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사면 잡곡이 덤, 과일 매일 공수"
상태바
"쌀사면 잡곡이 덤, 과일 매일 공수"
  • 서진기 기자
  • 승인 2016.12.11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격경쟁력-품질-친절로 수백명 단골
특가 상품 정면에 배치해 '고객몰이'

동네슈퍼가 기업형 슈퍼마켓과 편의점에 치여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아예 문을 닫는 곳이 부지기수다. 단골손님과 소박하게 나누던 안부인사, 조금씩 얹어주는 덤은 아련한 추억이다.

그러나 ‘풍년쌀과일슈퍼’(서울 관악구 신사시장)를 보면 얘기가 영 달라진다. 마트에 지지않는 경쟁력으로 수백명의 단골을 확보한 동네슈퍼다.

정재건 사장은 “저렴한 가격과 좋은 물건에 정(情)을 담아 판매한다”고 단순명쾌하게 비결을 설명했다.

“동네 슈퍼라고 물건이 뒤쳐진다면 손님들이 오지 않아요. 마트보다 신선한 물건을 팔고, 공산품은 더 저렴하게 팔아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정가를 받아버리면 소비자한테 외면받기 쉽거든요.”

수십 년째 슈퍼를 운영해온 정 사장은 도매유통망을 통해 물건을 저렴하게 들여온다. 중간상인을 거치치 않아 ‘최저가 판매’가 가능하다. 보통 슈퍼들은 물건을 도매로 떼와도 어느 정도 마진을 남겨서 팔지만 풍년슈퍼는 거의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00라면 5개 묶음이 마트에서는 3,200원정도 하는데, 우리가게에서는 3,000원에 팔아요. 뒷자리는 빼고 싸게 파는 거죠. 최대 몇 백원까지 저렴한 상품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마진 없이 장사를 할 수는 없다. 풍년슈퍼는 공산품에서 가격 거품을 최대한 빼고 신선식품에서 약간의 마진을 남기는 전략을 택했다. 대신 대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박리다매’ 효과를 누린다고 정 씨는 설명했다. 가장 잘 팔리는 신선식품은 과일이다.        

“매일 새벽마다 가락시장에서 대량으로 과일을 가져와요. 주로 계절과일 위주로 들여오는데 그날 가장 저렴하게 사온 과일은 특가판매 형식으로 싸게 팝니다.”

특가상품 가격만 보고 가게에 들어왔다가 공산품까지 모조리 사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특가품목인 과일을 전면에 배치해 ‘미끼상품’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쌀도 마찬가지. 쌀을 사는 고객들에게는 덤으로 잡곡을 준다.

“쌀을 1kg사든, 2kg사든 모든 손님에게 잡곡을 드려요. 쌀도 사고 잡곡도 얻을 수 있으니 주부들이 좋아하죠. 마트에서는 물건을 산다고 해서 이런 덤을 주진 않지요.”

물건도 싸고 덤도 주는 인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친절이다. 정 씨는 “한번 웃으면서 인사한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게 단골”이라며 “조금사거나 카드를 긁는다고 싫은 내색을 하면 오던 손님도 끊기게 된다”고 했다.

“우리 같은 동네슈퍼는 거의 100% 단골장사예요. 여기 와서 딸 자랑을 하는 어머니들도 있고, 남편 욕을 늘어놓는 새댁도 있어요. 자주 오다보니 친근감에 서로 안부도 묻곤 하죠,”

정 씨는 “우리가게는 동네슈퍼의 따뜻한 정과 덤이 살아있다”고 자랑이다.

원산지 표시 모범업소로도 지정됐다. 원산지 표기를 잘해 지난 2010년 시장경영진흥원의 인정을 받아, 가게 앞에 모범업소 팻말을 달았다.

정 씨는 “단골들이 믿고 물건을 사갈 수 있도록 원산지를 매일 꼼꼼히 써놓는다”고 했다.

풍년슈퍼는 가격과 덤, 친절의 원칙을 지키면서 동네슈퍼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마트를 탓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단골을 끌어들일지 고민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하고, 실천하면 손님들이 안 올 수가 없다.”

골목슈퍼의 갈 길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