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은행권 희망퇴직... 정부 압박에 40·50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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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은행권 희망퇴직... 정부 압박에 40·50 '벼랑 끝'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1.0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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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매서워지는 감원 한파, 인위적 구조조정 수단 전락
은행 허리층 "신입 늘리라고? 왜 우리가 희생해야 하느냐"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른 지점 축소와 정부의 인위적 희망퇴직 독려가 더해지면서 은행권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경제 DB

"정부가 신입사원 늘리라고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데 어쩌겠습니까. 뽑는 만큼 내보내라는 소리 아닌가요? 기껏 치킨집 차릴 정도 받고 나가야 하는데, 은행에서 계산기 두드리던 사람들이 뭘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다 경제위기다 해서 자영업자들이 셔터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니, 다들 굶어죽기 싫어 눈치만 보고 있는거죠."         

40~50대 은행원들이 도탄지고(塗炭之苦·진흙에 빠지고 숯에 타는 듯한 고생)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국내 주요 은행들에서 40~50대 수천여명이 이미 짐을 쌌거나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은행권 내부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만큼 기존 인원을 내보내라는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희망퇴직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서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0년 이후 출생자나 차장급 이하 일반직 중 1964년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근속 기간이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특별퇴직금 규모는 월평균 임금 8∼36개월치다. 희망퇴직 신청 기간은 부지점장 이하 직급은 4∼9일, 지점장급은 9∼14일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1978년생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700여명이 자리를 비웠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마무리했다. 신청자 610명 가운데 597명의 퇴직이 확정됐다.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직원과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2년생이 대상이었다. 명예퇴직 조건으로 퇴직 당시 월 평균 임금의 20∼36개월치 특별퇴직금 지급을 내걸었다. 지난 2017년에는 농협은행에서 534명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1964년생을 대상으로 전직지원(희망퇴직)을 했다. 대상자 500명 중 400여명이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이들에게 기존 퇴직금에 월평균 임금 36개월치를 특별퇴직금을 주기로 했다. 최종 대상자는 오는 31일자로 퇴직 처리된다. 우리은행에서는 2017년 7월 희망퇴직으로 1,000명 이상이 떠났다. 

KB국민은행은 노사 갈등 탓에 희망퇴직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파업 쟁점 중 하나가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인 만큼 이 부분에서 합의가 돼야 대상자를 정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부점장과 팀장급 이하의 진입 시기를 통일하겠다며 일괄 만 56세에 도달하는 다음달 초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겠다고 주장 중이다. 현재는 부점장의 경우 만 55세에 도달하는 다음달 초, 팀장급 이하는 만 56세에 이르는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노조는 산별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진입 1년 연장이 결정됐는데, 사측안을 적용하면 팀원 급의 임금피크제 도입시기가 수개월 연장에 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매년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해오고 있는 KEB하나은행도 노사 임단협이 끝나지 않아 특별퇴직 일정이 미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만 40세 이상이고 근속 기간이 만 15년 이상으로 대상을 넓힌 준(準)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관리자급 27명, 책임자급 181명을 포함해 총 274명이 은행을 떠났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물론 인사적체 문제 해결과 금융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희망퇴직이 필요하지만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압력에 회사를 떠받히고 있는 중간관리자들이 눈치를 보며 불필요하게 희생을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퇴직금을 얹어서라도 내보내라며 은행권에 희망퇴직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에서 퇴직금을 많이 줘야 받는 사람도 나가는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래야 10명이 퇴직할 때 7명의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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