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되고 경기도는 안되고?... 임대주택 '그린벨트 딜레마'
상태바
서울은 되고 경기도는 안되고?... 임대주택 '그린벨트 딜레마'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9.28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 하안동 임대아파트 수천가구 있는데 또 공급
서울시 "도시의 허파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
사진=시장경제DB

‘임대아파트 공급 확대’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소극적 대응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수천가구의 임대아파트가 있는 지역에 또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까지 임대아파트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은 “도시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며 공급을 버텼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직권해체’ 카드를 만지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은 2만 세대 대부분이 10평대이며, 30년 다 되가는 낡은 아파트다. 입주민의 50% 정도가 세입자들로 추정된다. 영구임대 5300여가구, 대략 2만여명 도시빈민과 서민들로 아우어진 하안주공아파트 14개단지 외엔 중산층이라고는 단 1가구 없는 지역이다. 정부가 집값 못 잡은 분풀이로 하안동에 저주를 퍼부어 영구임대 5400가루를 추가로 지으려고 하고 있다. 추후 하안동 주민 2명중 1명은 도시빈민으로, 나머지는 차상위계층 혹은 서민들로 가득한 슬럼가가 될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유태인을 수용한 게토 아우슈비츠를 연상케 하는 도시계획이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국토교통부는 추석 전인 지난 21일 초강력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이 오르자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에 인접한 4~5곳 지역에 3기 신도시를 개발하고, 유휴부지 등 중소규모 택지 25~26곳을 조성해 임대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발표 내용에는 광명시 하안동에 59만3000㎡ 규모 공공택지를 마련해 54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하안동은 현재 아파트를 추가로 지을 땅이 없어 추가로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려면 자연습지 등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곳을 주거지역으로 훼손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덕원역 근처 의왕 청계2지구에는 임대주택 2560가구를 공급하는데, 이 역시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많은 지역이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까지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려고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시켜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법은 정책에서 제외시켰다. 정부가 주택 1만282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서울의 공공택지 11곳 모두 그린벨트 지역이 아니다. 그린벨트 해제의 대안으로 임대주택 6만2000가구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도시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보존하면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그린벨트 해제 없이 정말로 6만2000가구를 공급하면 문제가 없지만 세부 계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먼저 작은 규모의 유휴부지 개발과 용적률 상향(상업주거지역 600%, 준주거지역 500% 상한)으로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 어디를 어떻게 상향시킬지도 구체적이지 않다. 비싼 건물에 과연 누가 세입자로 들어올 것이냐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밝힌 유휴부지에서 1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에는 기존에 발표한 신혼희망타운 1000여 가구가 다시 포함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수도권 임대 주택 확정 현황(2018.9월 기준)을 보면 서울을 제외한 주변 지역으로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기존 지역 주민들의 마찰도 문제다. 서울 지역 1차 주택 공급지로 가락동 구 성동구치소 부지, 개포동 재건마을 등 11곳 41만3000㎡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구 성동구치소 부지엔 1300가구, 재건마을엔 340가구가 공급된다. 공공택지 후보지 인근 주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 등을 통해 임대주택 건설 저지 활동에 나섰다. 서울시가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옛 성동구치소 용지 주변 주민들 반발이 매우 크다. 이곳은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 인근 주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던 지역이다. 그런데 갑지기 임대주택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구치소를 40여년간 품고 산 성동구 주민들에게 서울시가 복합문화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후 뒤바뀐 정책이어서 반발이 더욱 큰 상황이다. 성동구치소 부지개발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 공급계획 발표 전날인 지난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성동구치소를 신규 택지로 개발하는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에 반하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 ‘직권 해제’ 카드까지 뽑아들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1일 “주택시장 안정에 불가피하다고 보면 서울시 의견과 관계없이 그때는 자체 판단으로 직접 사업을 하겠다.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5등급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계속 협의하겠다.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몫을 경기도가 다 감당해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서울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현행 규정상 30만㎡ 이하 그린벨트는 서울시장이 해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국토부 장관이 공공주택 건설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직권으로 지구를 지정해 해제할 수 있다. 서울시 그린벨트는 전체 면적의 25%에 달한다. 구별로는 서초구(23.88㎢)가 가장 넓고 이어 강서(18.91㎢), 노원(15.90㎢), 은평(15.21㎢), 강북(11.67㎢) 등의 순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