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2차 하청사 '영업비밀'까지 불법 수집했다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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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차, 2차 하청사 '영업비밀'까지 불법 수집했다현대차, 1차 통해 2차하청사 노조·경영자 성향까지 취합
부품 공급 이원화 여부, 재무, 거래업체 현황 등 광범위 조사
현대차 “납품 관련 분쟁, 사전 예방 위한 1회성 조사일 뿐”
하청업체 “평균 3개월에 한번 꼴... 경영자료 매년 취합”
  • 양원석,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11.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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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올해 10월 25일 오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협력업체에 ‘거래중단 강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2차협력업체의 영업비밀자료까지 취합,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가 관리해 온 2차 협력사 정보는 부품공급 이원화 여부, 재무상태, 거래업체 현황, 노조가입 여부와 생산직 근로자 중 노조원 수, 대표·오너의 경영자 마인드까지 광범위 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2차 협력사에 대한 경영간섭에 대해 철저히 부인해 왔다

현대차는 2차 협력사에 대한 현황 조사를 실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사는 1회에 그쳤고, 조사의 목적은 1차와 2차 협력업체 간 납품 분쟁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시점이 반드시 정해진 건 아니지만 평균 3개월에 한 번 꼴로 조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조사가 매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을 볼때 현대차가 1차 협력사를 통해 경영상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2차 협력사 현황 조사'를 벌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현대차 "구매본부 실무자가 자체 판단으로 조사 진행"

현대차 관계자는 27일 공식 답변을 통해 “1·2차 협력업체 간 분쟁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분쟁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실제 일어나는 경우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구매본부 실무자가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는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가 된 '2차 협력사 현황 조사'는 구매본부 실무진이 자체 판단으로 진행한 일”이라며 “경영진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즉시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사는 단발성·1회성으로 진행됐으며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차 협력사 현황 조사'가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제보자 주장과 현대차의 해명이 엇갈린다.

현황 조사의 1회성 여부를 떠나, 현대차가 2차 협력사의 재무정보, 거래정보는 물론이고 부품 공급 이원화 여부, 노조 가입 유무와 노조원 수, 2차 협력사 대표 혹은 오너의 경영자 마인드까지 조사한 것은 비난받을 소지가 크다.

#. 하도급法 위반 정황... 이원희 사장-정재욱 본부장 '국감 위증' 논란

현대차의 현황 조사는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 공정위 조사관 A씨는 “현대차가 1차 협력사를 통해 요구를 하면 2차 협력사 입장에서는 조사를 거부할 수 없다. 사실상 강제로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야기다.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1차 협력사를 통해 2차 협력사 전체를 대상으로 현황 조사를 벌인 사실은 아래 문건을 보면 확인된다.

[(긴급) HKMC 조사 요청 (2차 협력사 현황) - 미회신업체 확인 요청 외] 이메일. 화면 캡처.

<시장경제>가 입수한 문건의 명칭은 [(긴급) HKMC 조사 요청 (2차 협력사 현황) - 미회신업체 확인 요청 외]이다. 이메일의 발신인은 현대차 1차 협력사 A사 담당자, 수신인은 (주)미래텍의 OOO부장이다.

미래텍은 현대차 2차 협력사 가운데 한 곳으로, 1차 협력사에 차량용 카페트 부품을 공급해왔으나 올해 8월 1차 협력사 중 한 곳과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미래택은 1차 협력사들이 갑작스럽게 거래 중단을 통보했으며, 그 배후에 현대차 구매본부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사안은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당시 현대차 이원희 사장과 정재욱 구매본부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1·2차 협력업체 간 거래관계에 관여 안하고, 경영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바 있다. 

위 이메일 송수신 시점은 지난해 1월12일이다. 해당 이메일에는 [170111-17년 2차 업체 현황 (업체명) 엑셀파일]이란 명칭의 파일이 붙어있다.

[170111-17년 2차 업체 현황 (업체명) 엑셀파일]. 표 중 일부 화면 캡처.
[170111-17년 2차 업체 현황 (업체명) 엑셀파일]. 표 중 일부 화면 캡처.
[170111-17년 2차 업체 현황 (업체명) 엑셀파일]. 표 중 일부 화면 캡처.
[170111-17년 2차 업체 현황 (업체명) 엑셀파일]. 표 중 일부 화면 캡처.

미래택의 1차 협력사 담당자는 “HKMC 조사 요청 (2차 협력사 현황) 관련하여 금일 오전 중으로 자료 접수 요청드렸으나 아래의 4개 사가 아직 미접수 상태입니다. 금일 중으로 반드시 송부 바랍니다”라고 메일을 보내, 2차 협력사에 대한 현황 조사가 현대차의 요청에 의한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HKMC'는 '현대·기아차'를 의미하는 이니셜이다.

발신인은 “16년 재무 현황 부분을 공백으로 보내주신 업체도 있다”며 자료를 이미 송부한 업체도 재무현황 기재가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것을 안내했다.

#. 부품공급 이원화·하청업체 노조 가입 여부, 경영자 마인드까지 조사

위 이메일에 붙어있는 엑셀파일을 보면 현대차가 요구한 현황 조사는 매우 구체적이다. 

첨부파일 내용 요약 
ⓛ 2차 협력사 기본 정보 : 
업체 상호, HMC 등록코드, 공장 소재지, 공장 자가 혹은 임대 여부, 공장 준공년도, 거래하고 있는 1차 업체 명칭 등. 

② 납품 관련 기본 정보 : 
주요 납품 품목, 차종, 공급업체 이원화 여부, 1차 업체 평균 재고.

③ 최근 3년 동안의 재무 정보 : 
자본 부채 매출 영업이익(단 직전 년도였던 2016년의 경우 아직 결산이 안 끝난 업체는 예상치 기재토록 안내), 16년 기준 H/KMC 매출 의존도.

④ 2차 협력사 경영진 정보 : 
대표 이름, 오너 이름, 경영자마인드-우수 보통 미흡(사업의지 및 협조도 등).

⑤. 2차 협력사 세부 정보 : 
노조 설립 여부 및 상급 노조 확인-민주/금속/한노/기업/무노조, 생산직 중 노조 가입 인원 수, 과거 납품 거부 또는 반납의사표시 이력 유무. 

⑥. 부품공급능력 종합평가 : 
향후 납품 관련 문제 발생 가능성(우수 보통 미흡, 경영자마인드 재무 공급이원화여부 매출의존도 보유재고 노조 기타 상황 등 종합 고려). 

내용을 보면, '거래를 위한 기본 정보'라고 보기 어려운 세부 정보가 다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노조 설립 여부' 항목을 보면 해당 업체가 가입한 상급노조가 어디인지, 생산직 근로자 중 조합원 가입 수는 어떻게 되는지도 기재하도록 했다.

위 파일에는 2차 협력사가 기재할 부분과 1차 협력사가 기재할 부분이 나뉘어 있다.

2차 협력사 경영자 마인드, 부품공급능력 종합평가는 1차 협력사가 기재하도록 한 항목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1차 협력사의 평가가 핵심이다. '2차 협력사 경영자 마인드'는 우수-보통-미흡으로 구분해 보고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2차 협력사의 재무현황, 노조 관련 정보를 수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월 문제의 이메일을 보낸 시점을 기준으로 1·2차 협력사 간 납품 관련 분쟁이 3건이나 있었다. 완성차는 부품이 하나만 공급이 안 돼도 전체 라인이 멈춘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구매본부 실무진(대리급)이 1차 협력사에 2차 협력사 현황 조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재무 정보를 파악한 건, 부품 공급 중단이라는 실제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서 그 원인이 2차 협력사의 자금문제인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조 관련 정보를 파악한 이유도 부품 공급 중단의 근본 원인이 노무적 사안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대차는 '부품 공급 이원화 여부'를 확인한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1·2차 협력사간 분쟁으로 부품 공급 중단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상정해서 당해 부품을 즉시 다른 곳에서 공급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조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구매본부에 확인한 결과 단발성으로 실시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울산 지역에 태풍 등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협력사 피해 상황 파악 등을 위해 조사가 비정기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전 공정위 조사관 A씨는 현대차의 해명에 “협력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은 사실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재무제표는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한 기본정보라고 볼 수 있지만 부품 공급 이원화 여부, 상급노조 가입 여부, 노조원 수 등을 상세 조사하는 건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품 공급 이원화 여부'는 협력업체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영업비밀”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전속거래를 통해 부품 공급 단가 인하를 유도해 왔는데 부품 공급 이원화 여부가 확인된다는 건 향후 현대차와의 거래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조사한다는 건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하고 하도급법 위반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경영자 마인드' 조사에 대해서도 “우수 보통 미흡으로 나눠 조사한 건 심하다. 이건 거래를 처음 시작할 때 평판도 조회 등을 통해 확인할 사안이지 이렇게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확인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인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했다.

양원석, 김흥수 기자  wonseok@meconomynews.com, hs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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