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베팅 후 깊어진 고민… 미니스톱 향한 롯데의 득실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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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베팅 후 깊어진 고민… 미니스톱 향한 롯데의 득실 계산법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8.12.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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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톱 기업가치 3000억인데 4300억 큰 베팅한 롯데
한달 여 간 우선협상자 안나와… 롯데가 최종 수정안 제출 안한 탓?
세븐일레븐 점포 전경. 사진= 시장경제신문DB

미니스톱 본입찰이 실시된지 한달 여가 지났지만 우선협상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는 가장 큰 베팅을 한 롯데의 최종 수정안 제출이 늦어진 점을 주목하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 인수전 본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이온그룹 계열사인 일본 미니스톱이 보유한 지분 76.6%를 비롯한 미니스톱 지분 100%다. 

미니스톱은 약 3000억 원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4300억 원, 신세계는 3000억 원 초중반, 글랜우드PE는 3000억 원 후반대를 베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업계와 주요 매체들은 가장 큰 금액을 써낸 롯데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국내 주요 편의점 점포 갯수는 ▲CU 1만3109개 ▲GS25 1만3018개 ▲세븐일레븐 9548개 ▲이마트24 3564개 ▲미니스톱 2533개다. 세븐일레븐은 유통강자인 롯데 내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아픈손가락'으로 불린다. 롯데가 이번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업계 3강 체제를 굳힐 수 있다. 또한 편의점 업계 손익분기점인 '1만개 점포'에 진입하게 돼 적자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편의점업계에선 낮은 수익률 때문에 이익을 보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1만개 점포가 돼야 비로소 흑자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점포수는 1만2081개로 2위 GS25와 937개 차이로 바짝 따라 붙게 된다. 신규출점이 쉽지 않은 업계 상황에서 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본 입찰 이후 한달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우선협상자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본입찰 이후 2주 정도 후에 우선협상자가 발표된다. 이에 일각에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롯데가 망설이고 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는 이번 입찰에서 가장 큰 베팅을 한 롯데가 최종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구체적인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미니스톱 인수에 따른 각종 부담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본입찰 이후 편의점 업계의 거리 제한 자율규약안이 발표되면서 롯데의 입장이 난감하게 됐다. 롯데나 신세계 모두 현재 편의점 사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로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거리 제한 내 점포들이 의도치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 담배사업권이 없다면 거리제한 자율규약안에 위배되지 않아 출점이 가능하다. 하지만 점포 양도 등을 통해 주인이 바뀔 경우 편의점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담배 판매권을 다시 획득하지 못해 점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큰 금액을 베팅했지만 낮은 수익률과 점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오히려 '승자의 저주'가 발생될 우려가 크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법상(제4조) 상위 3개 사업자의 매출과 점포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롯데가 망설이는 이유로 꼽힌다. 국내 편의점 업계의 매출이나 점포수 점유율은 상위 3개사CU·GS25·세븐일레븐을 합쳐 이미 80%가 넘어있는 상태다.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상위 3개사 점유율은 약 90%에 이른다.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 우선협상자가 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획서를 평가받아야 하는데, 현 상황을 감안하면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전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수하면 기존 간판을 갈아야 하는데 이미 큰 비용을 베팅한 롯데가 이 비용까지 떠안는 것은 큰 부담이란 분석이다. 그렇다고 이를 점주와 절반씩 분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에게 미니스톱은 매우 매력적인 인수대상이면서 큰 부담"이라며 "내년 최저임금 적용 전에 우선협상자 결정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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