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가득 메운 소상공인들 “최저임금 때문에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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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가득 메운 소상공인들 “최저임금 때문에 못살겠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8.2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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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자영업 단체 집결, 삭발식 후 청와대 행진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등 야당 정치인 대거 참석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소상공인들의 대규모 집회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 연대(이하 운동연대) 회원과 시민 등 3만여명(주최측 추산)은 호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날 오후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대규모 총궐기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이자 운동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제갈창균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지금, 소득은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여, 양극화 문제가 나라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궤멸시키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명분이 영세 근로자를 실직자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근로자에게 월급을 지급해 보지 못한 사람, 건물과 시설에 투자를 하고도 한 푼도 건져보지 못하고 나락에 빠져본 적이 없는 사람, 건물주의 갑질을 당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소상공인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공존과 협력 없이, 대한민국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결단코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자영업자들이 하루 장사를 접고 이렇게 모인 이유는 2년 새 29% 오른 최저임금이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정부당국은 어떠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도 없이 최저임금 재심의 불가는 물론, 보란 듯이 주휴수당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회를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포용적 성장’을 하겠다, ‘사람중심의 경제’를 하겠다고 말만 해 놓고 소상공인들이 어렵다니까 통계청장을 갈아치우는데, 이런 정부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소상공인들도 국민이라고 사람이라고 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는 한국당 국회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며, “소상공인 여러분의 어려움과 서러움, 슬픔이 청와대에 전달될때까지 자유한국당이 같이 하겠다”고 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자영업자 여러분들이 이곳에 모였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대회에 참석해 응원메시지를 던졌다. 

정 대표는 “지금 내리는 비는 6백만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눈물”이라며 “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못살겠다 살려다오, 나도 국민이다’를 외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구름같이 모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자리에 여당이 자리하지 않았는데 현장에 답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입법하고, 청년이 청년당으로 농민이 농민당으로 소상공인이 소상공인당으로 갈 수 있도록 정치혁명을 이룩하자”고 외쳤다.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이혁재 집행위원장은 “정의당은 중소상인들을 위해 카드수수료를 앞장서 인하시키고 상가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어제 대기업 갑질 증언대회를 했는데 현대차에서 갑질당한 2차 벤더 사장님이 자살하는 등 대기업과 재벌로부터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영업이익을 탈취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 이혁재 집행위원장의 발언 도중 집회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은 내려가라는 야유를 보냈다. 정의당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찬성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이어진 퍼포먼스에서는 연극인 이은표씨와 소상공인들로 이뤄진 연극단의 연극이 이어졌다. 16년동안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금을 받아 자영업의 길로 나선 주인공이 치킨가게를 시작해 장사가 잘 됐으나 건물주의 횡포와 최저임금 탓에 가족경영 형태로 이어갔지만 결국 빚더미와 신용불량 딱지만 남게 되는 내용이다. 연극은 ‘우린 이제 갈곳이 없다’고 소리치며 막을 내렸다.

지난 6일 수원역 앞에서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며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삭발을 감행했던 원상우 대표는 “2년 사이에 29% 오른 최저임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고 싶어 삭발을 했다”며 “대통령께서 부디 ‘소상공인도 국민’이라고 절규하는 저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미용사들의 규탄도 이어졌다. 14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대한미용사회 중앙회 최영희 회장은 결의발언을 통해, “2년 새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을 하는 나라가 도데체 세상 어디에 있으며 2년 새 30% 가까이 매출이 오른 소상공인들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라고 외쳤디.

최 회장은 “대기업 노조의 편에 서서 소상공인들에게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최저임금 정책을 사과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희 회장은 ‘최저임금 폭탄으로 소상공인 못살겠다’, ‘소상공인 희생강요 정부당국 규탄한다’고 구호를 외치며, “본질과 다른 대책으로 소상공인을 현혹하지 말고 진정한 최저임금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성토하는 농어민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농어민을 대표해 대회에 참석한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문정진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우리가 반정부 단체입니까?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님을 싫어합니까? 우리가 남남갈등 주범입니까?”라고 되물으면서, “소상공인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앞으로 '공무원 평가'를 실시해, 공직자들의 애국심과 소상공인 및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우리의 애국심이 일치하는 날까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의 발언이 끝난 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항의와, 제도개선을 염원하는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담은 삭발식이 거행됐다. 삭발식에는 지원자가 많았으나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과 지역 회장단 14명만이 나섰다. 삭발은 대한 미용사회 중앙회 소속 기능장들의 자원봉사로 진행됐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한국인테리어경영자협회 사상철 회장이 이끄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물러나라’, ‘최저임금 제도개선 근본대책 마련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만장과 상여가 무대로 입장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끝까지 대회장을 지킨 정치인(하태경, 이언주, 심재철, 김선동, 정운천, 송석준의원 등)들에 대한 환호가 이어졌다.

이날 집회는 소상공인들의 한을 담은 살풀이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청와대를 향한 행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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