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非메모리... 삼성 '메모리 쏠림' 위기론, 약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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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非메모리... 삼성 '메모리 쏠림' 위기론, 약됐나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1.0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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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편중 사업구조 재편 계기로 작용할 듯
메모리 사업 침체, 3분기부터 예상...비메모리 부문 성과에 주목해야
삼성전자, 지난해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2020년, 화성 EUV 라인 본격 양산...업계 1위 대만 TSMC 추월 '가시권'
2016년 문을 연 화성사업장 17라인. 파운드리(foundry) 고객을 위한 로직 칩(Logic Chip)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과 관련해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분기 실적 악화가 오히려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IT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메모리반도체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 탁월한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는 지난 2년 동안 거의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만으로 3분기 동안 무려 36조8100억원이 넘는 경이적인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50%를 넘어섰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의 눈부신 성공은 역설적으로 짙은 그림자를 남겼다. 회사의 실적이 메모리반도체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전체 사업부문에서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생긴 결과다.

업계와 증시전문가는 물론 회사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 AI연구센터 설립 △5G 네트워크 장비 개발 △'엑시노스' 브랜드로 대표되는 시스템칩 개발 △헬스케어·사물인터넷(IoT)·자동차 전장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 등은 메모리반도체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바꾸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이다.

◆화성 EUV 설비 구축에 6조5천억 투입... 삼성 미래 담보할 핵심 시설 

이 사업은 크게 반도체 설계(팹리스·Fabless)와 반도체 수탁 생산(파운드리, Foundry)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갤럭시S10에 탑재될 예정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9820 ▲2021년부터 독일 아우디 차종에 탑재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전용 칩 ▲지난해 10월 출시된 스마트폰용 초소형-고화질 이미지센서 등은 삼성전자 연구진이 오랜 도전 끝에 내놓은 비메모리 반도체 성과물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사업장에 6조5000억원을 들여 7나노급 이하 초미세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2월23일 첫 삽을 뜬 공사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2020년부터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갖춘 이곳에서 차세대 시스템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다.

EUV 생산라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음을 보여준다.

[편집자 주]
삼성은 지난해 미국의 글로벌기업 인텔을 제치고,  
종합반도체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세계 1위에 올라섰다. 반도체 업계에서 'SAMSUNG'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IDM은 반도체 설계-제조-생산-패키징-검사-장비 개발에 이르는 전 사업 영역을 모두 영위하는 기업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I 마이크론 도시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퀄컴이나 AMD 엔디비아는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이며, IT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대만 TSMC는 수탁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반도체 칩 조립), 테스트(검사) 기업과 장비개발 전문기업(SEMES 등)도 있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파운드리 사업 외에 최근에는 패키징 사업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장비 개발은 자회사인 SEMES가 전담하는 구조다.

◆이재용 부회장, 화성 EUV 시설 공사 현장 점검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는 회사 최고경영진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4일 오전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찾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머리를 맞댔다.

이 부회장의 기흥사업장 방문은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하루 전인 3일에도 이 부회장은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5G 통신장비 생산라인 기공식에 참석에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현장 방문이 5G통신장비와 시스템반도체에 맞춰졌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두 사업 모두 회사가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기흥사업장 방문은 사업 부문 최고경영진과의 간담회를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기공식 참석과는 성격이 다르다. 간담회에는 김기남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경기 화성사업장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등에 안주하지 말고 차량용 반도체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써 달라”며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화성사업장에 건설 중인 EUV 노광장비 생산라인을 찾아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박스 모양의 EUV 스캐너.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두되' 설계하는 시스템LSI 사업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양대 축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다.

팹리스에 특화된 시스템LSI 사업부는 최근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AP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한 엑시노스9820은 8나노 핀펫 공정으로 생산되지만, 화성사업장의 EUV 노광장비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2020년 하반기부터는 7나노급 이하 공정에서 만들어진 초미세 AP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의 수가 늘어나면서 사업부는 모바일용 고화질 이미지센서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심혈을 기울이는 5G 통신장비도 시스템LSI 사업부의 미래를 밝혀줄 유망한 수익 모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의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AP 시장 점유율은 퀄컴(45%), 애플(17%), 삼성전자(14%) 순이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6.7%→14.5% 증가  

2005년 첫 발을 뗀 파운드리 사업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조직 개편을 통해 시스템LSI사업부에서 파운드리 부문을 분리, 별도의 사업부로 승격시켰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협업을 통해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AP 양산을 책임지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는 2020년 하반기 이후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자웅을 겨루는 위치에 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TSMC는 삼성보다 한 발 앞서 7나노급 생산 라인을 가동, 애플에 AP를 공급하고 있다. 8나노 핀펫 공정으로 엑시노스9820을 양산하는 삼성전자에 비해 기술우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중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사정이 다르다. 삼성은 7나노를 넘어서 5나노, 3나노 공정기술 개발을 사실상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7나노 공정까지는 TSMC에 뒤쳐졌지만, 5나노급 이하 극미세 공정에서는 삼성이 TSMC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2017년까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6.7%로 4위에 머물렀으나 지난해는 14.5%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TSMC와는 아직 격차가 크지만, 시장 추세가 5나노급으로 진입하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앞서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해 12월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International Electronic Devices Meeting) 기조연설을 맡아 “4차 산업혁명 시대 급증하는 데이터 처리를 위해서는, 반도체 집적도를 높여 성능과 전력효율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EUV 노광기술, STT-MRAM 등과 같은 첨단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문을 연 화성사업장 17라인. 파운드리(foundry) 고객을 위한 로직 칩(Logic Chip) 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 대한 기술검증을 끝내고 완성도를 높여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올해 퀄컴의 주문을 받아 5G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새로운 AP생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 기술력 확보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가 패키징 기술력까지 갖춘다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

◆비메모리 사업 집중...투자 확대 방침 확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30일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침체와 비메모리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당시 회사는 올해 부문별 사업 전망을 설명하면서 “모바일AP, 이미지센서, 8인치 파운드리 서비스 성장 기반 마련에 매진하겠다. EUV를 적용한 7나노 공정 본격 양산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 운명을 쥔 EUV 노광 라인 
정은승 사장이 밝힌 3나노 반도체 생산 기술은, 기존 2세대 10나노 공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7나노급 이하 초미세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훨씬 정밀한 패터닝(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과정)이 요구된다. 10나노급까지는 불화아르곤(ArF)을 이용해 패터닝을 했지만, 7나노 이하에서는 이보다 파장이 더 짧은 새로운 광원이 필요하다. 여기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EUV다.
 
ArF 광원의 파장은 193㎚로, 7나노 이하 공정에서 미세회로를 새겨넣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EUV 광원의 파장은 13.5㎚로 ArF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
 
파장이 짧다는 것은 복잡한 미세회로를 더 쉽고 정교하게 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화아르곤을 쓸 때처럼 노광과 증착, 식각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다중 패터닝)하지 않아도 된다.
 
전체 공정 과정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도 개선된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7나노 반도체는 10나노급에 비해 칩 크기는 약 40% 줄고, 반대로 성능은 10%, 전력효율은 35% 각각 증가한다.
 
화성 EUV 라인은 지난해 2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설 구축이 끝나면 시험 생산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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