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거래중단 강요했다"던 2차 하청사, 관련문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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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거래중단 강요했다"던 2차 하청사, 관련문건 공개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8.11.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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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하청사 “현대차가 공정전반 관여, 현대차 직원이 결재”
현대차 “부품 품질관리 위한 당연한 개선 요구... 억지 주장”
1차 협력업체 A사가 현대차에 보낸 공정 개선 보고서. 사진=미래텍 제공

현대자동차가 특정 2차 협력업체와의 거래 관계 중단을 1차 협력사에 강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제시했다. 해당 문건은 현대차가 부품 품질 관리를 위해 협력사에 공정 개선을 요구한 내용 등을 담고 있으며, 결재란을 보면 현대차 구매본부 직원의 사인이 있다.

이 문건에 대해 피해를 주장하는 주식회사 미래텍 관계자는 “현대차가 1차 밴더는 물론이고 2차사에도 직간접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업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하청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 피해 신고를 받고 있는 경제시민단체 '공정거래회복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도 “현대차 구매본부장이 국감에 나와 1차와 2차 협력사 사이 관계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2차 협력사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차 관계자는 “완성차의 품질은 부품 품질과 직결된다. 완성차 구매본부가 부품 품질 관리를 위해 공정 개선을 요구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 어디에도 경영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은 없지 않느냐”며, “이 문건을 가지고, 완성차가 2차 협력사의 경영에 관여했다고 본다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문건의 명칭은 '개선실시 계획/완료 보고서(갑)'으로, 작성일은 2015년 11월4일이다. 문건 상단 업체 명에는 '거래 중단 강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현대차 1차 협력사 A사의 이름이 기재돼 있으며, 바로 옆 괄호 안에 미래텍의 상호가 표시돼 있다.

문건의 주요 내용은 'HI'로 표기된 차량에 쓰이는 부품(CARPET ASS'Y – FLOOR)의 공정 개선 관련 지적사항과 그 처리 결과다.

지적사항은 ▲발포라인 주변 3정 5행 상태 미흡 ▲원료탱크 주입구 표시 미흡 등 5가지이며, A사는 지적사항 별 처리 결과를 보고했다. 문건에는 조치 책임자와 실시 담당자, (처리)완료 일자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조치 책임자와 실시 담당자는 미래텍 직원이다. 문건 상단 오른쪽 결재란에는 현대차(HMC) 구매본부 직원과 1차 협력사 A사 임직원의 사인이 있다. 취재 결과 해당 문건에 사인을 한 현대차 구매본부 관계자는 대리 직급의 직원으로 밝혀졌다. 

정재욱 현대차 구매본부장은 지난달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래텍과의 거래 관계 중단을 1차 협력사에 요구한 사실이 있느냐는 의원 질의를 받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정재욱 본부장은 “2·3차 협력사와는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다.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고 할 이유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위법사항이 있는 1차 협력사에 대해서는 시정권고를 하고, 입찰에서 배제하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며, A사에 미래텍과의 거래 관계 중단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구매본부 역시, 미래텍 관련 사안에 대해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현대차 2차 협력업체인 미래텍이 1차 협력사인 A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던 도중 불거졌다. 당시 미래텍은 또 다른 1차 협력사로부터 거래 중단을 통보 받았으며, 그 배후에 현대차 구매본부가 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미래텍 대표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1차 협력사 OOOO 임원과 나눈 통화 내용을 제시했다.

<시장경제>는  미래택 대표가 녹음한 통화 내용과 관련 문건을 입수, 분석한 뒤 추가 취재를 통해 아래 기사를 내보냈다.

미래텍이 추가로 공개한 위 문건을 경영에 관여한 증거로 볼 수 있다면, 이는 현대차 구매본부장의 국회 발언과 상충된다.

현대차는 해당 문건에 구매본부 직원의 결재가 포함된 이유, '조치 책임자' 및 '실시 담당자'에 2차 협력사인 미래텍 직원의 이름이 포함된 이유 등을 밝혀 달라는 본지 요청을 받고 다음과 같은 회신을 보냈다.

“확인을 구한 결과 구매(본부)에서 이렇게 답을 했다.

완성차 경쟁력은 부품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따라서 완성차 구매가 부품 품질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걸 가지고 의심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2차 쪽에 개입을 할 목적이었으면 일개 대리가 결재를 하겠느냐. A사가 작성한 문건을 봐도 구매 대리 말고 다른 구매본부 간부 결재를 받은 사실이 없다.

이 문건은 부품 품질 관리를 위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경영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부품 품질 관리에 관한 것이다. 문건 어딜 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이 문건을 가지고 '현대차가 2차 협력사 경영에 관여한 것 아니냐'고 한다면,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청업계에서는 해당 문건의 성격을 달리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실태를 오랫동안 조사해 온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B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건에 경영 관련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문건이 2차 협력사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입증해 주지는 않는다. 현대차가 2차 협력사의 공정 과정 전반을 살핀 뒤 개선을 요구했다는 건, 2차 협력사의 거래 관계나 경영에 관여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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