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칼럼] 대형마트 불매가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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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칼럼] 대형마트 불매가 밥그릇 싸움?
  • 오호석 칼럼
  • 승인 2016.12.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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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석

오호석 /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상임대표

최근 내수경기 불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생활필수품 소비까지 줄고 있어 승승장구하던 대형마트들의 매출도 감소 추세에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니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내수경기가 둔화되는 사실이 세계경제불황의 흐름에 따른 자연적 연동현상인가에 대해서는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고용시장이 매우 불안하다. 직장인이 40대가 되면, 퇴출을 고민해야 하고, 올해부터 시작해서 10년간 3백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량 은퇴하는 시점에 직면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6백만 명에 달하는데 취업인구 대비 자영업자 숫자가 높은 것은 과거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자영업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으로 자영업시장은 과포화 상태에 있다.

이런 실정에서 대형자본들이 대형마트를 설립하여 상권을 장악해 버리고, 성장의 한계에 부닥치자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동네가게의 영역까지 넘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골목상권과 대형마트 간의 치열한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되어서도 안 될 이유가 있다.

내수시장은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이고, 소비력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시장규모가 커질 수 없는 임계치가 분명히 존재할 뿐 아니라, 대형마트가 득세할수록 자영업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제로섬구조임이 분명하다.

대형마트들은 일자리를 창출해서 고용효과를 가져와 사회에 기여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말이다. 대형마트로 인해 고용효과는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대형마트로 인해 취업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용대체 효과 보다는 고용시장을 더욱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마트들이 제공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파트타임형 비정규직이다. 이는 대형마트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대기업에 종속화 할 위험성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지역에서 번 돈을 지역에서 사용하여 지역경제 선순환효과가 큰 자영업자들이 사라지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자립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이기는 것은 시장경쟁논리로만 따지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던 점포들이 빈 점포로 늘어나게 되면, 결과적으로 상가 등에 투자하는 투자자본이 갈 곳을 잃고 자금의 흐름이 멈추게 된다. 이처럼 유통시장의 대형화와 고급화, 독점화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편리성 이상으로 사회적 부작용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대형마트의 매출이 줄어든 현상은 소비를 해줘야 할 소비계층과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소비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자영업자 역시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역할도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자영업자가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은 대형마트들이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비계층(자영업자)을 스스로 없애면서 내수경기가 나빠졌느니, 매출이 줄었느니 볼멘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

대형마트들은 제조업체나 입점업체에 리베이트를 강요하거나 납품단가를 후려쳐 쥐어짜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특정품목을 원가이하로 판매하는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아 돈을 벌지만 이렇게 번 돈이 내수시장을 활성화 시키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한 곳에 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대형마트들은 소비자의 숫자를 줄여 내수시장을 구조적 악순환에 빠뜨리는 당사자로서 이러한 경기불황의 원인을 스스로 만들어 그 결과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최고 가치가 성장과 이익추구에 있다고 하지만, 대형마트들이 성장의 한계를 고민하면서 확장을 거듭할 때, 자영업자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권을 걱정하며 신음하고 있고,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하나도 없어 스스로 대항점을 찾지 못하고 못살겠다는 아우성만 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불편하다고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던 문제들을 우리 소비자들도 알아야 한다. 체급이 완전히 다른 선수끼리 시합을 시키면서 공정하다고 말하지 않듯이, 스포츠경기에서 강자와 약자가 맞상대할 때 약자의 핸디캡을 인정해주는 것처럼,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작은 배려마저도 인정하지 못하고, 의무휴업을 지키지 않기 위해 헌법소원을 하고, 행정소송을 통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개정을 파기시키는 대형마트를 곱게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롯데와 같은 기업은 주류와 음료, 제과에 이르기까지 식음료를 제조하면서 유통시장까지 장악하여 횡포를 일삼는 내수기반의 대표적 기업으로서 납품업체는 물론, 자영업자,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원성을 사고 있다.

우리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이 앞장서서 롯데와 대형마트의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이유는 단순히 자영업자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빈곤층 양산과 소득양극화로 이어지는 불행을 막아 미래에 부담하게 될 사회적비용을 줄이자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 이해되기 바란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형마트가 특정계층(자영업자)을 제압하고,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는 참 쉬운 일이다. 그러나 정치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듯이 경제민주화도 중요하며, 성장불균형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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