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박탈 스트레스 때문", "가족이 사고만 치니 속병 든 것"
"며칠전 주총 나왔는데, 믿기 어렵다"
"국민연금, 기업경영 과도한 개입 신중해야" 주문 속에 "간접살인"이란 격한 반응도
"전직 대한항공 직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항공이) 이런 저런 말도 탈도 많지만 젊은 시절 저의 자랑스러운 직장이었습니다. 월급 한 번 밀린 적 없는 대기업 다녀서 감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가까이 뵈었던 회장님은 사진을 좋아하셔서 늘 카메라 렌즈를 닦으시던 모습으로 기억됩니다. 말도 아끼시고 수고하라는 인사말로 대신하셨던 것도 기억합니다. 부디 마음 편히 쉬실 수 있길 기도합니다. 대한항공이 잘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지켜보겠습니다." 자신을 대한항공 전(前)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조양호 회장 별세를 알리는 기사에 그가 사진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회고하며 명복을 비는 댓글을 단 것이다. 실제 조 회장은 외국을 여행하면서 촬영한 사진 124점을 모아 지난 2009년 12월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향년 7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관련 보도 중 연합뉴스 기사에는 오후 3시까지 총 3620개 댓글이 달렸다. 표정은 2755개 달렸는데 그중 '슬퍼요'와 '화나요'가 각각 1588개와 837개로 둘을 합한 부정 감성비율은 88.1%였다. '좋아요'와 '훈훈해요'도 총 276개가 표시돼 전체의 10%로 적지 않았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지난 27일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하며 사실상 회사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보고 있었다. 한 누리꾼은 "(한진그룹 일가가) 지탄의 대상이지만 그래도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1등 항공사로 키운 공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국가가 강제로 경영권을 빼앗아가니 오너로서 얼마나 울화가 치밀었을까"라고 했다. 또 "특정 기업의 사생활까지 자극적으로 보도해서 경영권과 연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등 정치적인 관여는 옳지 않다고 본다"며 기업 경영권에 대한 국민연금 개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권에 의한 간접살인이나 마찬가지"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일부 있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가족 중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사람 없이 사고만 치니 속병 들었을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부음을 이른바 '갑질' 논란을 일으킨 가족의 탓으로 돌렸다. 한 누리꾼은 "가화만사성, 다시 새겨보자"라고도 했다. 또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주주총회 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지난달 주총에서 회장(등기이사) 하시려던 분이 지병 때문에 돌아가셨다고?"라며 사망 소식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더러 있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새벽 0시 16분(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폐질환 수술을 받은 후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에서 조 회장을 기리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전경련은 "한국 항공ㆍ물류산업의 선구자이자 재계의 큰 어른으로서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한 조양호 회장께서 별세하신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조양호 회장은 지난 45년간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ㆍ물류산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