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먹튀' P2P금융 확 바꾼다... 투자자 보호 법제화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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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먹튀' P2P금융 확 바꾼다... 투자자 보호 법제화 돌입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2.1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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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P2P금융 법제화 공청회 개최 "가이드라인만으로 규율 어려워"
P2P 업체 자기 자본 최소 10억원↑... 재무 상태·거래 구조 공시해야
최종구 금융위원장. ⓒ시장경제 DB

P2P(개인간) 금융시장이 1~2년 새 급성장하면서 사기·먹튀·부실 논란과 같은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법제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P2P 금융시장은 지난해 주요 업체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P2P금융협회의 대출 현황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회원사 52곳의 누적대출액은 약 3조1,7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말 협회 누적대출액인 1조8,034억원 대비 76%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마냥 순탄치는 않았다. P2P 금융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가운데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선 각종 사건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금융당국은 국내 P2P 대출업체 10곳 중 1곳 이상을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경찰에 수사 정보를 제공했다. 관련 업체가 난립하기 시작하면서 허위 상품을 활용한 사기·횡령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허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가짜 골드바 사진으로 대출담보를 유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P2P 대표 업체 중 하나인 루프펀딩은 대표와 차주와 짜고 투자금 약 80억원을 엉뚱한 곳에 사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누적대출액 규모가 1,300억원 선이던 아나리츠는 대표는 허위로 PF 대출상품을 만들고 돌려막기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폴라리스펀딩은 가짜 금괴와 보증서를 내세워 투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P2P 시장에서 벌어진 사기·먹튀·부실 사건 등으로 인해 피해자 수만명이 1,00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장을 규제할 마땅한 법과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P2P 금융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금융상품처럼 투자자 원금이 보호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채권처럼 자기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힘들다. 사기를 당하면 개별 소송밖에 대응 방법이 없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은 P2P 금융의 겉과 속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당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대출 법제화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행정지도에 불과한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제대로 규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투자자와 차입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P2P 업체는 투자자와 차입자 모두에 관여하면서도 위험을 직접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상충과 도덕적 해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업계에서도 투자자와 차입자에 대한 보호와 혜택 없이는 P2P금융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공청회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 법안의 개정보다는 별도의 법률을 새로 제정해 투자자를 보호할 발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위원장은 "P2P금융의 특수성과 혁신성을 감안해 기존 법 체계에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새로운 금융업으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P2P 금융을 제도화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미래 금융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퓨처마킹의 사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새 법률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먼저 P2P 취급 업체는 자기 자본이 최소 1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재무 상태·대출 규모·거래 구조 등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P2P 업체의 자기 자금 투자와 금융회사의 대출 투자를 허용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

저축은행·신용카드사 등 기존 금융회사의 P2P 대출 투자 여부는 제한적 허용으로 정리됐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대출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해왔으나, 핀테크 분야에 대한 기업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P2P 대출금액의 일정비율 이내에서 금융회사의 투자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동일 대출자(차주)에 대한 한도도 도입한다. 현재 P2P 업체당 1,000만원(비부동산 2,000만원)으로 제한된 P2P 금융에 대한 개인의 투자 한도를 시장 전체에 대한 총한도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이는 대출자에게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을 P2P 업체 전체 대출 잔액의 일정 비율 이내로 규제해 사금고화에 따른 부실 우려를 줄이기 위함이다. P2P업체 총대출잔액의 일정 비율 이내로 한도를 설정하면 특정 대출의 부실화가 업체의 도산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현재 P2P 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업체당 일정액으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의 규정을 폐지해 전체 투자 한도를 높이고 관련 대출 상품의 원리금 수취권 양도도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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