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험' 없는 대기업 임원, 금융계열사 이동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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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험' 없는 대기업 임원, 금융계열사 이동 원천봉쇄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8.09.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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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CEO 요건에 '금융분야 지식과 경험' 넣어
금융권 "금융인만 고집, '금융 IT 협업' 시대 역행"

금융회사 경력이 없는 대기업그룹 임원이 금융계열사 CEO(최고경영자)나 임원으로 이동하는 인사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금융회사 CEO 자격요건으로 '금융분야 지식과 경험'을 넣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금융그룹통합감독 대상인 삼성·현대자동차·한화·롯데·교보·미래에셋·DB 7개 그룹의 금융계열사 임원 가운데 총 39명이 비금융계열사에서 이동했다. 비금융 출신 임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총 12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한화그룹 9명, 삼성그룹 8명, 롯데그룹 7명 순이었다.

비금융 출신 임원이 가장 많은 현대자동차그룹은 비금융 계열사에서 금융계열사로 넘어온 지 오래된 임원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은 그룹에서 주요 업무를 맡다 금융계열사로 바로 넘어온 임원 비중이 높았다. 특히 한화그룹의 경우 방산·화약·무역 등 금융업과 무관한 사업을 하는 '㈜한화' 출신이 많았다.

금융당국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에 손을 보려는 것은 과거 동양사태 등 비금융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회사로 전이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3사의 CP(기업어음)를 마구잡이로 팔았다가 개인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당시 동양증권 CEO였던 유준열 대표는 동양온라인, 동양창업투자, 동양시스템즈 등 비금융계열사 출신이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는 금융회사 CEO 요건으로 '금융분야의 전문지식 및 풍부한 업무경험과 공정성, 도덕성 및 신뢰성을 바탕으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금융위는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안의 선언적인 문구를 구체화해 시행령에 CEO 기준을 넣을 방침이다. 비금융 출신의 금융계열사 이동시 '숙려기간'을 둬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제도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기목표와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금융 전문성만 따져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인만 고집하는 것은 '금융 IT 협업'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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