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징역 3년 구형"... 檢 요구에 숨 죽인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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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징역 3년 구형"... 檢 요구에 숨 죽인 우리은행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12.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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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명부 관리하며 집중적으로 채용 청탁 대상자 챙겨
법원, 내년 1월 10일 우리銀 채용비리 관계자들 선고 예정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의 시발점인 우리은행이 내부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판결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KB국민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지난 10월 26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과는 상반된 기류가 흐르는 셈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오후 재판에 넘겨진 이광구(61) 전 우리은행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광구 전 행장은 지난 2015년부터 3년 간 은행 공개채용 과정에서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시킨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이광구 전 행장은 금융감독원·국가정보원 등에 소속된 고위 공직자와 고액 거래처의 인사 청탁, 우리은행 내부 친인척의 명부를 관리하며 이들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9차 공판에서 검찰은 "은행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이광구 전 행장의 주장은 궤변으로 스스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출세하려는 사익을 위한 행동"이라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우리은행은 서류 전형→ 1차 면접→ 2차 면접을 통해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서류전형 직전 나이·학점·자기소개서 분량과 같은 기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일부 지원자는 필터링을 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필터링 과정에서 탈락한 4,00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14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이 중 12명이 청탁 명부에 있던 지원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우리은행이 명부를 관리하며 집중적으로 채용 청탁 대상자를 챙겨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기에 피고인들이 이미지를 고려해 공정을 가장한 공채를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남모 전 국내부문장(부행장)에게도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나머지 실무진 가운데 3명에게 징역 6개월에서 1년, 비교적 가담 정도가 낮은 실무자 1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성적 뿐 아니라 출신 학교·지역 안배, 회사에 이익이 될 사람의 추천 등 다른 요소들을 고려한 것"이라며 채용은 은행장의 업무이므로 업무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광구 전 은행장을 비롯한 우리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내년 초 설립되는 지주사의 조기 정착 및 안정화를 위해 지주 임원을 내정하고, 은행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은 지주사 설립을 위한 지주 임원 내정 및 은행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9명의 부행장을 모두 교체하고 집행부행장 3명과 부행장보 6명 체제로 바꿨다. 사외이사 구성원들도 절반이 교체됐다. 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할 지주 경영기획본부 부사장에는 박경훈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부행장이, 지주 경영지원본부 부사장에는 최동수 우리은행 미래전략단 부행장이 각각 내정됐다.

우리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인 30일 또 다시 본부장급 승진 인사와 보직 이동을 단행했다. 승진 인사만 29명에 달한다. 보직이 변경된 본부장급 인사는 17명이다.

우리은행은 파격 행보는 현재 진행중이다. 11일에는 수백명에 달하는 지점장급 승진·이동 인사 명단이 발표됐다. 업계에서는 '안정보다 쇄신을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용비리 사건에 휘말려 직격탄을 맞은 우리은행을 필두로 시중은행들은 전국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해 이번 채용부터 필기시험 부활, 서류전형 평가의 외부 기관 위탁, 임직원 추천제 폐지, 블라인드 면접방식 도입 등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태승 행장 취임 이후 3월 말부터 시작한 상반기 공채에서 공정한 채용을 위한 7중 안전장치를 도입해 시행 중이고,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으로 이어지는 채용절차 전체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서 진행하는 등 채용에서 내부 입김을 차단하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비리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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