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성공기] 4전5기만에 빛 본 전세버스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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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성공기] 4전5기만에 빛 본 전세버스 APP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2.16 06: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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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스' 앱 하나 깔았을 뿐인데, 운행기사 수입 월 200만원 늘어
위) 10명을 목숨을 앗아간 전세버스 화재사고, 아래) 4명의 사망자를 낸 전세버스 추돌사고

울산 전세버스 화재사고 10명 사망.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전세버스 추돌사고 4명 사망. 이 두 사고는 국민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졸음운전과 무리한 차선 변경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하지만 전세버스기사들은 '최저시급도 안되는 월급'이 진짜 이유라고 말한다.

2016년6월에 런칭된 '위버스'는 이같은 난제를 방지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전세버스와 소비자를 입찰 경매 방식으로 주선해주는 앱이다. 기사들은 공차를 줄이면서 돈을 벌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금액으로 전세버스를 대절할 수 있다.

그러나 간단하면서도 이 좋은 아이디어가 빛을 보기까지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거쳐야 했다.

김동원 이노게이트 대표는 전세버스업계 사람들과 이 앱(위버스)을 개발했다. 그냥 스타트업이 아니라 전세버스사업자와 협력스타트업이다. 위버스는 오늘이 오기까지 고발, 회사 폐쇄, 업계의 반발, 규제까지 4전5기의 역경을 견뎌왔다.

▶운행기사들은 '위버스' 통해 1달에 200만원 더 벌어

조청래 씨(서울전세버스협동조합 소속 운수종사자)는 위버스앱을 통해 10~11월에 11건의 운행을 더 했다. 앱을 통해 발생시킨 매출만 400만원 이상이다. 기름값을 떼고 나면 순수익은 200만원 정도다. 

조 씨는 "11~12월은 최대 비수기인데, 이런 시기에 1달에 4~5건을 별도로 운행하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고객에게 추천을 받기 위해 더 안전한 운행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씨는 앱을 통해 단골고객도 생겼다. “앱을 통해 한 고객과 만났는데, 저의 운행스타일과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는지 단골 고객이 됐다”며 “1달에 두 번씩은 이 고객의 운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청래 기사는 위버스앱을 통해 10월과 11월 2달 동안 400만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올렸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아이디 '연이'는 지난 7월 포켓몬고 게임을 하려고 속초에 갔다가 서울로 오는 전세버스 대절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랬다. 목적지가 서울이면 빈차로 다시 돌아와야 하므로 공차비용을 포함해 90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비용이 너무 비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앱을 찾아봤고, 위버스를 통해 30만원으로 서울로 오게 됐다.

당시 29명이 탔는데, 인당 1만원을 내고 버스를 탄 셈이다. 이는 고속버스 비용(속초-서울 1만8,100원) 보다 인당 8,100원이 저렴한 금액이다.

조 씨의 사례가 기사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사들이 위버스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김동원 대표에 따르면 현재 가입한 전세버스기사의 수는 5,200여명. 평균 입찰 경쟁률은 6:1이다. 역대 최대 경쟁률 부산-서울 결혼식 건으로 무려 56:1을 기록했다.

런칭한 지 5개월말에 얻은 결과다.   

김 대표는 "2016년 들어와 가입자 수, 매출, 오더, 중고버스매매 등 전월 대비 모근 지표가 계속해서 상승 중"이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까지 전체 전세버스기사들 중 절반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를 보면 위버스에 가입한 기사는 일반 기사보다 1달 평균 2건의 운행을 더 뛰는 것으로 나왔고, 80만~100만원의 매출을 추가로 발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발- 회사 폐쇄- 기존사업자 반발- 정부 규제까지 '4전5기' 역경 이겨내

위버스는 현재의 인기를 얻기까지는 4전5기의 역경을 이겨냈다.

위버스의 솔루션 자문을 맡고 있는 A씨는 어느날 갑자기 '지입'으로 고발을 당해 회사의 문을 닫게 됐다. 지입이란 '명의도용'과 같은 말로서 교통업계에서는 기사들이 버스를 구입해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말한다. 서류만 회사소속이고, 실제로는 회사의 관리를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운행을 하기 때문에 여객운수사업법(명의 이용 금지)에서는 이를 엄히 다스리고 있다.

문제는 전세버스회사 10곳 중 9곳이 A씨처럼 지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동료 사장이 고발한 것도 화가 나지만 지입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정부가 내린 처벌이라 더 화가 났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자산으로 삼았다. A씨는 전세버스 산업에 지입이라는 불법이 만연하고,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돈'을 지목했다. 그리고 2013년도에 계획한 전세버스와 소비자를 앱으로 연결시켜주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A씨는 정부의 한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김동원 이노게이트 대표를 만나게 됐다. 당시 김 대표는 정부의 창업, 스타트업 프로그램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A씨와 전세버스 관계자들은 김 대표에게 지방만 가면 매번 공차로 올라와야 하는 전세버스의 한계와 매번 비싸게 대절해야하는 소비자들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동원 대표는 현재의 추세라면 내년까지 전체 전세버스기사들 중 절반이 가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내용을 들은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질문을 하나 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공차였는데, 소비자가 서울행 편도를 요청하면 얼마를 받을 것인가?" A씨는 비수기를 감안해 45만원을 받겠다라고 말했다.

답변을 들은 후 김 대표는 부산의 한 전세버스회사에 전화해 가격을 알아봤다. 운송사는 45인 기준으로 90만원을 요구했다. 왜 그렇게 비싸냐고 물었고 사측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공차 비용 추가"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전세버스 역경매 어플인 '위버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전세버스업계 관계자들과 사업을 추진하니 순조롭게 진행됐다. 기존 지입회사에 거부감을 가진 기사들이 하나둘씩 위버스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앱을 통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자 인기는 더 올라갔다.

사업이 성장궤도에 오르자 업계의 반발과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위버스가 운임을 덤핑시키고 있다며 항의가 빗발쳤다. "개XX들아, 80만원 짜리를 40만원에 받으면 어쩌냐", "다같이 죽자" 등 욕설과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사실 전세버스 운임은 자율요금제이므로 위버스의 영업 방식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김 대표는 항의를 하는 기사들과 싸우지 않고 1명, 1명을 설득했다. 오랫동안 전세버스를 해온 베테랑답게 설득은 먹혀들어갔다. 일부 기사는 싸우러 왔다가 위버스에 가입하고 돌아갔다.

이번엔 낡은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타 지역서 손님을 태우려면 여객운수사업법상 해당 지역에 영업소를 갖춰야 하는데 위버스는 이같은 법을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비자들이 먼저 반발했다. 아이디 '에이취'는 "길바닥에 비싼 기름을 흘려가며 빈차로 복귀할 바엔 저렴하게라도 받고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냐"고 지적했고, '땅콩커피'는 "뺏기는 것(덤핑)만 생각하지 말고, 이득되는 것(공차 활용)도 생각해 보면 윈윈(win-win)인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초보사장'은 "택시도 타시도에서 복귀하는 손님은 영업할 수 있는데, 버스가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심각한 규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상주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차고지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오는 영업활동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또, 전세버스는 전국을 구역으로 영업할 수 있기 때문에 타시도 불법영업이라고 좁게 해석하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버스앱 입찰 진행 초기 화면 모습.

▶"반드시 돈 더 벌게 만들어 사고 낮추겠다"

김 대표는 기사의 급여가 올라가면 사고율은 반드시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 증거로 고속버스와 시내버스의 사례를 제시했다.

고속버스 기사의 연봉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높은 곳은 5,000만~6,000만원이고, 시내버스는 서울의 경우 평균 4,500만원이다. 사망자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반면 전세버스기사의 연봉은 2,000~3,000만원으로 고속, 시내버스기사보다 턱없이 낮다. 여기에 지입료와 운행수수료, 톨게이트비, 주차비, 차량 할부금 등을 빼고 나면 한 달에 버는 돈은 150만원 남짓이다. 차량 정비라도 하게 되는 날이면 그 달은 적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전세버스 4만5670대로 전체 버스의 96%(4만7584대)를 차지하고 있고, 매년 1200건의 교통 사고, 40명의 사망자, 3000여명에 이르는 중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버스의 대부분이 전세버스다.

김 대표는 “높은 급여를 받는 버스기사들은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안전교육을 잘 실천하지만, 가난한 전세버스 기사들은 교육은 커녕 먹고 살기 바쁘다”며 “단돈 1,000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비상망치 구비와 정비를 소홀히 하게 되고, 과도한 운행시간으로 졸음운전이 잦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버스 기사들도 고속, 시내버스 기사들처럼 웬만한 수입이 보장된다면 사고는 반드시 줄어 들 것”이라며 “위버스가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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