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인정보를 왜?" 실손보험 다이렉트 청구, 반대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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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정보를 왜?" 실손보험 다이렉트 청구, 반대 여론↑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8.10.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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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진료 보면 병원이 보험사에 자동 청구
"진료 기록 보험사에 넘어가면 좋을 게 없다"
사진=픽사베이

개인이 병원에서 진료를 보면 병원이 보험사에 자동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하는 '다이렉트 청구' 방안을 정부가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꾸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는 이 같은 '실손보험 청구 간편화'를 의제로 삼아 실무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진단서와 진료비 계산서 등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보내는 번거로움을 없애자는 취지이지만, 소비자와 누리꾼들은 사기업인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넘기는 게 영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보험금 청구하기 번거로웠으니 빨리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개인이 가입한 사보험이면 번거로워도 개인이 청구하는게 안전하고 진료 기록이 보험사에 넘어가면 좋을 게 없다"며 비판적인 모습이다.

소비자와 누리꾼들이 실손보험 다이렉트 청구를 반대하는 이유는 보험사가 보지 않아도 될 개인 의료기록을 모두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보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누리꾼은 "보험회사 서버 안전한가요? 원치 않은 내 정보 줄줄 새어나가는데 전 너무 싫어요. 윤리의식 검증 안 된 보험회사 직원들이 내 질병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요"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피보험자들 위하는 척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진단서는 법적 책임을 져야하고 법원까지 불려 가야하는 책임 서류다"라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다이렉트 청구가 소비자들의 번거로움을 줄여줄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보험료를 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서울 화곡동에 살고 있는 주부 장희영씨(30·가명)는 "보험사가 진료 기록을 보고 문제될 만한 내용을 찾아 어떻게든 꼬투리 잡을 것"이라며 "실손보험 청구가 자동으로 되면 다음해에 모든 피보험자 실손보험료가 오를 게 뻔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보험사에서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직장인 나윤성씨(42세·가명)는 "내가 이용하는 보험사는 앱으로 진료비 영수증만 사진 찍어 전송하면 하루나 이틀안에 통장으로 바로 입금된다. 보험금 청구 과정이 귀찮아도 내 돈 내가 챙겨 먹을려면 해당 보험사 어플 깔아 청구하는게 제일 빠른 방법이다"라며 "진단서, 진료확인서를 팩스로 보내라는 보험사들이 가장 나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어르신들은 휴대폰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인증서 사용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보험사가 60세 이상 어르신들도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피보험자들이 실손보험 다이렉트 청구 도입에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개인정보"라며 "처벌이나 제재 등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든 보험사들은 오는 11월까지 개별적으로 온라인 청구 시스템을 마련하고,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 올 12월 '내보험 찾아줌'서비스와 연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보험금 청구를 어려워하거나 유선상담 후 보험금을 청구하고 싶은 고령자 등을 위해 '콜 백(Call Back)'서비스를 도입한다. 숨은 보험금 조회 후 전화번호를 남기면 해당 보험사 직원이 직접 연락해 상담·안내한 후 보험금 청구를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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