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칼럼] 자영업 살아나야 동네서 살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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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칼럼] 자영업 살아나야 동네서 살맛 난다!
  • 이성복 시장경제신문 편집국장
  • 승인 2016.06.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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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 카페·공연장?..관광객 반 손님 반!
▲ 이성복 시장경제신문 편집국장

전통시장을 살리면 서민경제가 살아나는 것일까? 선거의 계절마다 정치인들이 시장을 다니는 이유는 표를 더 얻기 위한 것, 좋게 말해 서민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과연 전통시장이 서민경제를 대표하는 집단인가? 그렇다. 시장은 흔히 ‘골목상권’이라 부르는 자영업자들을 대표한다. 전국 골목에 산재해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뭉치기는 힘들지만 전통시장엔 상인들이 ‘전통적으로’ 모여 있다. 

자영업자 600만 시대(2012.5월 통계청). 자영업이 무너지면 퇴직자들이 먹고 살 방법이 없고, 지역 농산물도 갈 곳을 잃고, 상가가 비어 부동산 경기가 썰렁해지고, 동네 사람들인 자영업자들의 지갑이 닫혀 지역 소비도 위축된다. 대기업 다닌다고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은퇴하는 사람이 몇 억 있다고 구멍가게 개업하면 금세 말아먹기 십상. 주변을 둘러보라, 동네 가게 몇 년씩 버티는 집이 있는가. 조금만 장사 아이템이 좋다 싶으면 대기업이나 자본가의 자제들이 서민들이 보기엔 엄두도 안날 규모의 적자를 감수하며 초기 투자를 감행한다. 

대형마트 하나 생기면 반경 2km내의 모든 구멍가게가 초토화된다. 전통시장 주변에는 자기 노력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손쉬운 일자리인 배달원, 봉투장사, 노점상, 분식점 등이 공생하고 있는 구조이지만 마트는 이들을 잡아먹는 포식자로 돌변한다. 

지난 달 44년만에 문을 닫은 영등포 대림시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통시장이라는 축이 무너지면 생업과 사회생활의 터전을 한꺼번에 잃게 돼 그 부담이 정부와 사회로 오게 된다.만약 마트가 없다면 아직도 우리는 자전거포 아저씨나 칼 가는 할아버지, 채소 과일 트럭, 두부 장수의 딸랑이 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트가 생겨 편하긴 하다. 꼭 필요하지도 않고 안 보았다면 절대 살 일 없는 음료나 몸에도 해로운 주전부리까지 마구 박스채로 사들이게 되는 과소비만 안할 자신이 있다면 마트도 좋은 곳이다.

마트 문 닫는 휴일, 갑자기 필요한 물건을 사러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해 본 사람들은 안다. 마트 없이는 못살겠다. 언제부터? 마트 생긴 날부터다. 예전엔 시장이나 동네 주변에 있었던 것들이 다 없어졌다. 자전거 펑크나면? 컴퓨터 LCD모니터 고장나면? 키폰? 보리쌀? 슬리퍼? 

생각을 바꿔보자 아무리 물신숭배시대라지만 조금 비싸더라도 필요한 것만 사고, 웬만하면 고쳐 쓰고, 알맞게 먹는 게 사실 더 경제적이다. ‘마실 가듯’ 슬슬 걸으며 이웃들과 수다 떨고, 물건 맡기고, ‘뭐 드시던 거’ 같이 나눠 먹고, 아이들 안부 묻는 그런 시절이 그립지 않은가?

시장경제신문은 그래서 ‘느리게 장보기’운동을 할 생각이다. 마트에서 이리저리 사람에 치여 피난 온 사람들처럼 허겁지겁 물건을 주워담는 대신 시장에서 동네사람들과 인사하며 아이들 손 잡고 주섬주섬 흥정하고 군것질하는 ‘느린 쇼핑’이 사람 사는 맛을 되찾아줄 터이다.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면 그 ‘아름다운 시절’은 돌아온다. 정부가 체급을 맞춰 대형마트를 적정선에서 규제해주면 시장 상인들이 똘똘 뭉쳐 정부 지원을 얻어 시설을 현대화하고 마케팅 기법도 배우고 문화 프로그램도 도입할 것이다. 어느 나라든 동네시장은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전통시장이 그 동네의 카페, 도서관, 공연장이 되면 ‘관광객 반 손님 반’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시설 현대화를 해도 손님이 늘지 않던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 시장은 세일과 경매 등의 이벤트로 마트를 물리쳤다.   

무너져가던 속초종합관광․수산시장은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시청을 졸라 전국적인 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났다. 번영회, 노점상, 주변상인들로 이해관계가 얽혀 분열돼있던 안양중앙시장은 상인회로 뭉친 후 상인 교육과 대학 자매결연, 아케이드 설치 등 환경개선으로 마트․백화점․아울렛의 삼중고를 이겨냈다. 

전남 장흥의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은 사라져가는 5일장을 되살려 한우와 버섯 등 향토식품을 특화해 주말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통인시장은 ‘도시락 카페’라는 아이디어로 점심때마다 반찬가게와  주전부리 먹거리가 동날 정도로 손님들이 줄을 선다.

2012년 현재 전국 전통시장은 1500여개. 20만개의 점포에서 36만명의 상인이 종사하여 연 25조원의 매출을 올린다. 정부는 아케이드, 주차장, 건물 개량, 진입로 등에 2002년부터 연 2천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0년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시설 개선을 한 시장은 일 매출 증가율이 4%인 반면, 그러지 못한 시장은 24.4% 떨어졌다. 개선된 시장은 손님도 일평균 5천명이 늘어났다.

결론은 간단하다. 정부는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체급을 맞추기 위해 대형마트에 대해 적절한 규제를 하고, 시장 시설 개선화와 경영현대화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상인들은 일단 뭉치자. 머리를 맞대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 사회단체, 기업, 대학 등과 손을 잡고 시장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만들어내자. 시장과 동네 골목에서 ‘느리게 쇼핑’하는 국민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자영업이 살아나야 동네에서 살 맛이 난다. 국민의 안심과 행복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2012.10.04 17: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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