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갑질'하다 靑청원 올리자 부랴부랴 환급해준 KB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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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갑질'하다 靑청원 올리자 부랴부랴 환급해준 KB손보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04.0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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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치병 걸린 암환자, KB손해보험 갑질 국민 청원에 호소
'계약 전 알릴 의무' 지켰으나 본사 설계사 잘못으로 피해
KB손보, 강제 계약해지 통보하며 "1년 간 낸 보험료 못줘"
국민 청원글 올리자 뒤늦게 고객 요구사항 수용 '뒷북'
전문가들 "피해 공론화해야 분쟁해결 관행... 개선해야"
사진=이기륭 기자

KB손해보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피해 소비자가 청와대 국민 청원 글을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보험사 측은 국민 청원 글이 올라온 뒤에야 뒤늦게 분쟁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청원인 A씨는 “KB손해보험 진정한 갑질, 일방적 계약해지, 불쌍한 서민에게 다시는 이런 경우가 없도록 해주세요”라는 제하의 글을 지난달 12일 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KB손해보험 세무조사를 통해 자신과 같이 억울한 사람들이 없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험 가입 시 설계사에게 과거 병력 등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해지로 이어졌다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청원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2일 일을 하던 중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나 직장에서 가까운 K대학병원에 가서 피 검사를 했다. 병원에 갔다 온 A씨는 4일 뒤 과거 실손보험을 들었던 설계사에게 KB손해보험 ‘좋은닥터플러스건강보험ll’ 상품을 가입했다. 가입 전 어지러운 증세로 병원에 가서 피 검사 한 사실도 알렸다.

A씨는 “피 검사를 한 당시만 해도 이렇게 큰 병에 걸릴지 생각하지 못했고 감기 걸리면 병원 가는 것처럼 어지러워서 병원을 찾은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후 2월 8일 어지러워서 다시 병원에 가서 입원하고 소뇌위축증(불치병)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병원 외래 진료 후 비급여 처방으로 처방전을 실손보험에 첨부해 20만원을 받고 있던 A씨는 인터넷에서 보험 중에 중복보장이 되는 것도 있으니 둘 다 신청해보라는 글을 접하고, KB손보에 보험금을 올해 신청했다. 

결과는 날벼락이었다. A씨의 기대와는 달리 KB손보는 '알릴 의무' 위반으로 A씨에게 보험을 강제로 해지하겠다고 내용 증명을 보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해지에 대한 보험료 반환을 요구했지만) KB손해보험은 위반 사항이므로 그동안 한 달에 6만2000원씩 1년 간 낸 보험료를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님도 잘 아는 지인인데 KB손해보험 본사에서 저에게 잘 말해서 설득시키라는 전화가 왔고 사유서 및 3개월 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A씨가 1년 간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줄 수 없다던 KB손해보험 측은 이 같은 내용의 국민 청원 글이 올라오자 뒤늦게 A씨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5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담당 설계사가 보험 가입자의 병력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귀책사유가 보험회사에 있기 때문에 가입자를 위해서 보험 계약을 취소했다. 청원인 A씨도 보험 계약 취소를 원했다"며 “A씨가 청원 글에서 언급한 대로 (1년 간 납입하고 돌려받지 못했다는) 보험료는 최근 전부 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정상 계약 취소가 발생해 담당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환급받았다. 담당 설계사는 계약 취소로 인한 패널티를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험 소비자 본인이 입은 피해를 공론화해야 해결해 주는 보험사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보험사들이 일단 보상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소비자 의견을 거부 했다가, (소비자 의견이) 공론화되면 분쟁을 해결해 주는 것은 올바른 소비자 보호의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빛손해사정사무소의 남원희 손해사정사는 “보험사와 보험 소비자(계약자) 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국민청원 글을 올려야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다툼 과정 없이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보험 소비자와 원만한 해결을 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KB손보는 영세 정비업체 수리비 늑장 지급 논란으로 곤욕을 겪고 있다. 이륜차 정비업체들이 차를 수리한 뒤 견적서를 제출하면 KB손보가 3개월이 넘도록 수리비를 주지 않아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KB손보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KB손보의 수리비 갑질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영서중소기업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KB손보가 중소기업부는 조사권한이 없다고 반발해 현장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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