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교수 "국민연금, 헌법 126조 민간기업 통제금지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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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교수 "국민연금, 헌법 126조 민간기업 통제금지 위반"
  • 양원석, 김보라 기자
  • 승인 2019.02.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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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 20일 바른사회 토론회
"헌법 126조 ‘국가기관의 민간기업 경영통제 금지’ 위반"
“헌법 37조2항 과잉금지원칙 위반 가능성도 배제 못 해”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한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토론회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패널 로 참여한 전삼현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대해 ‘정관변경 주주제안’ 형식의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의결한 가운데,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기업의 국공유화 및 국가 경영통제 금지’(126조), ‘과잉금지원칙’(37조2항)에 반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상법·회사법 전문가인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전삼현 교수를 비롯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진식 변호사(사법연수원 233기), 전지현 변호사(연수원 41기) 등이 패널로 참석했으며 사회는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전 교수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방법의 적절성 검토’를 주제로 국내 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에 내재한 위헌성을 분석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직후부터 이달 1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결정할 때까지 주요 사건의 진행 경과를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이어 전 교수는 이 사건 쟁점을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 지난달 23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정부 의지와 상반된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즉 국민연금 민간기업 경영참여의 정당성 여부.

두 번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경영참여형 의결권 행사에 부정적인 잠정결정을 내린 직후, 대통령이 경영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유(국가기관의 민간기업 경영통제).

세 번째 국민연금 경영참여의 실제 영향력.

네 번째 현행 이사가 형사소송의 피의자가 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으면 현행법상 피선임권을 상실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국민연금이 추진하는 한진칼 정관변경 내용의 적절성).

전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의 노후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연기금의 수익률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국민연금기금의 본래 취지를 고려할 때 민간기업의 지배구조까지 문제 삼아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삼현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와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조를 볼 때 정부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덧붙여 그는 “국민연금기금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 관련 법 위반 사실이 있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체가 불명확해진다”며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전 교수는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결정은 헌법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전삼현 교수의 발언.

“국민연금이 대통령의 적극적 경영참여 발언 직후 태도를 바꾼 건 위법성 판단에 앞서 위헌성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는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한 우리 헌법 제37조 2항, 국가의 민간기업 통제를 금지한 같은 법 제126조에 반한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지난달 2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에 참석해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분과회의를 열고 대한항공 및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안건에 각각 반대 의견을 냈다.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찬성 2표 대 반대 7표’, 한진칼에 대해서는 ‘찬성 4표, 반대 5표’로 결론이 났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이 같은 결과를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고, 국민연금은 그 결과를 보도자료 형태로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다.

앞서 올해 1월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민간위원 중 한 명인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대한항공 및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금운용위는 같은 달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안건을 논의한 뒤,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여부, 행사 시 그 범위와 방법 등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의결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같은 달 23일 오전 분과회의를 소집해 해당 안건을 논의한 뒤 위와 같은 반대 입장을 기금운용위에 보고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대통령의 청와대 발언 이후 예정에도 없던 비공개회의를 추가로 연 뒤, 이달 1일 2차 전체회의에서 이 안건을 재논의했다. 그 결과 기금운용위는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결정했다.

전 교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가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위헌성 여부에 대한 분석에 집중했다. 다음은 이에 해한 전 교수의 견해.

“수탁책임자전문위원회에서 경영참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경영참여 발언 이후 기금운용위원회는 경영참여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위법성 판단은 어려우나 위헌성 검토는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헌법은 제126조에서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는 동 규정에 정면 배치된다.”

전 교수는 “국민연금의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기금운용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그 성과를 정책감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공사화하거나 민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삼현 교수는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요구하기로 한 정관변경의 내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정관에 형사범에 대한 이사 자격 제한을 두는 순간 대주주가 이사가 되는 것을 회피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대주주 책임경영 정책 기조와 모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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