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쥐어짜 생색내겠다는 정부... 서민금융 '관치행정' 논란
상태바
은행 쥐어짜 생색내겠다는 정부... 서민금융 '관치행정' 논란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12.28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新서민금융상품 만들어 1조원 지원한다더니 정작 예산은 '0원'
'시민금융 진흥에 관한 法' 개정시 민간 기업이 3,000억 강제 부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당정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시장경제 DB

정부가 새로운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만들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연간 1조원 규모의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민금융을 챙기겠다는 정부의 예산은 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9년도 예산안에 서민금융지원 편성을 요구했지만 국회에서 거부됐다. 그러자 금융위는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은행을 비롯한 민간 금융사에 3,000억원의 출연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에 예산 한푼 투입하지 않고, 민간 금융사의 팔을 비틀어 생색을 내려 한다는 관치행정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서민금융지원 체계 개편에서 재원 마련의 골자는 금융권 상시출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이 보증 재원을 2024년까지 출연키로 했는데 앞으로는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등 전(全) 금융업권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출연을 상시화하겠다는 것이다. '시민금융 진흥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 금융사는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가 더불어민주당에 보고한 자료 등에 따르면 출연금 규모는 연간 2,000억~3,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금융상품은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37조5,300억원이 공급됐지만 정부 예산은 단 한 번도 투입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새해 예산안에 서민금융지원으로 2,200억원을 요구했지만 이번에도 국회에서 모두 삭감됐다. 금융위가 이러한 부담을 민간 금융사에 떠넘긴다는 것이다.

제조업과는 달리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금융사들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만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이다.

출연금은 각 금융사의 가계신용대출 규모에 비례해 부과하고 서민금융 공급·관리 실적에 따라 차등화하기로 했다. 결국 신용대출 규모가 많은 은행권의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된다.

서민금융 지원 규모는 더 늘리겠다면서 민간 기업에 모든 부담을 전가시키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은행권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7일 현재까지, 벌써 일주일 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내리막을 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사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정부가 청년고용과 희망퇴직 요구에 이어 이번엔 서민금융 지원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부 예산은 한푼도 들이지 않겠다는데 이는 손 안대고 코를 풀겠다는 심산인지 민간 기업의 팔을 계속 비틀어 부러뜨리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