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보단 수비"... 보험업계, '재무통' 대표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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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보단 수비"... 보험업계, '재무통' 대표 전성시대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8.10.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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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주 한화생명 전략기획담당 사장, 각자 대표이사로 내정
회계제도 변화·자본조달 과제 앞두고 '내실 다지기'
다른 보험사들도 자타공인 재무통을 핵심 요직에 배치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한화투자증권

‘재무의 달인’들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고 있다. 회계기준(IFRS17) 변화와 신 지급여력제도(K-ICS) 적용을 앞두고 재무 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여승주 현 한화생명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여 사장은 1985년 1월 한화그룹에 입사해 2004년 한화생명 재정팀장을 시작으로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2015년)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장(2017년 7월) 등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여 사장은 한화투자증권 사장 취임 1년만에 전 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여 사장은 차남규 대표이사와 각자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미 다른 보험사들도 자타공인 재무통을 핵심 요직에 배치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허정수 KB생명 사장은 KB국민은행 재무본부 본부장,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재무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허 사장은 KB금융 내부출신 중 보험업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도 삼성그룹 감사팀 출신으로 영업과 재무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은 삼성카드 CFO(최고재무책임자) 재직 당시 호실적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자산운용을 제외하고 안 해본 업무가 없다. 삼성화재 공채로 입사해 영업 지점장을 시작으로 30여년간 인사팀장(상무), 전략영업본부장(전무), 자동차보험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오병관 NH농협손보 대표이사도 농협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과 기획실장, 재무관리본부장을 거친 ‘조직통’으로 농협금융 내부 사정에 밝을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리더십을 앞세운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대표이사는 취임사에서 보장성 상품 중심으로 신상품을 개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IFRS17 도입 하에 저축성 보험료는 부채로 잡혀 보험사 자본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보험사들이 재무통을 대표로 내세우는 건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비롯해 신 지급여력제도(K-ICS) 적용, 통합그룹 검사 등 규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인구구조의 변화, 고령화로 국내 보험산업이 저성장 국면인데다 글로벌 기업경영 환경도 좋지 않다. 재무, 관리 등 내부 살림살이를 챙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영업에 잔뼈가 굵은 영업통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며 "최근 IFRS17 이슈로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한 재무통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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