기업에 대한 주식 매입을 증권사에 주문하고, 증권사는 자체 자금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뒤, 투자자와 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약정에 따라 증권사가 매입한 주식의 시세차익 혹은 손실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으로 귀속된다. 증권사는 매입한 주식을 투자자에게 사실상 넘기는 대신 그 대가로 매년 일정 비율의 수수수(약정이자)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약정기간이 끝나면 투자자와 증권사는 주식 양수도 및 대금 정산 절차를 진행한다. 경영권 방어 혹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한 TRS 거래에서는 약정에 콜옵션 혹은 풋옵션이 포함된다.

TRS 약정을 맺어도 해당 주식의 소유권과 의결권은 형식적으로 증권사에게 있다. 그러나 투자자로부터 매년 고정 수익을 보장받는 증권사가 우호지분을 가진 특수관계인으로 나서기 때문에, 기업 오너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즐겨 쓰는 대안이 되고 있다.

③최 회장, 한투증권이 설립한 SPC와 TRS 약정 체결...지분 간접 확보 

한투증권은 같은 해 8월 자기신용으로 어음을 발행·유통한 뒤, 그 자금으로 SPC ‘키스아이비 제16차’에 1,673억원을 빌려줬다.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주식 19.40%를 매입했다. 앞서 SPC는 최태원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약정을 체결했다.

이 약정에 따라 SPC는 매입 주식의 시세변동으로 인한 주가 하락 위험을 투자자인 최 회장에게 넘기면서, 5년간 고정 수익을 확보했다. 최 회장은 SPC에 약정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SK실트론 주식 19.40%를 간접 확보했다.

최 회장은 약정기간이 끝나면 SPC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간접 보유 중인 주식 전부를 넘겨받기로 했다.

④‘SPC 경유한 TRS 약정’...형식상 법인대출, 실질은 개인대출

‘발행어음 재원 조달-SPC 설립-TRS 약정’의 3단계를 거친 대출 형태는 한투증권이 처음이다. 한투증권은 거래 상대방이 법인(SPC)이기 때문에 기존의 법인대출과 다를 게 없고, 현행 법령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금감원은 형식적인 대출 당사자를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해당 대출로 실제 이익을 얻은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봐야 한다고 맞섰다.

금감원은 한투증권 대출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수혜를 입은 당사자가 최 회장임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개인대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실정법 위반 여부 떠나 한투증권 ‘대출 수혜자’는 최 회장

자본시장법은 ‘자산규모 4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를 상대로 별도의 심사를 거쳐, 단기금융업무(어음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 및 대출 등) 인가를 내주고 있다. 법령이 정한 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개인대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증선위가 금감원 제재심의 논의 결과를 받아들여 ‘자본시장법 위반’ 의결을 내린다면, 한투증권 및 이 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처분은 사실상 확정된다. 이어 열리는 금융위 전체회의는 주로 증선위 의결을 추인하는 역할을 한다.

한투증권에 대한 제재처분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관심은 이 사건 대출의 실제 수혜자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이 사건 얼개를 살피면 한투증권 부당대출 의혹의 중심에 최태원 회장이 있다.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증권업계 전문가와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한투증권이 시행한 대출의 최종 수혜자가 최태원 회장이란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자본시장법 입법취지 고려하면, 위법한 개인대출로 볼 수 있어  

금감원이 이 사건 대출을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로 판단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은 한투증권의 대출 실행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당사자가 법인이 아닌 최태원 회장 개인이란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비록 한투증권과 최태원 회장 사이에 특수목적법인(SPC)이 있어, 형식상 법인대출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 실질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개인대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기본 판단이다.

증선위가 금감원과 같은 시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본다면, 최태원 회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증선위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실정법에 구체적인 조항이 존재하는지  여부보다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본시장법이 종합투자금융사업자의 개인대출 취급을 규제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한다면, 이를 금지한 명시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투증권과 최 회장이 편법으로 법망을 벗어났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한투증권 및 최 회장에 대한 증선위의 검찰 고발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견해는 이런 사정에 터잡고 있다.

◆SK그룹 리빌딩 변수는 최 회장 ‘리걸 리스크’ 

증선위가 최 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의결을 내린다면, SK그룹의 리빌딩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총수가 ‘리걸 리스크’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재편이 추진력을 내기는 어렵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은 최태원 회장의 ‘결단’을 압박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그룹 리빌딩을 오래 끌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더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SK실트론은 전혀 새로운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 주인이 다시 바뀌는 상황 역시 배제할 수 없다.

12일 오전 열린 증선위 정례회의는 특별한 결론을 내지 않은 채 끝났다.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증선위는 회의 하루 전인 11일에야 의결종족수(3명)을 간신히 채웠지만, '한투증권 부당 대출 의혹'과 같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심의는 남은 두 명의 위원이 임명된 뒤로 미뤘다.

증선위는 현재 공석 중인 2명의 비상임위원 임명이 마무리된 후, 이 사건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양원석 기자  wonseok@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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