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내부문건 입맛대로 왜곡"... 분위기 바뀐 삼성 9차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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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내부문건 입맛대로 왜곡"... 분위기 바뀐 삼성 9차 공판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4.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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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의혹 9차 공판... 반격 나선 삼성변호인단
“檢, 노조 유무로 협력사 등급 매겨... 실제론 철저히 성과 위주 평가”
노조 있어도 성과 좋으면 최고등급... 노조 없어도 성과 낮으면 하위등급
“검찰, 내부문건 의존해 있지도 않은 내용 주장... 상당 부분 사실과 달라”
사진=시장경제DB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공판'에서 검찰의 집요한 공세에 수세적인 모습을 보이던 변호인단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입수한 '삼성 내부문건' 중 입맛에 맞는 부분만 취사선택해, 마치 노조와해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며 검찰의 행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내용을 배제하고, '삼성 내부문건' 전체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와해를 시도하거나 기타 위법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달라진 변호인단의 항변은 2일 오전 열린 이 사건 9차 공판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 8차 공판기일 검찰측 서증조사 내용을 변호인단이 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압수한 삼성 내부문건을 근거로 삼성 측이 비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노조와해 공작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같은 문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검찰측 주장의 허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삼성이 비노조 경영을 강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근로조건 개선에 힘쓴 것일 뿐, 조직적인 노조와해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 항변이 요지다.  

◆문제의 '삼성 문건'… 檢, '노조와해' 프레임에 스스로 매몰됐나

변호인단은 “본질적으로 노사관계는 대립적인 양상을 띄는 만큼, 사측이 노조를 적극 장려할 의무까지는 없다”면서 “사측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노조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노조와해 전략과 시스템 및 시나리오 등에 의해 노조와해 기조가 학습되고 체득화됐다고 하는데, 이러한 추상적 용어와 가정만으로 혐의가 인정될 수는 없다”며 “검찰이 편향·왜곡된 시각을 갖고 사건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삼성 내부 문건의 내용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건의 작성 목적이 지시가 아닌 업무적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과 실제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예로 2016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보내진 ‘투서사건’을 들 수 있다. 협력업체 직원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 투서에는 삼성제품의 결함과 도덕성 문제, 회사의 비밀 등을 언론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이 확보한 삼성 내부 문건에는 이 투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직원 2명을 특정하고, 단게적 퇴사조치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행된 조치는 180도 달랐다. 

변호인단은 “삼성은 해당 투서를 통해 문제가 된 과도한 잔업과 특근, 강제 휴가사용, 퇴직자 재취업 교육 미흡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개선조치를 강구했다”며 “회사 입장에서 허위사실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는 것은 정상적인 조직관리 차원의 대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건에는 투서 발송자를 확인해 퇴직조치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실제로는 의심 직원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해당 직원은 지금도 재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시장경제DB

◆ 협력사 등급 평가는 '노조퇴출' 위한 것?… "사실은 달랐다"

삼성이 노조의 존재 유무를 기준으로 각 협력사를 등급별로 나눠 평가하고, 노조와해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퇴출을 압박했다는 검찰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2014년 2월 삼성전자서비스의 경기 이천 소재 협력사 폐업이 본사 보고를 거쳐 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이 노조와해를 목적으로 이른바 ‘그린화’ 전담조직을 운영하면서 각 협력사별 노조 유무를 따져 그린·블루·옐로우·레드 등급으로 나눴고, 가장 하위 등급인 ‘레드’ 경고를 받은 협력사가 우선 퇴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천 소재 협력사가 폐업한 근본 이유는, 협력사 대표가 적자 등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한데 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서비스는 업무공백을 우려해 해당 협력사의 폐업을 거듭 만류했지만, 협력사 대표가 거부하면서 끝내 폐업공고문이 게시됐다. 

이런 사실은 검찰 주장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노조와해 추진 전략문건으로 보고 있는 ‘서비스 안정화 방안 보고’ 문건에 대해서도 “협력사 관리방안에 대한 구상에 불과하다”며 “운영상 구조문제와 불투명한 경영, 불합리한 임금체계 등 프로세스 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측 주장과 달리, 노조가 존재하는 회사라고 해도 경영성과와 조직관리 역량이 높으면 최상위 등급(‘그린’)을 부여한 사실도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반대로 노조가 없는 회사가 평가에서 하위등급인 ‘옐로우’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는 각 협력사들이 노조 유무에 따라 퇴출대상이 된다는 검찰측 주장과 상반된다.   

노조원 비율이 높은 협력사를 재계약 심사 대상인 ‘NI’등급으로 분류하고, 노조탈퇴 등 조직안정화 조치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줬다는 검찰 주장 역시 실제와 크게 달랐다. 

삼성 내부문건을 살펴보면, 협력사 등급은 철저히 실적에 기반해 주어졌으며 노조 유무는 평가 항목과 무관했다. 

검찰이 문건에 나온 표기를 오해 내지는 왜곡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NJ협력사 대상 지연심사 결과보고’라는 문건에서 'NJ'가 노조의 영문표기 이니셜을 딴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메일에서 확인되는 제목은 ‘NI'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문건에는 ‘노조’라는 단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NI를 'NJ'로 오해한 사례를 볼 때, 검찰이 이 사건을 얼마나 편향된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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