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인력 잘라야"... 디지털화 거스른 국민은행 노조의 '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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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인력 잘라야"... 디지털화 거스른 국민은행 노조의 '惡手'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1.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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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 확대, 직원 도움 없이 고객이 업무 처리
"파업해도 별 문제 없어" 여론 등진 노조, 2차 총파업 강행 조짐
지난해부터 고기능 자동화기기 '스마트 텔러 머신(STM)'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KB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당일에도 우려했던 바와 달리 큰 혼선이 발생하지 않아 이번 기회에 유휴(遊休) 인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바야흐로 디지털 금융 시대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은행들은 전략적 리뉴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창구 업무의 9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를 대폭 늘리는 중이다. 무인화 시스템이 차츰 확대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시간 제약 없이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은행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대면 거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탓에 은행들의 무인점포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19년 만의 총파업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KB국민은행도 지난해부터 고기능 자동화기기 '스마트 텔러 머신(STM)'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STM은 기존 금융자동화기기를 업그레이드한 지능형 자동화기기다. 신분증 스캔, 손바닥 정맥 바이오인증, 화상상담 등을 통해 은행 창구에서나 가능한 업무를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입출금·계좌송금과 같은 기본적인 ATM 업무는 물론 체크카드 신규 발급이나 재발급, 보안카드와 OTP 발급, 통장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 자동화기기(CD·ATM) 통장 출금 등록, 심지어 개인정보 변경까지 STM으로 처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서울 여의도 본점 영업부를 비롯해 가산디지털종합금융센터, 강남역종합금융센터에서 STM을 시범 운영해왔으나 지난해 3·4분기까지 STM 설치 장소를 서울 15곳, 경기 7곳, 인천 2곳, 대전·광주·충청 각 1곳 등 총 27곳으로 확대했다.

디지털 전환 원년을 선포한 KB국민은행은 올해에도 디지털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STM 설치를 100대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이동점포에도 STM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 전국금융산업노조가 총파업을 선포한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본점에 '총파업 사과문'이 붙어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KB국민은행은 최근 현금과 서류를 두지 않는 디지털금융점을 개점하기도 했다. 김포 한강신도시 운양지구에 설치된 KB디지털금융점은 모든 상담창구에서 태블릿을 이용한 디지털 서식에 서명을 받는 페이퍼리스 환경이 적용됐다. 창구에서는 현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은행과 고객사이의 거래는 모두 0과 1로만 이뤄진 디지털 신호로 전산망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다.

무인기기가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하더라도 전담 직원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고객들도 자동화에 익숙해져 큰 부담없이 기기를 이용하는 추세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지난달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에 무인환전센터(멀티외화 ATM)를 설치했다. 센터를 이용하면 주요 4개국 환전이 가능하다. 디지털 금융과 무인화가 이제 트렌드로 자리 매김했다는 방증이다.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변화 탓인지 지난 8일 노조 총파업 당일 전국 1,058곳 지점에서는 이렇다 할만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장년층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파업 사태를 넘길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파업을 강행한 노조에게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객을 볼모로 잡았어야 했느냐"는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노조원들이 없어도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만큼 이번 기회에 유휴(遊休) 인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국민은행 노조가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셈이다.

국민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 노조는 임금을 비롯한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또한 설 연휴 직전 추가 파업을 예고하며 허인 행장과 사측을 고소했다.

하지만 노조를 향한 여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싸늘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노조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지도부와 조합원들 사이에선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인력이 남아도니까 저렇게 파업을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냐며 눈총을 보내고,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 동력이 떨어지면서 내부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 디지털화가 가속할수록 인력 조정 문제가 대두될텐데 노조가 이 이상 여론을 등지고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되면 설 수 있는 입지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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