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공사비' 쏙 빼고 통지날짜도 모순... GS건설 갑질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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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공사비' 쏙 빼고 통지날짜도 모순... GS건설 갑질논란 증폭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11.0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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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공사중단 상호협의” vs 콘스텍 “공문은폐 해 도산”
GS건설 “공사중단 6월16일 콘스텍에 이메일 전달” 주장
최근, 미군에 6월20일 최초 통보받은 국방부 자료 드러나
GS건설, 국방부보다 4일 먼저 '인지' 모순... 거짓해명 했나
공사중단에 따른 영향평가, 추가공사비 요청도 쏙 빼

GS건설과 협력업체 콘스텍 간 ‘하도급 갑질논란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콘스텍 대표는 경기 평택 미군기지 통신시설(알파지역) 하청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중단 사실을 제때 통보받지 못해 과다한 공사비 지출로 도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발주처인 국방부와 원청업체인 GS건설이 해명을 내놨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국방부는 “미군으로부터 2014년 6월 20일 알파지역(군사기밀지역) 공사 지연 통보를 받아 이같은 내용을 다시 공문(공문 제목: 알파지역 관련 변경사항 알림)으로 2014년 6월 27일 GS건설에 전달했다”고 해명한 반면, GS건설은 “'공사 지연'을 미군에게 직접 통보 받은 것은 아니지만 '미군의 공사 지연'을 사전에 인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콘스텍에 2014년 6월 16일에 공사 일정표를 보낸 후 상호 합의하에 알파지역 공사를 지연시켰다”고 밝혔다.

GS의 해명을 정리하면, 미군이 알파지역 공사 중단을 국방부에 요청키로 했다는 사실을, 국방부보다 4일 먼저 알았다는 말이 된다.

GS건설이 '미군의 공사 중단 요구' 사실을 콘스텍과 공유했다며 근거로 제시한 이메일을 보면, '미군이 알파지역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공사가 협력업체의 책임이 아닌 발주처의 요구에 의해 중단되는 경우, 이로 인해 하청업체가 입게 되는 손해에 대한 영향평가 혹은 추가공사비 관련 손실 보전 방안 등도 이메일에는 없다. GS건설이 협력업체인 콘스텍과 실제 '공사 연기 사실'을 공유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 일정표를 보내고 말을 끼어맞춘 것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2014년, 한 중소 건설업체가 대기업과 함께 평택 미군기지 통신기지를 건설한다. 공사 발주는 국군 재정경리단(국방부), 원청은 GS건설이었다. GS건설의 하청으로 공사에 참여한 업체의 상호는 '콘스텍'. 콘스텍 대표였던 손영진 씨는 “GS건설이 계약의 중요 변경 사실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아 직접 피해만 40억원, 파생 피해를 포함하면 모두 1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으며, 이로 인해 회사는 문을 닫았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 회복을 호소했다. 

반면 손 씨로부터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GS건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공능력이 부족한 협력사를 안고 가다가 손해를 키웠고, 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하도급대금을 90% 이상 지급했다며 오히려 손해를 본 건 자신들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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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보다 4일 먼저 '공사중단 계획' 알았다는 GS건설... 미래를 본 것일까?

본지는 평택 미군기지 공사 감리 기업인 ‘PMC’가 2014년 6월 27일 ‘GS건설’에 보낸 ‘알파지역 관련 변경사항 알림’이라는 공문을 최근 입수했다. 이 공문에는 ‘알파지역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공사비 재보고'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알파지역’은 미군의 기밀이 담긴 곳으로 미군의 삼엄한 통제하에 공사가 진행된다. 이곳 공사를 담당한 콘스텍은 GS건설이 공문을 은폐해 막대한 공사비가 추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GS건설은 “미군이 알파지역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콘스텍에 공문으로 알린 사실은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GS건설은 “2014년 6월 16일 미군의 공사 중단 요구 사실을 사전 인지해, 콘스텍에 이메일로 그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GS건설은 이 주장의 근거로 2014년 6월16일과 28일, 각각 콘스텍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제시했다.

2014년 6월 16일자 메일을 살펴보면 GS건설 송 모 차장은 콘스텍 현장 소장 홍 모 씨에게 ‘8월 5일 알파지역 시작할 경우 형틀 시공 순서 및 일정 작성’이라고 적고,  ‘SF전용계획’, ‘골조일정전체일정’이라는 파일을 첨부해 보낸다.

메일과 첨부파일을 확인한 결과, 공사 연기 사실을 통지했다고 볼 만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협력업체의 책임이 아닌 발주처의 요청에 따른 공기 지연이라면, '공사 중단에 따른 영향평가, 추가공사비 검토 요청' 등의 내용이 메일에 포함돼야 하지만, 이런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 

해명에서 의문이 가장 큰 부분은 '날짜'다. 국방부가 김진표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미군 FED사령관은 ‘2014년 6월 20일’ 국방부에 ‘평택 미군기지 알파지역 공사 시기 변경’ 내용을 서신으로 통보한다. 그리고 7일 후인 2014년 6월 27일 국방부 대리기업 ‘PMC’는 GS건설에 ‘알파지역 관련 변경사항 알림’(내용: 알파지역 공사지연) 공문을 최초로 보내게 된다.

서신을 보면 '주요공사(1층 벽체, 천장) 지연영향 발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를 해석하면 '콘스텍 공사 부분 공사 지연' 발생이 된다. 콘스텍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하 모 대령이 지난 2016년 김진표 의원에게 보낸 '알파지역 공사 작업변경 지시 공문' 관련 내용. 이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4년 6월 20일' 최초로 알파지역 공사를 지연하라는 미군의 통보를 받는다. 사진=국회

반면 GS건설은 "미군의 공사지연 움직임을 2014년 6월 16일 이전부터 알았다"고 주장했다. 알파지역 공사가 지연된다는 것을 GS건설이 국방부는 물론 미군 보다 먼저 알았다는 것이 되므로 GS건설의 해명은 기초사실부터 삐걱거리게 된다.

◇ '공사지시 체계상' GS건설, 미군에 직접 지시 받는 구조 아냐

GS건설의 해명을 받아들여 GS건설이 ‘미군의 알파지역 공사지연’을 인지해 콘스텍에게 공사 지연을 지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같은 해명은 공사 지시 체계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군기지 통신공사’의 지시 체계도를 보면 미군→국방부→PMC→GS건설→콘스텍 순이다. GS건설은 국방부(PMC)에게 지시를 받아 공사를 하고, 공사대금을 받는다. 미군의 지시를 받을 필요가 없고, 움직임 또한 자의적으로 판단해 공사 방식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2014년 6월 28일' 메일 역시 의문점이 많다. ‘월간 및 전체 일정입니다’이라는 제목으로 GS건설이 콘스텍에 보낸 이 메일에는 ‘골조일정전체일정2(알파)’, ‘지상층_일정(월간)’의 첨부파일이 포함돼 있다. 이곳에도 역시 "공사가 지연되니 이에 따른 영향평가, 추가공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GS건설은 그동안 미군의 ‘알파지역 공사지연’을 2014년 6월 16일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콘스텍에 알려 공사지연 회의를 해왔다고 해명해 왔다. 그런데  GS가 근거로 공개한 '2014년 6월 28일 메일'을 보면 ‘2014년 6월 16일~20일’까지 '알파지역'에서 GS건설이 공사를 한 일정표가 등장한다. 

GS건설이 공사지연을 파악했다면서 자신들은 공사를 한 일정표를 보낸 것이다. GS건설은 메일을 '공사지연 공유', '공사지연 상호인지'의 증거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를 100%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다. 

GS건설은 “이건 ‘공정표’들이다. 공정표에 공사지연을 표기한 것은 없다. 하지만 메일 첨부파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알파지역 공사 시작일이 6월에서 '8월'로 밀린다. 우리는 이 자료를 콘스텍에게 전달해 공유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매일매일 회의를 통해 미군이 늦게 온다는 인지 내용을 상호협의했고, 공사 시작 위치를 변경시킨 것이다. 이에 공사가 늦어지게 된 것 뿐이다. 양측이 상호 협의해 알파지역 공사 일정을 연기했기 때문에 공정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공정표는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그리고 알파지역은 2층이다. 표에 나온 공사는 1층에 해당되므로 16일부터 공사를 해도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GS건설이 공개한 공정표에는 알파지역 일정이 '8월 5일'로 연기돼 있다. 콘스텍도 이 메일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는 알파지역 공사 일정 연기를 서로 인정하는 자료다. 하지만 콘스텍은 '알파지역 공사가 왜 연기된 것인지', '공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되묻지 않았고, GS건설 역시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 공사비 보고' 등을 지시하지 않았다.

◇ 미군 '공사 재계' 미공지... 하지만 GS건설 '8월 공사' 결정

GS건설의 해명에는 또 다른 모순 점이 있다. 미군은 ‘공사 지연’을 통보하긴 했지만 ‘공사 시작일’은 통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GS건설은 알파지역 공사 투입 시기를 ‘8월 5일’로 적힌 공정표를 콘스텍에 보낸다. 이후 콘스텍과 서로 협의해 공사일정을 11월로 미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명한 바와 같이 '알파지역'은 미군의 기밀 위치로서 미군의 절대 통제하에서 공사가 진행된다. 즉, 공사 투입시기를 GS건설이 임의로 설정할 수 없다는 현실이 해명과 충돌하게 된다.

끝으로 GS건설은 "본 논란의 핵심은 알파지역 공사지연 공문 미 전달이 아니라 콘스텍이 시스템거푸집이나 재래식거푸집 공사를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6일 걸리는 공사를 40일이나 걸리기도 했다. 콘스텍은 주변 협력사들과 마찰도 많았다. W사는 '우리가 그냥 적자 보더라도 콘스텍 공사를 맡겠다'고 할 정도로 콘스텍의 공사 능력은 부족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협력사를 안고 가야 한다는 마음에 공사는 30~40% 했지만 90% 이상의 하도급액을 지급해줬고, 만회할 공사 기회도 줬었다. 억울한 건 우리다"고 강변했다.

◇ "공법은 재래식, 자재는 시스템" 말 자체가 모순인 국방부 해명

국방부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본지는 그동안 국방부가 콘스텍에게 ‘시스템거푸집’ 공법으로 ‘승인’시키고, 원도급자인 GS건설과는 ‘재래식거푸집’ 공법으로 계약을 맺어 ‘사기계약’, ‘부당계약’이라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의혹 제기의 근거로는 본지가 입수한 ‘Transmittal Data’(이하 4025) 공문을 제시했다. 4025 공문을 잠시 설명하면 ‘4025’ 공문이란 미국 국방성이 자신들과 관련된 공사를 실시할 때 업체들에게 내주는 ‘서식’이다. 미(美) 국방성은 ‘4025’ 서식을 전 세계에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공문에는 미군기지의 CUP‧CCP‧CCM(미군 기지 건물 이름), Parking(주차장)을 콘스텍이 제안한 ‘시스템거푸집’ 공법으로 공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4025 공문’에는 PMC 손◯◯ 전무, GS건설 남◯◯이라는 직원의 자필 서명도 기재돼 있다.

콘스텍은 이 공문을 토대로 “국방부가 시스템거푸집 공법으로 건설을 하라고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콘스텍이 ‘4025 공문’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다”며 “‘4025’ 공문은 관련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공법 승인이 아닌 자재의 승인만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국방부의 해명을 쉽게 정리하면 “평택미군 기지를 재리식거푸집 공법으로 공사하고, 자재는 시스템거푸집 것으로 써라”가 된다. ‘공사는 망치질로 하되, 망치질은 컴퓨터로 하라’는 의미와 같아 논리성이 떨어진다.

또한 ‘4025’ 공문에는 ‘샵 드로잉스’(SHOW DRAWINGS)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는 현장에 적용하는 상세 도면을 의미한다. 아래 <사진>과 같이 단순 ‘자재’가 아닌 ‘시스템거푸집’ 공법을 공사장에 적용하겠다는 의미이고, 여기에 국방부와 GS건설이 서명을 한 것이다.

4025 공문에 기재돼 있는 '샵 드로잉스’(SHOW DRAWINGS). 사진=콘스텍
콘스텍은 국방부에 '시스템거푸집' 공법을 제안하고, 국방부 대리기업 PMC와 GS건설은 '샵 드로잉스’(SHOW DRAWINGS)라고 적힌 4025 공문에 서명을 한다. 사진=콘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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