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만 지키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4대 은행 "채용계획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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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만 지키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4대 은행 "채용계획 無"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04.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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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돈으로 때우나?" 지난해 상반기 고용부담금만 147억
하나銀 지난해 0.74% 최하위... 신한·우리도 각각 0.94%, 0.97%
은행들 "고객과 대면하는 서비스업이라 채용 어려워" 하소연
장애인단체 "핑계일 뿐... 창구업무만 있나 온라인업무도 가능"
NH농협은행. 사진=시장경제신문 DB

4월은 ‘장애인의 날(20일)’이 있는 달이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법에서 정한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 기간’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5곳 중 4곳은 올해 장애인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도 예년처럼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해 수백억 원의 벌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 올해 장애인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입이나 경력 공채 때 장애인을 우대하는 정도일 뿐이다.

농협중앙회는 범농협 차원에서 올해 장애인 384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오는 19일까지 원서 접수를 받고, 온라인 인적성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 5월 31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384명을 뽑으면 농협은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달성하게 된다.

농협중앙회는 채용한 장애인 일부를 의무고용률 3.1%에 맞춰 농협은행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채용에서 뽑힌 장애인들은 자회사 중 직원이 가장 많은 농협은행으로 다수 배치될 것”이라며 “이번 채용과정에서 애초 목표한 384명을 충원하지 못하면 수시 채용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5개(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시중은행의 장애인 고용률은 평균 1.04%에 불과하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근로자 100명 가운데 3.1명은 장애인으로 뽑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7%,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9%, 올해는 3.1%로 소폭 인상됐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이 0.74%로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0.94%, 0.97%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1.12%)은 가까스로 1%를 넘겼다. NH농협은행이 의무고용률(2.9%)의 절반가량인 1.46%를 채용해 그나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상시 1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 사람당 월 59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5대 은행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아 2014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총 592억9000만 원에 달한다. 매년 납부한 고용부담금도 같은 기간 94억5000만 원에서 147억7000만 원으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20일 공표한 ‘장애인 고용 의무 불이행 명단’에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은행들은 고용부의 사전예고 기간에 명단공표 제외 조건(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이수 등)을 충족해 명단에서 제외됐다.

업계에선 "아무리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고 해도 고객들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의무고용률을 지키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직원 중 장애인 직원이 100명도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중은행 대부분이 비슷할 것"이라며 "최대한 장애인을 채용해 적재적소에 쓰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제조업과 달리 은행은 고객과 대면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 국장은 “은행의 고용 형태는 창구업무만 있는 게 아니라 장애인 유형별 인식이나 이해도가 높은 당사자들이 장애인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할 수도 있고, 아니면 온라인 업무를 볼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은행 본사 차원에서 장애인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장애인 직원을 교육 강사로 활용하는 등 장애인 고용 창출에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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