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금융 전직 CEO... 경쟁사 사외이사로 줄줄이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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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난 금융 전직 CEO... 경쟁사 사외이사로 줄줄이 컴백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3.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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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압력보다 전문성... '문재인 정권 낙하산' 비판 불식
IBK기업은행, 신충식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추천
한화생명,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신규 선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제7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한때 하이엔드급 금융사를 호령하던 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경쟁사의 사외이사로 컴백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청와대발(發) 낙하산 문제를 의식하는 듯 각 금융사들이 정치권 인사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전직 CEO를 선임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신충식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신충식 전 회장은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부터 농협에서 일했다. 농협에서 금융총괄팀 팀장, 금융기획실 본부장, 신용담당 집행간부 등을 거쳐 2011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에 올랐다. 2012년 NH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NH농협은행장을 거쳐 현재는 NH투자증권의 고문을 맡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인 이정원 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이정원 전 사장은 1988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신용기획부·여신심사부 부장을 거쳐 여신심사그룹 부행장까지 오른 은행업 전문가다.

한화생명은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황영기 전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사장, 우리은행장·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금융투자협회 회장, 법무법인 세종 고문 등을 역임했다. 

KB금융지주는 유석렬 이사회 의장을 임기 1년의 중임 사외이사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지난달 22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의했다. 유석렬 의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에서 CEO를 오랫동안 지냈다. 2006~2007년에는 여신금융협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KB금융지주는 한국정부회계학회장을 역임한 김경호 홍익대 경영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김경호 교수는 한국씨티은행 사외이사,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회계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권숙교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권숙교 고문은 씨티은행 출신으로 기업금융부문 CIO를 지냈다. 우리FIS 대표이사와 우리금융지주 IT 담당 상무를 지냈다.

우리은행은 오정식 전 KB캐피탈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오정식 전 대표는 1956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79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2002년 한미은행 전략기획 부장, 2005년 씨티은행 리스크기획관리본부 본부장, 2010년 씨티은행 기업영업본부담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출신 인사가 잇따라 금융사 임원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여권 내부에서 낙하산 인사 비판을 하고 있는 만큼, 주인이 없는 금융사들이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업계나 학계 전문가 등을 선임하는 추세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금융사들은 경쟁사 CEO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경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외부 출신 인사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활동에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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