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500兆' 초조해진 정부, 은행 숨통 더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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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500兆' 초조해진 정부, 은행 숨통 더 조인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1.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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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올해 은행권 新예대율 규제 마련해 내년부터 도입
각종 규제에 먹구름 가득한 은행들, 순이익 2兆 이상 축소
지난해 11월 2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장경제 DB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한다. 가계부채 건전성 제고를 위해 새로운 예대율(예금과 대출의 비율) 규제를 올해 준비해 내년 1월부터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당국은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를 개편해 7월에 새로 적용키로 했다. 당국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향후 국내 은행권의 연간 순이익이 최대 2조원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오후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비롯한 은행권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당장 위험해질 가능성은 작지만 시장 여건 변화로 가계대출이 급격히 취약해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금리가 오르면서 내수(內需) 경기가 꺾이면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원리금을 갚는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종구 위원장은 올해 안에 은행이 가계대출을 늘릴 때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하고, 가계대출 위험을 더욱 높게 반영한 신(新) 예대율 규제를 준비해 내년 1월부터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에 따라 올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 예상치가 지난해 추산치인 11조8,000억원보다 2조원 수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은행권 수익은 기존 예측치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종구 위원장은 은행들에게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희생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COFIX)를 도입하면 1,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의 혜택이 소비자에게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 이익이 축소된다는 반론에 대해선 "금융소비자 신뢰로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이익"이라며 선을 그었다.

코픽스는 주요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가중 평균해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수치로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도입하기로 한 새로운 코픽스(잔액 기준)는 그동안 반영하지 않은 결제성 자금과 기타 예수·차입부채까지 추가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코픽스를 적용하게 되면 기준금리가 27bp(1bp=0.01p)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당국이 코픽스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변경하면 은행권의 연간 순이익이 상당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신규 코픽스 대출이 모두 잔액 코픽스 대출로 전환될 경우 연간 손실액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최종구 위원장은 은행장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시라"고 했지만, 은행장들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드릴 말씀이 별로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선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실패의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로 집값이 폭등해 가계부채가 늘어났고 더욱이 제1금융권 대출을 제한하는 바람에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까지 발생했는데도 당국이 은행들에게만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듯한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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