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 쓴 여수 '뚜부과자'... "멘토 삼성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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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신화 쓴 여수 '뚜부과자'... "멘토 삼성은 달랐다"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8.10.3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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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쿠키아,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 받아...품질 개선, 대형마트 입점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구축 및 판로 개척 지원...전국 1086곳 기업 혜택
150여명 구성된 제조 현장 전문가로 멘토단 구성...노하우 전수
스마트비즈엑스포, 바이어 섭외부터 주선까지 철저한 관리...만족감 높아
스마트비즈엑스포에 참가한 쿠키아 김명신 대표가,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011년 1월, 국내에 정착한 결혼 이주 여성들과 함께 '잉글리시 쿠킹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어요. 요리를 주제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운다는 컨셉의 교육프로그램이었는데, 2015년 위기가 닥쳤어요. 세월호에 메르스까지 겹치면서 6개월 넘게 사업이 중단됐죠. 이러다가 직원들 다 굶겨죽이겠다 싶어 과자를 만들어 팔자 생각했어요.

해왔던 사업이 요리를 주제로 한 것이었고, 음식 만드는 데는 나름 자신도 있었거든요. 제가 생각한 대로 기계를 만들어서 두부과자를 제조했어요. 그런데 오전에 만든 과자, 오후에 만든 과자 맛이 달라요. 기름에 문제가 있는건지, 정비에 문제가 있는건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갔죠. 거기서 삼성전자 멘토를 만났어요.”

- 중소벤처기업 (주)쿠키아 김명신 대표.

전남 여수에 있는 '쿠키아'는 2011년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창업 8년째인 이 회사 김명신 대표를 만난 것은 2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홀이었다. 코엑스 1층 B2 전시홀에서 열린 '스마트비즈엑스포 2018'에 참가한 김명신 대표는, 주최 측이 주선한 국내외 바이어와의 미팅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가 공동 주최한 '스마트비즈엑스포'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영세·중소기업들이 국내외 바이어와 만나 판로를 모색하는 자리다. 단순히 관심을 나타낸 바이어를 만나 한 차례 미팅을 하는데 그치는 대부분의 전시회와 다른 점은, 바이어 섭외부터 주선, 추가 만남의 전 과정을 삼성전자 멘토들이 적극적으로 챙겼다는 데 있다.

전시 참가업체의 업태, 업종, 생산품목, 생산능력 등을 고려해 여기에 맞는 바이어를 선정한 뒤 해당 업체와 바이어 미팅의 전 과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다른 전시회와 달리 성과가 높다는 것이 참가 기업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간 열린 올해 스마트비즈엑스포에는 100여곳의 영세·중소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식음료, 전자·전기 부품, 기계 설비 및 공구, 생활 및 주방가전, 잡화·생활용품 등 참가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은 다양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마트공장을 구축했거나 앞으로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참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가 별도로 구성한 '제조 현장 전문가 멘토'의 도움을 받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삼성 멘토, 우리가 부르면 언제나 달려왔어요”

쿠키아도 이런 기업 중 한 곳이다. 김명신 대표는 삼성 스마트펙토리 사업단의 도움을 받고, 두부과자를 만드는 유탕처리 공정의 문제점을 바로잡았다. 공장을 찾아온 삼성 멘토들은 설비 운영 및 공정의 전 과정을 구간 별로 나누어 세밀하게 분석한 뒤, 오류를 시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설비 지원도 이뤄졌다.

김명신 대표는 “최근에도 2천 만원 상당의 포장 자동화 설비를 지원받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스마트공장이 제 모습을 갖추면서 제품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불량품이 줄어든 대신 생산량은 늘어났다. 김명신 대표는 삼성의 멘토링과 정부 컨설팅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컨설팅을 받았지만, 솔직히 형식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회성이었고 공정 개선이나 판로 확대에 실제 도움이 되진 않았어요. 반면 삼성 멘토들은 달랐어요. 처음 공장을 찾은 날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우리 공장을 살펴줬습니다.

설비가 새로 들어오는 날이면 멘토들이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서 조그만 부분까지 다 들여다 봤어요. 지금도 1년에 한 달 정도는 멘토들이 공장에 상주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우리 공장에 어떤 장비가 새로  필요하고, 그 설비나 장비를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면 되는지도 멘토들이 자료를 찾아가며 조언해 줬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모두 알려줬습니다.”

쿠키아는 스마트공장 구축 후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에 속속 입점했다. 현재 쿠키아가 만든 '뚜부과자'(제품 브랜드)는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도 '뚜부과자'를 판매 중이다.

◆”스마트비즈엑스포, 다른 전시회와 달라요”

김 대표는 제품이 판로를 찾는데 있어서도 삼성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3년 째 참가하고 있는 스마트비즈엑스포는 삼성 스마트펙토리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이 전시회는 준비과정부터 다른 비슷한 이벤트와 차이가 있다. 스마트비즈엑스포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 업체의 특성에 맞는 바이어 섭외 및 주선에 있다.

전시에 앞서 유통업체 MD들을 초청해 제품 런칭과 관련된 상담을 실시하고, 맞춤형 바이어를 섭외했다. 취재 결과 전시 참가업체들은 1일 평균 2~3차례의 바이어 미팅 기회를 부여 받았다.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대부분의 전시회는 바이어 미팅이 제한적이다. 일정 규모의 해외 수출 실적 혹은 업체의 매출이나 자본 규모 등 조건을 내세워, 바이어 미팅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이어 미팅의 문턱이 높다 보니, 전시회에 참가를 해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바이어 섭외 역시 수동적이다. 주최 측이 적극적으로 거래선을 발굴하기 보다는 참가를 희망하는 바이어로부터 신청을 받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참가 기업과 바이어와의 미팅이 성사되더라도, 서로 준비한 자료가 부족해 일회성 관심 표명 정도로 면담이 끝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부스 운영비를 내며 전시회에 참가해도, 실제 매출 증대나 거래선 확보와 같은 '실적'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맞춤형 바이어 미팅을 하루에 2~3차례 할 수 있다는 것은 영세·중소기업 입장에서 특별한 행운이나 다름이 없다.

쿠키아는 올해 독일과 미국 기업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해외 수출을 타진 중이다.

◆맞춤형 바이어 선정부터 만남까지 지속 관리...판로 개척에 실제 도움

스마트비즈엑스포의 맞춤형 바이어 매칭은 다른 참가 기업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

특허 기술로 육류와 수산물을 건조, 간식 및 안주류 제품을 생산 중인 (주)아라움은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곳이다.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이 회사 관계자는 “오늘은 오전 1건, 오후 2건 모두 3건 바이어와의 구매상담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견과류를 이용한 선식 등을 생산하는 (주)웰추럴바이오 관계자는 “오늘까지 모두 5건 바이어 매칭이 이뤄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처음 참가했는데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대기업 브랜드와 면담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한 상담을 넘어 견적가까지 이야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 관계자 모두 “바이어 매칭이 형식적인 일회성 만남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거래 조건까지 이야기가 오간다는 점에서 다른 전시회와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말하는 '삼성 멘토'는 삼성전자 소속의 '제조 현장 전문가'들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50여명의 제조 현장 전문가로 멘토단을 구성, 전국 1.086곳의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이들은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 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실태에 맞는 노하우를 제공, 품질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삼성의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품질은 54%, 생산성은 58%가 개선됐고, 매출은 1조9,000억원이 늘었다. 일자리도 4,600개가 새로 만들어졌다.

삼성 멘토들은 각자가 맡은 기업을 수시로 방문해,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맺었다.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기업 관계자들은 “삼성 멘토는 우리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찾아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다른 컨설팅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5년 간, 전국 2,500곳 中企에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맨 오른쪽),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맨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는 24일 코엑스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중기부와 삼성전자는 앞으로 5년 간 매년 각각 1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돈은 전국 2,500곳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에 쓰인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는 5년간 100억원을 투입, 중소기업 우수 제품 및 기술 전시회, 투자자 발굴 및 거래선 확보 등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지원 확대에 따라, 약 1만5천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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