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욕·명가재건... '반포3주구' 뛰어든 건설사들, 명분싸움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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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욕·명가재건... '반포3주구' 뛰어든 건설사들, 명분싸움도 치열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1.1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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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도전하는 ‘삼성물산’, 업계 1위 탈환 급한 ‘현대건설’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 앞둔 ‘롯데건설‥대우건설’ 경쟁 치열할 듯
현대건설 수주하면 GS건설 반포서 내리 4연속 탈락 수모
일부 전문가 “들러리 참여의향서 가능성도 배제 못해”

8천억원짜리 재건축 공사 입찰 소식에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건설사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지난 7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시공사 박탈 소식이 전해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이하 반포3주구)가 바로 그 곳이다.

3년만에 정비사업에 도전하는 삼성물산부터 업계 1위 탈환이 급한 현대건설,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해야 하는 롯데건설 등 각 사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우고 있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14일 반포3주구 조합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시공순위 1~8위 건설사가 모두 의향서를 제출했다. 실제 입찰이 아닌 단순 단순 참여의향서이지만 조합이나 외부에서 바로 보는 시선은 역시 '역대급 경쟁 예고'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건설사들이 모두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이유는 모처럼 큰 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반포3주구 사업비는 8천억원이다. 이는 시공사권을 박탈당한 HDC현산 2017년도 매출의 15%, 주력사업 매출의 40%에 해당할 정도로 매우 큰 공사다. 게다가 반포3주구는 강남 노른자 위에 위치해 있어 브랜드 효과가 남다르다.

8개 건설사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로 이번 반포3주구 입찰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건설 명가 현대건설은 올해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사장서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진행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인사에서 “명가 재건”과 “1위 탈환” 포부를 밝히 면서 “사람 많다고 1등 되는 것이 아니”라며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단 5일만에 8천억원짜리 반포3주구 입찰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반포3주구를 먹으면 현대건설벨트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큰 상징성을 갖게 된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7년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을 따냈다. 현대건설이 3주구까지 얻게 되면 반포주공1단지 주변 일대는 총3조4000억원이 넘는 현대건설타운이 된다.

GS건설은 현대건설에 설욕을 벼르고 있다. 반포에서 현대건설이 따낸 1·2·4주구 재건축 사업의 라이벌이 바로 GS건설이었다. 반포3주구까지 현대건설에 뺏기면 4번 연속 패하는 굴욕을 맛보게 된다. 그만큼 비장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건설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포스코건설은 그동안 이 곳에 아파트가 없었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반포 일대에 처음으로 진입하게 된다.

먼저 삼성물산은 3년만에 재건축 사업 도전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반포 일대에서 인지도가 높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바로 옆 '래미안 에스티지'도 갖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2015년 12월 서초 무지개아파트 이후 3년1개월간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참여하지 않았다. 정비사업 은퇴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 지역으로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롯데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명과 론칭 시기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일 반포3주구 사업설명회에서 롯데건설 관계가를 이를 언급했다. 당시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롯데건설은 강남권에 최고의 브랜드를 내놓기 위해 올 4월에 새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 홍보팀은 “(시기와 명칭 등)구체적인 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롯데건설이 특허청에 지난해 말 ‘인피니엘(INFINIEL)’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돼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롯데건설은 반포3주구가 아니더라도 신반포14·15차를 재건축할 예정이어서 이 때 론칭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도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계획 중이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이외에 고급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포3주구 수주시 프리미엄 브랜드 사용이 확실시 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아직 검토 중”이라며 론칭 시기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들러리 참여의향서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공학 교수겸 대표인 S씨는 “HDC현산의 소송 발표는 쉽게 말하면 ‘내가 이 공사에 침을 발라났다’는 의미다. 과거 같으면 기업간 제살을 깎아먹는 덤핑경쟁을 막고자 서로 조심했다. 그런데 지금 대림산업·대우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에 이어 현대건설까지 참여했다. 건설사들마다 분명 HDC현산의 소송 승·패소 확율을 검토했을 것이고, 사업을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판단하에 움직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재입찰 자체가 무효화 될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HDC현산이 조합 결정에 불복, 사업권 박탈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예정이다. 만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조합 총회에 흠결이 나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이 그려질 전망이다. HDC현산은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총회의 결과를 당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당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총회효력정지가처분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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