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날아드는 부채 청구서... 신세계 3중고 '시름'
상태바
줄줄이 날아드는 부채 청구서... 신세계 3중고 '시름'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04.05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회계기준 제·개정으로 세일 앤 리스백 '부채'로 상계
신세계 200억 원·이마트 영구채 3800억 원으로 빚 늘어나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패소… "추가 대응 논의 없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신세계가 최근 3년간 매출 평균 30%씩 증가하며 유통기업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연결기준 33.9%가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는 각종 악재가 겹쳐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변경되는 리스 회계기준으로 이마트 매장 등의 세일 앤 리스백(S&LB)이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힌다. 신세계는 200억 원 가량이 부채로 계상될 전망이다. 또한 금감원이 영구채(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 이자만을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도 부채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영구채는 3800억 원이다. 여기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마트를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악재가 겹치며 신세계의 내실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고공성장을 하며 잘나가는 신세계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것. 신세계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 4분기만 놓고보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인천공항 1터미널을 싹쓸이한 신세계면세점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 이유다. 올해 면세점이 반등해야하지만 중국의 규제와 사드여파도 남아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올해 부채비율도 작년 106.4%보다 15.5%증가한 121.9%로 늘었다. 

◇빚 늘어날 일만 남은 신세계… 투자축소·자산매각하나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올해부터 新리스기준(제1116호) 등 3개 기준을 제·개정함에 따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도 변경됐다. 필수적으로 K-IFRS를 채택해야하는 유가증권·코스닥 상장기업 등은 변경된 리스기준을 따라야 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신세계는 K-IFRS를 도입해 운영중이고, 이번 회계기준 변경을 적용해야 한다. 이번 리스 기준 변경의 주요 골자는 세일 앤 리스백을 재무제표상 부채로 상계한다는 내용이다. 리스이용자가 부채비율을 낮출 목적으로 거래를 설계해 운용리스로 회계처리하면, 재무제표 이용자는 해당 리스이용자의 실질적인 부채비율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세일 앤 리스백은 기업이 사옥을 매각하고 다시 재임대해 사용하는 전략이다. 이 방식은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업종 불문하고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전략으로 꼽힌다. 

신세계는 약 200억 원이 부채로 계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향후 부담으로 작용될 여지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영구채를 회계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달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신종자본증권(이하 영구채)은 자본이 아닌 부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구채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액의 이자만 영구히 지급하는 신종하이브리드채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통상 30년 만기로 정하지만 만기연장도 가능하다. 사실상 만기가 없다고 할 수 있어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식된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영구채 자본금을 늘리면서 부채비율을 줄이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빚을 내지만 빚이 줄어드는 일종의 마법같은 방법이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지난해 8월 영구채에 대한 토론서를 통해 기업을 청상할 때 금융상품을 발행자가 갚아야 할 경우, 성과와 주가와 관계없이 보유자에게 특정 금액의 수익을 약속해야 할 경우 등을 '금융부채'라고 명시했다. 즉,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신세계이마트의 영구채 발행잔액은 3800억 원 규모다. 영구채를 부채로 인식하게 되면 이마트의 부채비율 상승과 함께 자본금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발행된 영구채는 일정 시간 이후부터 발행자나 투자자가 콜·풋 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으로 이어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신세계백화점

여기 더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마트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에 들어가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신세계그룹의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이마트 매출 성장률도 부진한 가운데 미국 굿푸드 인수 등으로 총 차입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성장은 부진한데 비용지출은 늘고 있어 신용평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세계가 외부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어피너티, 비알브이로부터 1조원을 투자유치 받은 상황에서 다시 외부 자본을 투자받는 것은 부채부담을 더 늘리는 행위다. 일각에선 당장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스스로 숨통을 조인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조달을 통한 당장의 부채 해결은 결국 빚을 늘리는 것으로 오히려 신용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투자규모 조절이나 효율적 자산관리 등의 방법이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법인세 850억 고스란히 납부할 처지

신세계가 최근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850억 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해 고스란히 납세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16년 신세계가 지출한 법인세 920억 원에 육박한 금액이다. 1년에 법인세를 두 번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악재가 겹친 신세계에게 850억 원의 지출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는 최근 신세계가 지난 1월 말 중부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2015년 5월 신세계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회계상 수익으로 처리해야 할 2598억원을 손실 처리했다며 법인세 853억원을 부과했다. 

신세계가 2006년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합병하면서 월마트로부터 인수할 토지·건물 등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회계상 이득이 아닌 지출해야 할 비용으로 본 것이다. 정부도 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경쟁력 제고 등을 명분으로 인수 기업이 사들일 피인수 기업 부동산을 이득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봐 관련 법인세 납부를 연기해줬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합병평가이익에서 발생한 세금에 대해 월마트 인수로 인한 사업을 폐지하거나 관련 자산을 외부로 처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2011년 5월 신세계가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분할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사업부문으로 나누면서 문제가 발생됐다. 분할·신설되는 이마트에 월마트 관련 자산 2560억 원이 이전됐는데 이를 과세당국이 사업폐기 혹은 처분으로 인식해 그동안 미뤄줬던 법인세를 부과한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마트가 분할됨에 따라 월마트 합병 혜택인 과세이연이 종료됐다”며 신세계가 이마트에 넘긴 2560억원만큼을 분할 할 당시 신세계의 익금(자산을 늘리는 세무상 항목)에 추가해 2016년 1월 법인세 853억원을 부과했다. 더불어 가산세도 추가 징세했다. 가산세는 기업(법인)이 성실한 과세 신고 의무를 게을리했을 때 부과하는 일종의 징벌적 세금이다.

신세계 측은 "사업 부문이 분할됐지만 이마트가 계속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충당금이 그대로 승계됐으므로 '사업의 폐지' 또는 '자산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과세처분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판결에 대해 추가 대응 방안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