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중부시장 김정안 상인회장] "마른안주 200종 호프광장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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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중부시장 김정안 상인회장] "마른안주 200종 호프광장 보셨나요"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6.06.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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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건어물 시장의 매력 과시
고객 쉼터 생기니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
하루 2천명 찾아... "국제적 명소 되겠다"
▲ 신중부시장 김정안 상인회장이 아라누리 고객쉼터를 소개하고 있다. ⓒ 정상윤기자

서울 중구 신중부시장은 우리나라 최대의 건어물 도매시장이다. 1980년대까진 시어머니 심부름을 나온 ‘새댁’들로 북적였다. 한손에는 고등어 묶음, 다른 한손으로는 굴비 두름을 든 며느리들이 주요 고객들이었다. 중산층이 늘어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손님들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요새 마트 가지 누가 시장에 가나?” 주차장을 만들고 휴게소를 열고 아케이드라도 덮어야 마트와 경쟁이 될 것이다. 당사자인 상인회가 중심이 되어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38년간 신중부시장에서 건어물 도매업을 해온 김정안 상인회장은 “외국인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시장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건어물 시장의 명성에 어울리는 ‘호프광장’이 그 생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야심작이다. 200여종에 달하는 ‘마른안주’를 입맛대로 고른 뒤 오순도순 모여 앉아 맥주를 즐기도록 한 다는 것.

마른 안주거리가 지천에 널린 시장이다 보니 ‘호프광장’을 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외국인들도 많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단다.

“외국에 나가면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코스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없잖아요. 전통시장을 둘러봐야 그 나라의 문화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외국인들이 와서 즐기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어요.”

김 회장은 지난 6월에 고객쉼터인 ‘아라누리’를 만들고 나서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는 걸 느꼈다고 한다.

“우리 시장은 하루 평균 2천여명의 고객이 찾는 곳이지만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15평 정도의 공간인 ‘아라누리’에서 101가지 건어물 요리 이벤트를 하면서 시식도 하고 체험도 하다 보니 고객들이 덩달아 많이 늘었어요.”

‘아라누리’는 시장에 관한 궁금한 점은 물론 신중부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정보를 제공하고 물품 보관소 역할도 한다.

주차문제 완화, 고객쉼터 개소, 호프광장, 주변 도로 무료로 주정차 등 김 회장이 차근차근 추진해온 시장 현대화 공로를 인정해 지난 달 서울시는 그를 전통상인 명예부시장으로 선정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서울시장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정책워크숍 등의 행사에 참여해 분야별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게 된다.

“상인들의 고충이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전통시장 명예부시장으로서 25개 구청을 돌아다니면서 업무를 파악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전통시장은 사회적인 약자잖아요. 열심히 뛰면서 그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싶어요.”

아케이드 설치도 임박했다. 시장경영진흥원에 예산을 신청해서 설치 결정까지 완료된 상태다.

“정부에서 지금까지 전통시장에 1조 7천억 정도를 투자한 상태인데 시설도 중요하지만 상인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금액의 아케이드 설치도 무의미해요. 외국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어 국제적인 시장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저 또한 발 벗고 뛰겠지만 방향 제시 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의식 변화인 것 같아요. 상인들은 장사하기 바빠서 자기 일에 이익이 없으면 무심하거든요. 시장이 발전해야 고객들도 찾아오기 마련인데 연령층이 높아서 그런지 참여도가 떨어지더라고요. 상인교육도 열심히 받고 같이 고민해서 함께 시장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2012.08.20 15: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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