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에 '주휴시간' 수정 논의... 정부, 최저임금 고집 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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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반발에 '주휴시간' 수정 논의... 정부, 최저임금 고집 꺾나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12.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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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비공식회의 녹실(綠室)회의 열어 시행령 수정 논의
최대 쟁점인 '주휴시간 최저임금 계산 포함' 조항 두고 격론
24일 국무회의서 최종 의결... 내년 1월1일부터 즉각 시행
"기업의욕 저하, 투자·고용 위축" 경제단체 반발 속 의결 촉각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시장경제 DB

문재인 정부가 3권 분립의 원칙과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자 기업들의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3일 경제계의 저항이 예상 외로 거세지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 간 비공식회의인 녹실(綠室)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에 대해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론 후 의결이 나면 내년 1월 1일부터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앞서 지난 20일 정부 차관회의에서는 기간별 최저임금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소정 근로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까지 합산한 시간 수로 나누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이와 같은 결정은 사실상 재계의 호소를 외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토·일요일 등 일하지 않은 유급휴일(주휴시간)도 최저임금 적용 시간에 포함시킬지 여부이다. 현행법상 일주일에 15시간 이상(하루 3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일주일 중 하루(3시간)는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수당이 주휴수당이다. 개정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기업은 최저임금 시급에 주휴수당을 더해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경제계에선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최저임금이 인상된 상황에서 주휴시간까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면 경영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17개 단체는 "이는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초법적 조치로 수천만원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직원도 최저임금에 미달할 수 있다"며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주휴수당은 임금에 포함하되 주휴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판결을 주로 내려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기업 재판에서 근로시간에 유급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같은 판결은 2007년 이후 서너 차례 이어졌다.

경제단체들은 "어려운 경제 현실과 불합리한 임금체계·최저임금 산정방식, 세계 최상위권의 최저임금 상대적 수준, 한계선상에 있는 기업의 부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정부가 경영계의 입장을 수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주휴수당 같은 유급일수 수당은 근로제공이 없음에도 임금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그 자체도 강제 부담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정에서까지 더 불리한 판정을 받게 됨에 따라 이중적으로 억울한 입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저임금 안에 유급처리된 시간을 포함하게 되면 노조의 힘에 따라 국가적 법정 의무 기준이 좌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산업협동조합, 대한건설협회, 대한석탄협회,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석유화학협회, 섬유산업연합회, 시멘트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철강협회,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식에 반영토록 한 것은 불합리한 임금 체계를 개선하고 현장의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차관회의를 통해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했다.

만약 내년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미 최저임금 위반사례가 적발된 현대모비스나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5,000만원이 넘는 현대차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에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오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지금이라도 기업에 부담을 주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손경식 회장은 "(김상조 위원장에게) 현재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어려우니 기업 경쟁력에 부담을 주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재계 의견을 잘 기억했다가 관련 부처에 잘 전달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는데 대해 "상위법 개정 논의를 지켜보지 않고 하위법 먼저 개정하는 것은 독재의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학용 의원은 "이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발상이며 시행령 개정으로 유급휴일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면 사업장 대부분의 실제 최저임금은 1만20원이 되는데 영세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이걸 감당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인다면 2019년 새해부터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국민과 국회의 완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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